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차 창작뮤지컬 ‘외솔’ 공연리뷰】 외솔의 인간적 면모 부각 ‘호불호’
【5년차 창작뮤지컬 ‘외솔’ 공연리뷰】 외솔의 인간적 면모 부각 ‘호불호’
  • 김보은
  • 승인 2019.10.09 20:4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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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솔의 감정표현 분출 등 세부적 부분서 변화늦은 무대전환으로 몇 차례 긴 암전도 몰입방해
지난 8일 울산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무대에 오른 뮤지컬 외솔 공연 모습.
지난 8일 울산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무대에 오른 뮤지컬 외솔 공연 모습.

해마다 완성도를 높여가던 창작뮤지컬 외솔이 올해는 그 기세가 한풀 꺾인 모양새다.

뮤지컬 외솔은 울산 출신의 한글학자 외솔 최현배의 일대기를 다룬 5년차 울산의 대표 창작콘텐츠다.

올해 공연은 지난 8일과 한글날인 9일 이틀간 울산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펼쳐졌다.

유료 관객 전석 매진을 기록할 정도로 공연 시작 전부터 관객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으나 작품의 완성도 측면에서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작품의 전반부는 최현배가 상경해 운명적으로 김두봉과 주시경을 만나고 ‘우리말 큰 사전’ 편찬이라는 필생의 꿈을 갖게 되는 과정이 그려진다. 이어 일제의 탄압, 김두봉과의 사상 갈등 등에도 우리말과 글을 바로 세운다는 신념을 잃지 않고 마침내 우리말 큰 사전을 완성하며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이 틀을 유지하되 올해는 세부적인 부분에서 변화를 줬다. 특히 작품의 새로운 얼굴이 된 최수형 배우의 외솔은 보다 드라마틱하게 바뀌었다.

작품 속 외솔은 일제강점기, 6·25전쟁을 거치면서 뜻을 함께했던 동지들을 하나 둘 떠나보내며 슬퍼하고 부풀었던 꿈을 좌절케하는 현실의 벽 앞에서 절망한다.

이전의 외솔이 감정의 표출을 절제하며 내면에서 담담히 삭혀냈다면 새로운 외솔은 온몸으로 울부짖으며 고통을 밖으로 토해냈다.

학자인 외솔 최현배 선생이 가진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그러나 변화된 외솔의 모습에 관객의 호불호가 나뉜다.

학자 외솔이 아닌 인간 외솔이 두드러지면서 인물이 전보다 입체적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확연히 달라진 감정의 폭은 표현이 과하게 비춰지거나 역사 인물을 소재로 한 여타 작품과의 차별성을 상실한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데다 늦은 무대 전환도 관객의 몰입을 방해했다.

몇 차례 무대 전환을 위한 암전이 길어졌고 관객들은 무대 위에 배우들이 자리를 찾아 움직이고 세트가 무대 안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고스란히 보게 됐다.

이 같은 약점의 노출은 아직 100% 완성되지 않은 제작진과 출연진의 호흡에서 비롯됐다.

올해 초 울산시는 초연부터 제작을 맡아온 울산의 제작사 외솔뮤지컬컴퍼니를 공연 제작에서 배제했고 울산문화재단이 지난 2월 제작사를 찾는 전국 단위 공모를 진행했다.

지난해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에서 2관왕을 차지하고 서울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열린 한글날 기념식 무대에 오르며 작품이 전국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지난 3월 다시 외솔뮤지컬컴퍼니를 제작사로 선정키로 했고 결국에는 시간만 허비한 셈이 됐다.

이후 8월말에서야 주연배우를 비롯한 출연진을 확정하고 전체 연습에 들어갔다.

이러한 일정이다 보니 예년보다 작품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럼에도 내년이 기대되는 건 외솔뮤지컬컴퍼니가 공모 선정으로 3년이란 시간을 보장받았기 때문이다. 발견된 문제들을 보완하고 작품을 더욱 숙성할 기회다.

내년에는 지난해와 같은 완벽에 가까운 작품 완성도로 울산시민뿐만 아니라 전 국민의 사랑을 받을만한 뮤지컬로 돌아오길 기대해본다.

김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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