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의 ‘신(新)귀거래사’
조국의 ‘신(新)귀거래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10.15 22: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갈등과 분열을 남긴 ‘66일의 비상식’은 긍정과 걱정 사이를 전전하다 고집 꺾은 문 대통령의 결단으로 끝이 났다. 조국 장관의 전격 사퇴는 당연하고 예정된 일이었다. 물러설 때를 몰랐던 현 정권에게 ‘부메랑’이 무엇인지 보여준 교훈적 사건이자 동상이몽의 비극(悲劇)이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후보자로 지명된 뒤 두 달하고도 닷새가 더 지나는 동안 물러날 때를 날마다 흘려보냈다.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겠다고 버텼다. 그러면서 젊은이는 물론 국민의 가슴에 ‘기회의 불평등’이라는 대못을 박았다. 기득권의 일그러진 초상도 깊숙이 새겼다.

오만한 기득권이 인사청문회를 무용지물로 만들었다는 것이 중론(衆論)이다. 대통령은 “위법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는데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된다”며 나쁜 선례를 남겼다. 이길 수도 없고 이기면 안 되는 싸움을 이겨 보려고 했다. 결국 그를 끌어내린 것은 국민이고 민심이었다.

세상에는 헛된 집착에 빠져 떠날 때를 놓치고 추해질대로 추해진 뒤에야 퇴장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런 사람들을 옹호하고 응원하는 처세술이 청나라 말기의 ‘후흑학(厚黑學)’이다. “하늘이 내려준 두꺼운 낯가죽과 시커먼 속마음을 써먹지 않으면 천하에 어리석은 일”이라는 주장은 후흑학의 1단계에 불과하다. 그 2단계가 낯이 두껍다 못해 견고해 다른 사람 공격에 미동도 안 하는 것이고, 최고인 3단계는 낯 두께와 속마음 색깔을 아예 알아볼 수가 없는 경지다.

청나라 말 이종오가 쓴 ‘후흑학(厚黑學)’은 지금도 중국에서는 잘 팔리는 책 중 하나다. 후흑은 면후심흑(面厚心黑)의 줄인 말이다. 후흑은 난세를 극복하는 일종의 처세술이다. 날로 치열해지는 경쟁사회 속에서 ‘후흑학’은 현실적 실천방법으로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는다.

“천하를 알려면 ‘삼국지’를 읽고 천하를 얻으려면 ‘후흑학’을 읽으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 한다. 그러나 난세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후흑의 기술만 잘 익힌다고 성공의 열쇠를 거머쥐는 것은 아니다. 세상에는 순리라는 자연의 이치가 있기 때문이다. 좋은 수단이 된다고 선과 악을 구분하지 못하면 결과는 불행해진다.

조국의 ‘신(新)귀거래사’는 사필귀정이자 만시지탄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정세가 어느 때보다 심각한 위기로 치닫고 있지만 청와대와 여당은 사실상 조국 감싸기를 위한 사법개혁에만 올인하면서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경제 역시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조국의 뒷전이었다. 그뿐인가. 매서운 감사의 장이어야 할 이번 국정감사는 민생과 정책은 오간 데 없이 오직 조국으로 시작해 조국으로 끝나야 했다. 이제라도 조 장관이 사퇴의 길을 선택한 만큼 문 대통령과 여당은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더 기울이고 갈린 민심을 추스르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조국 사태에서 보았듯 국정 운영이란 한쪽만 바라보고 해서는 절대 안 될 일이다. 무엇보다 나라를 바로 세우고 제자리로 갖다 놓는 일이 시급하다. 문 대통령과 여당은 진보진영과 핵심지지층 감싸기에서 벗어나 반대편의 목소리에도 관심을 가지는 계기로 삼기를 바란다. 그래야 광장의 분열을 하루속히 해소하고 진정한 국민통합의 길을 열 수 있다.

조국 사태가 문재인 정부의 일방적이고 불합리한 국내외 정책들을 바로잡는 계기가 되기를 많은 국민이 바라고 있다. 그렇게만 된다면 조국의 위선이 국가와 국민에게 꼭 백해무익하다고만 할 수 없을 것이다.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니스트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