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페이, ‘그들만의 잔치’인가
울산페이, ‘그들만의 잔치’인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10.14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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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사랑상품권 ‘울산페이’가 지난 8월말 발행됐다. 전자화폐 형식인 울산페이는 지역경제 활성화란 목적을 갖고 있어 울산지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울산페이는 올해 말까지 300억원 규모로 발행된다. 세금이 투입된 경제활성화 정책으로,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내년에도 발행될 전망이다. 울산페이는 지역화폐이기 때문에 화폐로서의 한계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산페이가 계속 발행돼도 좋은 것인지, 이를 통한 정책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 이쯤에서 짚고 따져본다.

울산페이는 울산사랑상품권을 살 때 이용자에게 5% 할인혜택을 주고, 사용금액의 30%를 소득공제로 돌려준다. 울산페이 가맹점에서는 이용자 소비에 따른 경제적 효과도 있지만 소상공인 대출을 받을 때 울산신용보증재단을 통해 금리우대 혜택도 받는다. 가맹점이 상품권을 현금화할 때 수수료는 물론 없다. 이용자와 가맹점이 잘 연결된다면 울산지역에 300억원의 소비효과를 가져온다. 울산페이는 절세와 할인소비, 경제효과의 목적에선 긍정적일 수 있다.

그렇다면 울산페이는 정말 좋은 정책인가?

울산페이에는 300억원에 대한 5% 할인액인 15억원과 발행수수료, 울산신용보증재단 이자보전액 등이 들어간다. 이 돈들은 모두 세금에서 지출된다. 우선 눈에 보이는 15억원은 정부보조금 12억원과 울산시 보전금 3억원으로 구성돼 있다. 발행수수료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울산신보 이자보전액은 울산시가 시행하는 소상공인 지원 정책에 따라 우선 지원된다.

즉 울산페이는 이용자에게 300억원 중 15억원을 할인해 줄 테니 이 돈을 가맹점에서만 쓰라는 것이다. 세금으로 시민들의 지갑을 열게 하고, 세금으로 가입을 유인한 가맹점에서 ‘그들만의 잔치’를 벌이는 게 울산페이의 사용 생태계란 느낌이 짙다. 지역화폐의 한계성이란 말도 이 때문에 나온다.

울산페이는 1인당 1회 50만원씩, 연 500만원까지 사용할 수 있다. 시민 1명씩이 이 한도를 사용한다 하더라도 세금으로 혜택을 볼 수 있는 인원은 인구 115만명의 0.5%인 6천명에 불과하다. 물론 더 많은 시민이 울산페이를 이용할 수 있겠지만 보편적이지 못할 것만은 분명하다. 울산시는 소수의 시민들에게 정부와 울산시 세금 15억원을 나눠주고, 300억원을 소비하라는 것이다.

가맹점은 지난달 기준 5천여 곳이다. 이는 울산지역 소상공인 점포 6만2천여 곳의 0.8%에 불과하다. 울산페이를 사용하기가 불편한 것은 당연지사다. 울산페이 이용자는 이 가맹점에서만 300억원을 소비해야 한다.

이러한 울산페이 이용생태계는 세금의 편향적 투입으로 나타난다. 울산페이 이용자에게 할인이라는 세금혜택을 줬으면 어느 점포에서든 사용할 수 있어야 세금투입의 공정성이 그나마 확보된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울산페이를 받을 수 없는 비가맹점은 세금혜택을 받은 이용자로부터 차별을 당하는 셈이고, 이는 울산시가 조장한 것이 된다. 또 가맹점은 가맹점대로 대출금리 우대와 울산페이 이용자에게 투입된 세금이란 두 가지 혜택을 받게 된다.

3억원+α란 세금이 울산시 입장에선 작은 돈일지 몰라도, 세금은 단 1원이라도 공정하게 쓰이는 게 옳다. 울산페이의 다른 이름은 ‘지역사랑상품권’이다. 이 이름에 걸맞게 정책을 시행할 때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두루두루 살펴야 한다. 소수의 이용자가 300억원의 소비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을지, 이 300억원이 지역경제에 얼마만한 활성화 효과를 가져다줄지도 의문이다. 지금으로 봐선 ‘그들만의 잔치’로 비쳐지는 울산페이 정책이 썩 좋은 정책은 아닌 것 같고, 정책적 목표를 정확히 달성하기도 어려운 것 같다.



정인준 취재2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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