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약자 배려한 그린하우스 합동결혼식 적극 추진”
“사회적 약자 배려한 그린하우스 합동결혼식 적극 추진”
  • 김정주
  • 승인 2019.10.01 21: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취임 1주년… 박순환 울산시설공단 이사장
박순환 울산시설공단 이사장.
박순환 울산시설공단 이사장.

 

날씨 궂을 때마다 찾아가는 울산하늘공원

“…올해는 당신이 없어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가을을 남기고 떠난 사랑’/ 그 노래가 너무 생각나서 슬퍼요./ 여보, 사랑했어요./ 다음 세상에서 만나요.”

“엄마, 우리 2월에 이사 가요./ 엄마가 쓰시던 컵, 돼지저금통, 이젠 보내고 갔으면 해요./ 울 엄마 하늘에서 서운해 하시면 어쩌나./ 엄마, 그리고 우리 세현이 7살 됐어요./ 얼마나 쫑알쫑알 대는지./ …엄마 사랑해요! 우리 가족 지켜주세요.…”

울산하늘공원에서 유가족들이 남긴 글을 모아 지난해 12월 네 번째로 펴낸 <전하지 못한 편지>에서 골라 본 자투리 글이다. 하늘공원을 관리하는 울산시설공단의 박순환 이사장(63)은 발간사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자식이 쓴 글에서는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신 우리 어머니들의 모습이 떠올랐고, 삶의 반쪽을 잃어버린 남편과 아내가 쓴 글에서는 가슴 한켠이 저릿해졌으며,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을 떠나보낸 부모님이 쓴 글에서는 코끝이 찡해짐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일까. 박 이사장은 울산하늘공원(울주군 삼동면 보삼길 550)을 유난히 자주 찾는다. 폭우가 쏟아지거나 눈이 내릴수록 더 극성이다. “고인과 유족의 근심, 바로 저의 근심이기도 합니다. 수목장, 잔디장으로 잘 가꾸어놓은 묘역이 비나 눈으로 훼손된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겨울철, 안 그래도 경사진 진입로가 눈까지 얼어붙어 차가 못 올라가면 차를 밀어올리고 제설작업도 거들지요. 직원들과 같이.”

주제어는 ‘소통협력, 시민중심, 현장경영’

1년 전에 취임한 박순환 울산시설공단 이사장. 10월 1일자로 임기 1년차를 마감하고 2년차에 접어든 그를 이사장 집무실에서 만났다. 오랜 만의 재회인데도 표정은 여전했다. ‘미스터 체어맨’(Mr. Chairman)으로 통하던 울산시의회 의장(2010.7.1~6.30) 시절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환한 미소. 그래서 자신도 몰래 붙은 별명이 ‘미스터 스마일’(Mr. Smile)이다. 미소는 흡인력으로, 흡인력은 소통으로 이어지기 마련.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 공단의 운영 비법을 넌지시 물었다. 돌아온 답은 ‘소통과 협력’, ‘현장경영’, 그리고 ‘시민 중심’. 1년 전 취임 당시 박 이사장이 제일 먼저 방점을 찍은 것은 ‘직원들과의 소통’이었다. ‘협력’을 이끌어내는 지름길이 ‘소통’에 있다는 그 나름의 경영철학이 바탕에 깔려 있다.

“구내식당과 체력단련장, 직원휴게실부터 장만하게 했지요, 넓은 이사장 집무실은 반으로 쪼개서 아랫사람이 쓰게 하고. 체력단련에 신경 쓴 것은 ‘친절은 건강에서 나온다’는 믿음 때문이었지요.”

그러면서도 스스로를 낮추려고 애썼다. 취임식을 생략하고, 이사장 승용차를 ‘캐피탈’에서 하이브리드 카로 바꾼 것이 대표적.

사실 시민이든 외부손님이든 가족처럼 대하는 데 미소나 친절만큼 효과적인 것이 더 있을까. 그리고 ‘가족처럼 대한다’는 것은 모든 공단 업무를 ‘시민 중심’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시종 그의 입가를 맴돈 대화의 주제어는 ‘시민’이었다.

‘현장경영’은 발로 뛰는 것을 전제로 한다. 한 주일 닷새 중 사흘을 그는 현장으로 달려간다. 현장 속에 소통이 있고 민원이 있고 해답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겨울 울산하늘공원 진입로에서 직원들과 눈을 치우는 박순환 이사장(오른쪽).
지난 겨울 울산하늘공원 진입로에서 직원들과 눈을 치우는 박순환 이사장(오른쪽).
지난달 30일 울산 시가지 대로변에서 은행열매 털기 작업에 나선 울산시설공단 직원과 시민들.
지난달 30일 울산 시가지 대로변에서 은행열매 털기 작업에 나선 울산시설공단 직원과 시민들.

