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점투성이 ‘배달의 다리’ 개선 서둘러야
허점투성이 ‘배달의 다리’ 개선 서둘러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10.06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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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미탁’의 영향으로 일주일 연기했던 ‘배달의 다리’ 시범운영을 울산시가 지난 4일(금)과 5일(토) 이틀에 걸쳐 시작했다. 첫날은 울산교 상판에 공사자재가 널린 가운데, 둘째 날은 태화강 바람이 세차게 부는 가운데 ‘배달의 다리’를 시민들에게 선보였다. 그러나 허술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닌 것으로 드러나 개선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물론 시민들 앞에서 한 약속이니 지킬 수밖에 없었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지역경제를 되살릴 ‘새로운 명소’로 만들겠다는 목표에 너무 집착하다 보면 자칫 예기치 못한 화를 스스로 불러 낼 수도 있는 법이다. 그러기에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넌다’는 마음가짐으로 신중에 신중을 다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보는 시각에 따라 우선순위에 차이가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배달의 다리’ 운영에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의 하나는 ‘안전 문제’라고 생각한다. 배달음식 소비자의 시각에서 보면 ‘배달의 다리’ 시설물에는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보호시설이 절실하지만 현재로서는 전무한 상태다.

강바람이 세차게 불었던 지난 5일, 이곳을 찾은 시민들은 주문한 음식을 덜덜 떨다시피 하면서 먹을 수밖에 없었다. 어느 일가족은 일회용 돗자리를 등 뒤에 두르고 바람을 피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감기나 저체온증에라도 걸리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안전문제’는 배달서비스 종사자들에게 더 심각한 문제일 수 있다. 다리 북쪽(중구 쪽)이든 남쪽(남구 쪽)이든 차량 통행량은 많고 차량 속도는 빠른 편이다. 늘 ‘시간과의 전쟁’에 쫓겨야 하는 배달 종사자들로서는 매주 금·토요일 오후만 되면 목숨 건 싸움에 매달릴 수밖에 없지만 교통안전 대책이 나왔다는 소식은 아직 들어본 적이 없다. 마땅한 사전교육이라도 하지 않는다면 다리를 건너는 시민들도 사고위험에 노출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5일 오후 오토바이를 탄 한 배달종사자는 ‘자전거 금지선’을 뚫고 들어가 근처를 지나가던 시민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본란에서 이미 지적한 바도 있지만 ‘난간 추락 대비책’이 허술하기 짝이 없는 점도 문제점의 하나가 아닐 수 없다. 지난 4일과 5일, ‘배달의 다리’에 선보인 배달음식 중에는 닭튀김, 김밥, 떡볶이 등이 주를 이루었지만 소주병, 음료수병도 적잖이 볼 수 있었다. 알코올성 음료는 예기치 못한 사고나 사건을의 원인이 될 수도 있고 소주병이나 음료수병은 흉기로 둔갑할 수도 있기 때문에 특단의 대책을 서둘러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시범운영 이틀 동안 ‘배달의 다리’에서 질서 유지에 나선 사람은 자원봉사를 하러 나왔다는 소수의 H봉사회 회원과 아르바이트 대학생이 고작이었다.

울산시는 ‘낭만노을과 함께하는 배달의 다리’라는 표현에서도 느낄 수 있듯 ‘배달의 다리’를 쾌적한 힐링 공간으로, 더 나아가 문화예술이 살아 숨 쉬는 역동의 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아직 ‘어메니티(amenity, 쾌적함)’ 개념의 흔적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자전거 탑승운행 금지’라고 큼직하게 써서 걸어놓은 경고판은 흉물스러운 느낌만 줄 뿐이다.

그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는 생리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공간이 다리 어디에도 없다는 점이다. 컨테이너를 이용한 ‘테이블 배정 안내소’는 다라 양쪽에 두 개나 있어도 간이화장실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자전거 거치대’가 없어 시민들이 타고 온 자전거를 다리 난간에 매달아두게 하는 것도 문제다.

울산시는 시행착오를 몇 번 겪어보고 나면 나아질 것이라고 낙관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배달의 다리’가 관광명소로 발돋움하려면 볼거리, 먹을거리 못지않게 쾌적함과 안전에도 각별히 신경 쓸 필요가 있다. 정 안 되겠다 싶으면 처음에 품은 꿈 자체를 바꿀 일이다.

울산교를 ‘먹자판 다리’가 아닌 그보다 몇 차원 높은 문화예술과 힐링의 공간으로 변모시키는 꿈도 동시에 꾸어 보자는 얘기다. 이 같은 여론은 ‘배달의 다리’란 별칭이 확정된 뒤로, 특히 지역의 식자층을 중심으로, 더욱 고개를 드는 경향이 있다. 구 삼호교에 이어 울산에서 두 번째로 세워져 역사성이 있고 스토리텔링거리도 많은 근대건축물의 하나가 바로 길이 356m, 너비 8.9m의 울산교이기 때문이다.

‘배달의 다리’에 대한 울산시의 기대는 여간 크지 않을 것이다. “배달의 다리는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 지정과 함께 재미있고 특색 있는 울산만의 관광명소로 탈바꿈시켜 지역 중소상권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기획됐다”는 말에서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여러 가지 문제점이 뒤늦게 나타나 감당하기가 힘들 것 같다면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서라도 차선의 방책을 찾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이다. 그 이전에 ‘배달의 다리’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빈틈부터 차근차근 메우워 나가는 것이 바른 순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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