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파수꾼]뭐니뭐니 해도 안전이 최우선 가치
[안전파수꾼]뭐니뭐니 해도 안전이 최우선 가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10.21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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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대한민국 산업수도로 성장한 울산 근대화의 첫 단추는 뭐니 뭐니 해도 석유화학산업이 채웠다. 그 당시 울산 석유화학산업은 제품의 원가절감으로 경쟁력을 차근차근 키워갔다. 당연히 안전을 고려할 만한 여유가 없었다. 그 중 하나는 관리비용에 포함된 제품 이송 비용으로, 장기적으로 볼 때 탱크로리에 의한 이송보다 배관 이송이 훨씬 경제적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1980년대 이후부터 대부분의 기업은 가능한 한 많은 배관을 땅 속에 묻어 제품을 이송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 결과 많은 원가절감을 달성할 수 있었지만 현재 도로망을 따라 집중 매설된 지하배관들은 주기적인 점검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부식이나 피복 손상 등 노후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무엇보다도 더 이상 지하매설배관을 설치할 수 없을 정도로 도로 밑 지하세계는 완전 포화상태다. 또한 국가산단 지하배관 1천660km 중 20년 이상 된 위험물질 배관은 902km로 54%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모를 크고 작은 안전사고 우려 속에 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세상이 변했다. 지금은 원가절감도 중요하지만 안전 확보 측면이 우선시돼야 한다. 안전을 담보하지 못한 원가절감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중소기업은 많은 비용이 발생되는 지하배관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기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화학물질, 위험물, 가스배관 등은 개별 법령에 의해 각기 따로 적용받고 있어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관리가 어렵다. 이미 10년 전에 RUPI(울산 석유화학산업 발전로드맵) 사업을 통해 무분별한 지하매설, 노후배관 교체, 각종 굴착사업 시 배관 손상으로 인한 대형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하지만 울산 국가산단 지하배관 통합 안전관리와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꼭 필요한 통합 파이프랙 구축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태로 9년째 이어왔다. 그러다가 지난 연말 이채익 국회의원이 앞장선 덕분에 드디어 5억6천만원의 국비를 확보할 수 있었다. 7월에는 울산시와 산업단지공단이 ‘울산 국가산단 지해배관 안전체계 구축사업 착수보고회’를 통해 “올해 통합 파이프랙 기본설계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최근 통합 파이프랙 구축에 따른 시민들의 안전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고 시급하다는 인식과 공감대가 석유화학단지를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다.

착수보고회에선 국가산단 지하배관의 안전관리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을 지하배관 통합안전관리센터 건립과 추진계획도 발표됐다. 먼저 “센터 기능 및 운영방안 연구용역을 통해 센터 운영을 위한 권한과 책임 관련 법제도를 검토하고 전문성에 따른 공공기관 파견 등 운영체계도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공장 접근성과 기반시설, 잠재 확장성을 고려해 최적의 기본설계를 실시한다”고 했다. 정말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울산 석유화학산업의 안전지킴이 역할을 할 수 있는 통합안전관리센터를 구축하길 희망한다.

최근 울산 석유화학산업에 ‘물’이 큰 이슈로 부각되었다. 사람의 신체는 약 70%가 물이며 맑은 물 없이는 살 수 없다. 석유화학공장도 물이 없으면 공장을 가동할 수 없다. 그 물을 ‘공업용수’라 부른다. 지난 2017년 11월부터 다음해 4월까지 찾아왔던 심각한 가뭄을 기억하는가. 울산 주요 댐의 낮은 저수율로 식수댐의 기능뿐만 아니라 공업용수 부족으로 공장 가동률 감소까지 우려된 적이 있었다. 이에 석유화학단지의 안정적인 통합 공업용수 공급(이하 통합 물공장) 사업 필요성이 커지면서 한창 추진 중이다. 그런데 부곡용연 산업단지 조성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이 부지에 들어설 예정인 통합 물공장과 통합안전관리센터가 원활히 진행되어 석유화학산업의 물 부족 해소와 일자리 창출이 조속히 이뤄지길 바란다.

시민들의 안전한 삶의 보장은 물론, 울산 석유화학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고도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통합 파이프랙, 통합안전관리센터, 통합 물공장 구축사업은 차질 없이 진행돼야 한다. 성공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 정부와 울산시, 산업단지공단과 석유화학단지 모두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무엇보다 안전은 시민들의 당연한 권리이기 때문이다.

조일래 (사)울산석유화학공업단지협의회 회장, (주)한주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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