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산·공업탑 상인들의 호소, 일리 있다
농수산·공업탑 상인들의 호소, 일리 있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10.14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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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지키겠다는 시민들의 주권의식이 기자회견의 모습으로 고개를 내밀어 관심을 모은다. 울산에서는 14일 하루에만 2개 상인단체가 기자회견을 열어 억울함을 호소하거나 주장을 펼쳤다. 해당 지자체는 이러한 현상을 언짢게 여기기보다 오히려 심부름하는 공복의 자세로 상인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집단민원의 뿌리를 솎아내는 정치력을 속 시원히 보여주었으면 한다.

이날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주체는 울산농수산물도매시장 수산소매동 상인들이었고, 하소연의 주제는 ‘영업기간 연장’이었다. 이들은 지난 1월 뜻밖의 화재로 삶의 터전이 잿더미로 변하는 바람에 임시로 옮겨지은 가건물에서 근근이 장사를 이어오는 상인들이다. 이들은 송철호 시장이 손실을 회복할 수 있게 영업기간을 5년 정도 연장해 주겠다는 말을 지난 7월 4일 수산소매동 재건축 기공식장에서도 한 바 있다며 약속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또 화재 복구 시설자금을 5년 내 상환 조건으로 각자가 수천만 원에서 1억 원 가까이 대출을 받은 상황인데도 울산시가 영업기간 연장 불가 방침을 최근에 알려온 것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시의 고지식한 태도에 섭섭함을 나타냈다. 이들은 불이 나기 전과 불이 난 후의 영업을 같은 잣대로 재단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상인들의 어려운 처지를 제대로 살펴 법 해석을 융통성 있게 해 달라며 재고를 요청했다.

한편 이날 남구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주체는 공업탑상가번영회 소속 상인들이었고, 하소연의 주제는 ‘대책 없는 공업탑 일원 보행로 환경개선사업 반대’였다. 이들은 공업탑 상권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주로 차량을 이용하는 점을 내세우며 공사기간이 1년 넘게 길어지면 손님도 자연히 줄 수밖에 없다면서 사업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들은 또 보행자 중심 특화거리로 꾸민다며 52억 원이나 들인 공사가 사실상 실패작으로 끝난 ‘왕생이길 사업’을 반면교사로 삼으라면서 공영주차장부터 만들고 피해보상 대책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남구청의 ‘공업탑 보행로 개선 사업’은 남부경찰서 주변의 보행환경을 개선하면서 전선을 땅속에 묻고 간판도 산뜻하게 꾸미는 사업으로 사업비가 40억 원이나 들어간다. 남구청은 이번 사업이 상인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는 것 같다.

14일, 시차를 두고 진행된 두 종류의 집단민원에서는 자기주장을 또렷하게 펼쳤다는 공통분모를 발견할 수 있다. 울산시나 남구청은, 상인들의 집단행동이 못 마땅해 보인다 해도, 민주적 의사표시 현상을 부정적으로만 볼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적극적인 소통으로 이견을 바짝 좁히려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상인들의 주장에 설득력이 있으면 흔쾌히 받아들이고 그러지 못하다면 적극적으로 설득해서라도 마찰을 최소한으로 줄여주기를 기대한다. 그 길이 행정기관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지름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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