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한 번 타 주실 거죠?
자율주행차 한 번 타 주실 거죠?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10.07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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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오후 울산시청을 방문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송철호 울산시장을 만나 수소경제 분야의 협력을 약속했다. 박 시장은 귀경하기 전 잠시 짬을 내서 울산시가 제공한 수소차에 올라탔다. 시청 현관 로비에서 박 시장을 배웅하는 송 시장과 수소차의 문을 여는 박 시장의 모습은 다음날 지역 신문들의 지면을 의미 있게 장식했다.

수소차를 주저 없이 타는 모습의 박 시장이 새삼 부러워 보였다. 송 시장이 수소차를 시승하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취재기자나 지역 자동차산업 관계자에게 “송 시장이 수소차를 타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하고 물었겠는가. 이때 돌아온 대답은, 필자의 지레짐작인지 모르지만, 생각지도 못한 내용이었다.

지방자치단체장의 일거수일투족은 전략적이면서도 퍼포먼스적 상징성을 갖는 경향이 있다. 그러기에 기자들은 단체장이 보여준 언행에서 그 배경을 분석하고 전개될 상황을 추리하기도 한다. 수소차 시승 장면을 본 적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송 시장을 ‘자동차산업을 홀대하는 시장’이라고 힐난하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도 그 때문이 아닐까. 사실여부를 떠나 지역 자동차업계 일각에서 울산시가 추진하는 미래차 비전을 사시로 보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산의 자동차산업은 미래를 향해 전력 질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울산 자동차산업의 힘은 현대자동차와 이를 떠받치고 있는 부품기업들로부터 나온다. 현대차가 메이커로서 시장을 만들어주면 부품기업들은 납품과 함께 기술력과 제품경쟁력도 키우기 마련이다. 부품기업들은 10여년 전부터 친환경자동차산업을 준비해왔고, 지금 한창 꽃을 피우는 중이다.

준비가 탄탄한 부품기업들의 역량은 100억원이 안 되는 돈으로 전기자동차를 ‘뚝딱’ 만들어낼 정도다. 하이브리드차, 초소형 전기차, 택배용 1t 전기화물차와 시범운행 단계인 자율주행차도 이를 기반으로 개발했다. 자동차 하나를 개발하는 데 수천억원씩 쓰는 메이저 회사들이 보면 기가 찰 노릇 아니겠는가. 그중 한 기업은 세계 전기차 1위 기업 테슬라에 주요부품을 납품하면서 번 돈으로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준비를 같이 하고 있다.

울산의 미래자동차 연구개발 트렌드는 ‘미래형 자율주행차 개발’이다. 지역 기술강소기업들은 예전부터 쌓아둔 자동차부품 기술에 자율주행 기술을 접목시켜 또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중이다.

울산은 자동차산업 인프라가 강하다 보니 전기차나 자율주행차 개발에 뛰어드는 중소기업이 늘고 있다. 자율주행차 생산 소식을 듣고 관련기업들이 국내 각지에서 몰려드는 현상도 나타난다. 소프트웨어, 카메라, 빅데이터로 무장한 기술강소기업들이 그린카기술센터 등에 속속 입주해 시너지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기업들이 미래자동차산업을 이렇게 열심히 준비하고 있으니 송 시장이 한 번쯤 격려의 말씀이라도 들려주는 것이 어떨까. “자율주행차는 울산이 세계 최고”라는 사실을 전략적인 관점에서 알리자는 것이다. 우리뿐만 아니라 세계는 지금 자율주행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붓고 있다. 그렇다고 울산이 뒤따라가는 후발주자는 아니다. 세계 1등 기술을 보유한 선발주자인 것이다.

주마가편(走馬加鞭)이란 말이 있다. 정말 잘 달리고 있는 지역 기술강소기업들이 앞으로도 계속 잘 달릴 수 있도록 자율주행차를 송 시장이 몸소 타 보시기를 권유한다. 시승할 때 취재진도 초청한다면 전국적인 홍보효과도 덤으로 얻을 것이다. “수소차도 안 타는데, 자율주행차를 타?” 이런 말을 내뱉은 양반에게 송 시장이 행동으로 한 방 멋지게 먹여주길 기대 해본다.

정인준 취재2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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