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동물, 곤충의 큰 도약’ (上) 미래 먹거리는 어디서?
‘작은 동물, 곤충의 큰 도약’ (上) 미래 먹거리는 어디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10.14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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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먹거리 투쟁이다. 동시에 질 좋은 단백질을 선점하기 위한 처절한 과정이다. 몽골 군대가 황룡사 9층 목탑을 불태우고 그 자리에 풀을 심어 말을 키우겠다고 한 발상은 초원에서 가축을 길러 단백질을 얻었던 그들에게는 지극히 상식적인 것이었으리라.

유엔 경제사회국 발표에 의하면, 어디까지나 추정치이지만, 지구의 인구는 올해(2019년) 77억, 30년 후인 2050년에는 97억, 80년 후인 2100년에는 109억 명에 이를 전망이다. 이에 따라 단백질의 수요도 갈수록 증가할 것은 예측하기가 어렵지 않다. 현재 인류에게 고급 단백질을 공급하는 큰 축은 축산업으로 소·돼지·닭고기와 우유·계란이 대표적이고, 그 외에는 수산물과 극소수의 곤충이 그 역할을 나누어 맡고 있다.

인구의 꾸준한 증가로 경작지도 어느 시점, 한계에 부딪힐 것이 틀림없다. 과거에는 인간의 식량과 경합관계에 있지 않은 소나 양과 같은 반추가축(되새김동물)이 주된 식량 공급원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곡류사료를 이용해 손쉽게 단백질을 얻을 수 있는 돼지나 닭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덩달아 경작지 부족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고기 1kg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배합사료의 양은 한우고급육이 7kg으로 가장 많고, 돼지고기는 4kg, 닭고기는 2kg 정도다. 인구가 늘어나면서 시급해진 것은 단백질 섭취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대안 마련이다. 날계란을 먹을 때 생선비린내가 나는 것은 산란계(産卵鷄)의 사료로 정어리 가루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바다 오염 등의 영향으로 정어리 어획량이 줄어들면서 가격마저 올라 이것도 한계가 다가왔음을 실감하게 된다.

그렇다면 인류의 공존·공영을 위해 대체단백질은 어디서 찾아야 하는가? 현재로서는 곤충의 유충이나 번데기가 그 대안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곤충에는 단백질과 기능성물질이 함유되어 있는데다 톱밥이나 잔반을 활용할 수 있어 가축에 비해 사료효율이 매우 높을 뿐 아니라 인간의 식량과 경합되는 일도 없기 때문이다. 잠시 곤충의 정의와 ‘제1회 곤충의 날’(2019년 9월 7일)의 이모저모를 살펴본다.

‘곤충(昆蟲)’이란 절지동물 문(門)에 속하는 다리가 세 쌍인 벌레를 가리키는 동물학 용어다. 중국 <한서 漢書>와 우리 문헌 <재물보 才物譜> <물명고 物名考> <지봉유설> 등에 ‘초목곤충(草木昆蟲)’ 등의 이름으로 등장한다.

필자는 지난 9월 6일 대전 유성호텔에서 열린 ‘제1회 대한민국 곤충의 날’ 기념식과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작은 동물, 곤충의 큰 도약”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기념식에서는 그동안 묵묵히 곤충산업을 위해 노력한 분들에 대한 표창장 수여가 있었고, 뒤이어 네덜란드 와게닝대학 툰 펠캄프 박사와 미국 웨스트버지니아대 박용락 교수가 차례로 나와 유럽과 미국의 곤충산업에 대해 소개했다. 그 다음은 국내 곤충산업과 연구 동향에 대한 발표와 곤충산업 발전에 대한 종합토론이 뒤따랐다.

이날 특히 주목을 받은 것은 강남세브란스병원 김임경 외과의사의 ‘갈색거저리를 이용한 수술 후 암환자 대상 면역력 개선 효과’에 대한 발표였다. 그는 ‘고소애(갈색거저리)식(食)’이 기존 환자식보다 평균열량이 1.4배, 단백질량은 1.5배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고, 근육량은 3.7%, 근육과 골격은 4.8%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고 밝혔다. 암환자의 영양상태 평가지표인 PG-SGA 평가 결과에서도 고소애 섭취군(群)의 90%가 기존의 영양상태를 유지했거나 개선된 수치를 나타냈다고도 했다. 그는 덧붙여 “고소애식은 필수아미노산과 불포화지방산 함량이 많고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암환자의 영양상태와 면역력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18년 말 기준 농림축산식품부의 곤충산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곤충 판매액은 375억원이었고, 곤충업(昆蟲業) 신고 건수는 2012년(383곳)의 6배였다. 또 2017년(2천136곳)에 비해 8.5%가 증가하는 등 곤충산업이 수치 면에서도 가파른 증가세를 나타냈다. 울산에서도 3개 단체에 59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고, 20곳 3천295㎡에서 애완곤충을 비롯해 귀뚜라미, 흰점박이꽃무지, 갈색거저리 등을 사육하면서 곤충 산업화의 토대를 다져가고 있다. 울산시농업기술센터에서는 지역 회원을 중심으로 시범사업과 컨설팅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下편으로 이어짐

윤주용 울산시농업기술센터 소장·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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