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제접이문과 화단
철제접이문과 화단
  • 권승혁 기자
  • 승인 2009.03.01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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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이웃끼리 “보소. 언양댁” “와요. 하양댁”하며 서로를 부르던 정겨운 호칭.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생소하지만 ‘택호(宅號)’라고 나온다. ‘집주인의 벼슬 이름이나 처가나 본인의 고향 이름 따위를 붙여서 그 집을 부르는 말.’지방에 따라서는 ‘택구’라고도 불렀다.

이처럼 어린 시절 “~땍”이라며 어머니를 부르던 순박한 이웃의 목소리를 기억하는 이들이 제법 많을 것이다. “다 큰 놈이 오줌을 싼다”는 야단을 피해가며, 키를 쓴 채 마을을 돌던 오줌싸개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서른 중반, 아니면 마흔, 모두 몇 살이나 됐을까? 누군가는 유난히 소금을 잘 퍼주던 옆집 ‘~땍’에게 지금도 고마움을 느끼며 고향을 그리워하고 있지나 않은지.

그렇다면, 이런 풋풋한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아마도 못내 허전한 마음을 감추지 못할 것이다.

최근 울산에서 이웃간 불화를 보여주는 사례를 자주 보도했다.

동구지역 한 아파트는 이웃의 통행을 차단하는 철제접이문을 놓고 설치와 철거를 반복하고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이 아파트 1·2동 주민들이 통행소음을 이유로 3·5·6동과 연결되는 소방도로에 철제접이문을 설치한 것이다. 10여년전 임대아파트와 분양아파트로 갈라져 있을 때부터 빚어진 갈등이다.

북구도 마찬가지다. 인근 주민들의 통행소음을 이유로 아파트 내에 철제문을 설치하고 그 위로는 군사분계선마냥 철조망까지 쳐놨던 모 아파트. 특히 한 주택가에서는 출입구 확장에 필요한 땅을 팔지 않는다며 이웃집 담벼락과 접해있는 자신의 땅에 대형 화단을 설치하기도 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씁쓸하게 만들었다. 거주자우선주차제를 시행하고 있는 남구와 중구도 여기서 예외일 수 없다.

이같은 울산에 나타난 문제의 ‘철제접이문과 화단.’ 모두 ‘우리(이웃)’는 없고 ‘나’만이 소중한 사회를 여실히 보여주는 상징물이다.

한 입주민은 “어른들이 저지른 일 때문에 아이들도 동마다 편을 가르고 있다”며 걱정했다. 울산의 아이들에게서 ‘고향에 대한 향수’를 멋대로 뺏지나 않을지 염려하던 목소리다.

/ 권승혁 기자 편집국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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