‘지역건설업 보호’ 소매 걷은 울산시-중구
‘지역건설업 보호’ 소매 걷은 울산시-중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10.21 21: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울산시와 중구가 소매를 걷어붙였다. 을(乙)의 위치에서 ‘쪽을 못 쓰는’ 지역 건설업체들의 기(氣)를 살려주기 위해 ‘발로 뛰는 행정’을 보여주는 시도여서 보기에 나쁘지 않다. 울산시는 앞으로 1개월간 ‘2019 하반기 대규모 건설공사 사업장 실태조사’에 들어간다고 21일 밝혔다. 중구는 이날 구청장이 직접 자리를 만들어 관내 대형 건설현장 관계자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울산시의 실태조사(점검)가 겨냥하는 목표는 ‘지역 건설업체의 역량 강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다. 그 대상은 지역 공공사업장 가운데 건설비가 10억원이 넘는 건설공사 현장, 공동주택 규모가 100세대 이상(연면적 1만㎡ 이상)인 민간사업장이다. 점검에는 울산시와 전문건설협회, 기계설비협회가 손을 맞잡는다.

점검내용은 △하도급 참여실태 분석 △하도급 대금 지급보증서 교부 여부 △하도급 선금급·기성금 적기지급 여부와 같이 지역 건설업체 보호에 꼭 필요한 것들이다. 이밖에 △설계변경 등에 따른 하도급 대금 조정 여부 △건설기계 임대차계약서 작성 여부 △하도급 계약사항 통보 적정 여부 △무등록업체 하도급(재하도급) 여부 △건설현장 보호구 착용 상태 △그 밖의 하도급 위반 여부도 점검사항에 들어있다. 울산시는 가벼운 지적사항은 현지지도와 시정조치에 그치는 대신 위법·부당한 행위는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행정조치에 나설 계획이다.

이날 박태완 중구청장이 주재한 간담회는 ‘지역 건설산업 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대화 자리에 나온 업체들은 도급액 5억원 이상 또는 연면적 3천㎡ 이상, 공동주택 30세대 이상의 건설공사를 추진 중인 대형 업체들이었다. 박 청장은 이들에게 인력과 장비, 자재를 사용하더라도 같은 값이면 지역의 자원을 활용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울산시와 중구의 이 같은 움직임은, 무의미하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지역 건설업체 보호’를 겨냥한 단기처방일 뿐이다. 앞으로는 그 다음 단계의 작전도 차근차근 세워나갔으면 한다. 그런 의미에서 박태완 중구청장이 지역 건설업체들에게 신기술 접목 등으로 시공능력과 대외공신력을 동시에 높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부탁한 것은 참 잘한 일이다.

긴 안목으로 볼 때 지자체, 특히 울산시가 도맡아야 할 과제가 있다고 본다. 그것은 지역 건설업체들이 하도급에나 매달리는 ‘을(乙)’이 아니라 거꾸로 하도급을 주는 ‘갑(甲)’의 위치에 오를 수 있도록 역량과 경쟁력을 길러주는 일일 것이다. ‘일자리 창출’도 ‘지역경제 활성화’도 지역 건설업체들이 ‘을’이 아닌 ‘갑’의 위치에 있을 때 더 수월하게 이룰 수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단기처방을 포기하라는 말은 아니다. 울산시가 대안으로 내놓은 △하도급팀(조직) 신설 △조례 개정은 지금 당장이라고 절실히 필요한 작업들이다. 다만 장기적 안목도 동시에 갖추었으면 하는 기대는 쉽사리 떨쳐버릴 수가 없다.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