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산책]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과 공장·창고 임대차 문제
[법률산책]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과 공장·창고 임대차 문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10.20 22: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문이나 민사소송 상담을 하다 보면 각종 임대차 분쟁을 많이 접하게 된다. 그중에는, 언뜻 보기에 다른 사례와 똑같아 보이고, 관련 판례도 같지만, 과연 그렇게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인지 고민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공장·창고 임대차 계약에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하 ‘상임법’)을 적용해야 하는지도 그런 사례의 하나다. 이에 관한 대법원의 시각은 다음과 같다.

“상임법이 적용되는 상가건물 임대차는 사업자등록 대상 건물로서 임대차 목적의 건물을 영업용으로 사용하는 임대차를 가리킨다. 다만 상임법이 적용되는 상가건물에 해당하는지는 건물의 현황·용도 등에 비추어 실제 영업용으로 사용하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하고, 단순히 상품의 보관·제조·가공만 이루어지는 공장·창고 등은 영업용 사용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그곳에서 그러한 사실행위와 영리목적 활동이 함께 이루어진다면 상임법 적용대상인 상가건물에 해당한다(대법원 2011. 7. 28. 선고, 2009다40967 판결).”

이해를 돕기 위해 위 사안의 사실관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위 사안의 임차인은 임차부분에서 도금작업을 했다. 그런데 여기에 인접한 컨테이너 박스에서는 고객으로부터 도금작업 주문을 받고 완성한 도금제품을 고객에게 인도하거나 수수료를 지급받는 등의 영업활동도 같이 했다. 이에 대해 하급심에서는 주된 임차부분이 영업용으로 이용된 바 없이 도금작업 행위만 이루어졌으므로 상임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런데 대법원에서는 인접한 컨테이너 박스는 주된 임차부분과 ‘일체’로서 영업활동도 이루어졌으므로 이 사안에 상임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려 임차인의 손을 들어주었다.

상임법이 적용되는 경우, 임차인으로서는 여러 가지 유리한 주장이 가능하다. 이 사안의 경우, 임차건물을 매수한 자가 위 임대차 계약상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했으므로 임차인에게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한 경우였다. 이 외에도 사안에 따라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와 계약갱신 요구가 가능할 수 있다.

검토하면서 의문을 갖게 된 부분은, 특히 공장·창고에 대한 임대차 계약의 경우에도 일반적인 상가건물과 마찬가지로 상임법을 적용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가 하는 것이었다. 특히 최근 개정된 상임법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임차인에게 10년에 이르는 계약갱신요구권이 인정된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상임법은 국민의 안정된 경제생활 보장이 목적으로, 특히 상가건물에서 영세한 사업장을 운영하는 임차인을 보호하는 것에 주안점을 둔다. 그런데 공장과 창고는 일반적 상권 근처의 상가건물과는 달리 임대인 스스로가 제조업 등을 영위하는 비교적 영세한 업체들인 경우도 많다. 제조업은 경기에 따라 물량이 수시로 증감한다. 기존 아이템 생산이 종료된 이후 후속 아이템을 수주하지 못하면 추가물량을 확보할 때까지 일부 공장과 창고가 유휴시설이 될 수밖에 없다.

사정이 넉넉하지 못한 영세업체로서는 추가물량을 확보할 때까지만이라도 유휴시설을 제3자에게 임대하고 그 수익을 통해 손실을 보전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임대차 계약에 예외 없이 상임법을 적용한다면 임대인인 제조업체 등은 해당 공장 또는 창고를 최대 10년간 스스로의 영업을 위해 이용할 수 없게 되는 결론에 이를 수도 있다.

이와 같은 결론이 예상되는 상황이라면, 유휴시설인 공장과 창고를 단기간 임대하는 것이 상당한 위험이 될 수 있고, 잠재적 임대인들로서는 임대차 계약을 꺼리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로 인한 공급의 감소는 잠재적 수요자인 임차인들에게도 결국 손해로 이어질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의의 본질을 평등이라면서,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대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 사안과 관련해 입법자가 깊이 고민해 보아야 할 부분이 아닌가 생각된다.

류선재 고래법률사무소 변호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