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창고를 찾아 연해주로!
생명의 창고를 찾아 연해주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10.07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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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주년 광복절 경축사에는 “환동해 경제가 부산에서 시작하여 울산과 포항, 동해, 강릉, 속초, 원산과 나진, 선봉에 이어 블라디보스토크를 거쳐 대륙경제로 뻗어 나갈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연해주는 역사적으로 대조영이 건국해 해동성국으로 번창했던 발해의 근거지였고, 근대에는 우리 민족이 먹고살기 위해 혹은 독립운동을 위해 이주해 간 곳이다. 두만강 북쪽 바다와 접해 있어 ‘연해주’라 불리고, 콩의 원산지로도 알려져 있다. 지금도 콩기름과 대두박을 생산해 러시아 전역에 공급하고 있다.

두만강 이남 한반도에서 유난히 콩 음식이 발달한 것도 우연은 아니다. 두부, 된장, 콩나물은 식물성단백질과 섬유소 공급원으로 지금도 소중한 우리 음식이다. 10년 전부터 서울사료, 롯데, 아그로상생, 남양, 포항축협 등 국내 기업들이 블라디보스토크를 중심으로 콩, 옥수수, 쌀, 우유를 생산해오고 있다. 특히 가축용조사료 업체인 포항축협은 이곳의 건초를 국내로 들여와 한우산업 안정화에도 기여했다.

필자는 연해주에서 울산농장 개척이 가능한지 알아보려고 지난 8월 청년농업인 2명, 포항축협 관계자와 함께 포항축협 농장과 현지 농장 몇 곳을 둘러보았다. 미리 구상한 운영 모델은 크게 세 가지였다. 첫째는 융·복합형 영농 클러스터 구축. 영농기반 조성으로 조사료와 식량자원을 생산하고, 해외농업기술학교 설립으로 청년농업인의 중앙아시아 진출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는지, 가능성을 타진하는 일이었다. 둘째는 생산지의 확장. 생산한 사료자원의 국내 반입과 수입선 다변화로 사료자원 공급을 안정화시키는 일이었다. 셋째는 김치산업 및 고급양채류 중심의 투자가 가능한지 타진하는 일이었다.

현지에서 본 연해주 농업의 특징과 날씨, 한국업체의 현황을 요약해본다. 북위 42.7~48.4도에 위치한 연해주는 서리가 안 내리는(無霜) 기간이 약 160일로 짧고, 온대성 몬순 바람이 분다. 우기에는 비가 잦지만 태풍은 없고 콩, 옥수수 등 곡물 종자는 유전자 변형이 없는 ‘non GMO’이다.

다음은 2018~19년의 한국업체 현황. 지난해 우리 기업들의 생산성(톤/ha)은 콩이 2.2로 미국의 86%, 옥수수는 7.6으로 미국의 69% 수준이었다. 아그로상생, 서울사료, 롯데, 남양 등 9개 업체의 올해 파종면적은 2만2천328ha로 콩 1만7천345ha, 옥수수 2천872ha, 벼 350ha 건초 및 채소 1천761ha 순이었다. 최근에는 배추와 양상추, 양파, 호박 등 채소류가 85ha를 차지했다.

다음은 현지에서 얻은 교훈. ① 포항축협의 건초, 서울사료의 알곡옥수수처럼 국내에 부족한 조사료와 곡물자원을 반입하면 실익이 생긴다. ② 콩 위주로 농사를 지으면 현지 판매와 국내 반입이 가능해져 진출 초기에는 안정적 경영에 도움이 된다. ③ 수확기의 잦은 강우는 건초의 품질을 떨어뜨리므로 연맥 대신 옥수수를 재배해서 사일리지나 알곡 형태로 국내에 들여오는 것이 유리하다. ④ 고랭지 채소류 재배로 여름철 김치산업을 확대시키고, 양상추 등 고급채소류를 재배하면 실익이 있는지 검토해볼만하다. ⑤ 중국 등지에서 수입해오는 과일은 품질이 한국산보다 못한 만큼 고소득층을 겨냥한 울산 배(pear) 수출을 검토해볼만하다.

자원이 부족한데다 사우디 사태로 기름값 걱정, 돼지열병 사태로 돼지고기값 걱정을 해야 하는 우리는 늘 좌불안석이다. 또 곡물 대부분은 한두 나라에 치우쳐 수입하고 있다. 이를 다변화해서 유사시에 대비하고 경쟁력도 키워야 할 시점이다. 환동해 시대에 농업의 지평을 연해주를 넘어 중앙아시아로 넓히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때가 바로 지금이다.

윤주용 울산시농업기술센터 소장, 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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