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 / 김옥경
불꽃 / 김옥경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10.17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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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세월 잘 살다
늘어진 실타래 같은 인연을 붙들고
영그는 아이의 푸른 얼굴에 매달려
끊어진 생명줄에 붉은 불꽃을 지핀다.

 

가을이 되면 나무도 겨울나기 준비를 합니다.
사람도 추운 겨울에 신체 말단 부위의 손이나 발이 시린 것과 같이 나무는 잎으로 가는 수분을 차단시켜 생명을 유지합니다.

나무와 나뭇잎 사이의 층을 차단하는 이것을 ‘떨켜’라고 합니다.
‘떨켜’가 생기면 잎은 물을 공급받지 못하여 초록색을 내는 엽록소가 파괴되고 분해 속도가 느린 여러 종류의 색소들이 표면으로 붉게, 노랗게 물들게 됩니다.

우리가 가을에 보는 아름다운 단풍의 장관은 어쩌면 생명을 지키기 위한 자구책일 것입니다.
담쟁이덩굴을 보면 덩굴손의 빨판을 이용하여 벽이나 바위에 붙어서 살아갑니다.
한여름에는 도시의 담벼락에 시원한 청량감을 주기도 하고 지붕을 덮어서 더위도 식혀주는 역할을 합니다. 담쟁이 또한 가을이 되면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으로 잎을 떨구고 벽에 늘어진 실타래처럼 앙상한 가지를 드러냅니다.

사진을 보면 듬성듬성한 가지 사이로 늦게 올라온 푸른 잎들과 겨울을 준비하는 붉은 담쟁이 잎들이 대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사람으로 치자면 젊은이 앞에서 늙은 노인이 마지막으로 자신의 불꽃을 태우는 모습이 저런 모습이 아닐까요? 몸은 늙어도 마음이 늙지 않는다면 아직도 청춘이라고 합니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도종환 시인의 ‘담쟁이’ 시구처럼 항상 희망을 꽃 피우는 삶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글=박동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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