 

“‘국가정원 쏠림’ 막을 연계관광 적극 검토”

재임 2년차의 박 이사장에게는 새로운 과제 몇 가지가 더 생겼을지 모른다. 그 첫째가 ‘태화강 국가정원 지정’이다. 시민들로서는 더없이 반가운 경사지만 공단으로서는 고도의 지혜를 요하는 상황변수로 다가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공단이 예의주시하는 것은 ‘국가정원으로의 방문객 쏠림 현상’이다.

“아직은 예단하기가 쉽지 않고 초기의 ‘깜짝 개봉효과’ 정도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울산대공원을 찾던 발길이 태화강 국가정원 쪽으로 자꾸만 쏠린다면 걱정 안할 우리 직원이 어디 있겠습니까? 대공원 정문 쪽에 포토 존을 설치하고 또 다른 이벤트를 마련하려는 것도 다 그 때문이지요. 긴 안목에서, 대공원과 국가정원을 한 줄로 묶는 연계관광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고민은 그뿐만이 아닐 수도 있다. 대공원 서쪽 호젓한 곳에 자리잡은 ‘그린하우스’(Green House)를 사람들이 자주 찾게 만드는 ‘그린하우스 활성화 방안’도 그 중의 하나. 몇 해 전 어린이 체험공간을 재단장해서 꾸민 그린하우스는 사방이 녹색으로 둘러싸인 최적의 힐링 공간이다. 공단은 그린하우스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잔디마당에서 ‘무료영화 상영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1인용 돗자리와 팝콘·음료 선물도 해보았지만 ‘백약이 무효’라는 말만 실감났던 것으로 전해진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박 이사장이 말문을 열었다. “한번 과감히 추진해볼 생각입니다. 요즘 세계적 화두가 되고 있는 ‘스몰 웨딩(작은 결혼식)’ 장소로 활용하는 구상도 꼼꼼히 해볼 참입니다. 방금 알아보았더니 그린하우스 대관료가 3시간에 30만원(시간당 10만원)이라는데 시민들께서 너무 부담스러워 하는 액수가 아닌지 검토해보고 대안을 찾을 생각입니다.”

박 이사장은 이내 그 밑그림을 보여 주었다. 우선, 다문화가족이나 집안형편이 어려운 사회적 약자 가운데 늦도록 결혼식도 못 치른 분들을 위해 합동결혼식이라도 주선해 주는 일이 그것. 대관료를 획기적으로 낮추는 방안도 대안의 하나로 떠올렸다.

지난달 17일 인천시설공단에서 열린 제10회 시설관리공단협의회 정기총회에서 신임 의장으로 추대된 박순환 울산시설공단 이사장(왼쪽에서 3번째)과 단체사진 촬영을 도운 다른 특·광역시 시설공단 이사장들. 사진제공=울산시설공단
지난달 17일 인천시설공단에서 열린 제10회 시설관리공단협의회 정기총회에서 신임 의장으로 추대된 박순환 울산시설공단 이사장(왼쪽에서 3번째)과 단체사진 촬영을 도운 다른 특·광역시 시설공단 이사장들. 사진제공=울산시설공단

‘특·광역시 시설공단협의회’ 의장도 겸임

그의 친화력은 가히 ‘전국구’로 통한다. 지난달 17일 인천시설공단에서 열린 ‘제10회 시설관리공단협의회 정기총회’에서 당당히 임기 2년의 신임 의장으로 추대된 것도 그의 숨은 내공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시설관리공단협의회’에는 서울, 부산, 인천, 대구, 세종, 울산 등 6개 특·광역시 시설공단 이사장들이 참여하고 있고 공감하는 건의사항을 정부부처 등에 전달해오고 있다.

이 자리에서 있었던 그의 취임 일성을 들어보자. “전국 특·광역시 시설공단의 지혜를 모아 시설공단이 지방공기업의 발전을 선도하고 시설 운영에 사회적 가치를 우선하게 해서 이용주민의 편의와 복리 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교류와 협력의 모델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10월 1일부터 감투를 하나 더 쓰게 된 그는 시차를 두고 연 1회씩 갖기로 돼 있는 정기총회와 세미나를 한꺼번에 진행하는 복안을 갖고 있다.

박 이사장이 헤어지는 마당에도 강조한 말이 있었다. ‘시민 중심’, ‘시민을 먼저 생각하는 시설공단’이 바로 그것. 사시(社是)와도 같은 이 유의미한 말은 앞으로 직원들과 같이할 현장 월간보고회, 소통간담회에서도 계속 영향력을 지니게 될 것이다.

박순환 이사장은 울산시설공단으로 자리를 옮기기 전까지 한국산업인력공단 기획운영이사(이사장 직무대행)직을 맡으면서 경영면의 내공도 쌓은 바 있다. 울산대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부인 문철순 여사와의 사이에 1남 1녀를 두고 있다.

글=김정주 논설실장·사진=장태준 기자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