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진단】울산, 선박 폭발사고 대응… 보완해야 할 점은?
【긴급 진단】울산, 선박 폭발사고 대응… 보완해야 할 점은?
  • 이상길
  • 승인 2019.09.30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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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대응 성공적, 대형화재 완전진압 역부족… 장비 확충 절실부산서 4시간 걸려 도착 3천t급 3001함이 불길 잡아소방대원들 호흡보호구 부족으로 병원에 실려가기도
30일 동구 염포부두에서 해경 과학수사대와 선주사 등 관계자들이 화재폭발 사고가 발생한 석유제품운반선 ‘스톨트 그로이란드’호를 살펴보고 있다.  	장태준 기자
30일 동구 염포부두에서 해경 과학수사대와 선주사 등 관계자들이 화재폭발 사고가 발생한 석유제품운반선 ‘스톨트 그로이란드’호를 살펴보고 있다. 장태준 기자

 

지난 28일 오전 울산 동구 염포부두에서 발생한 석유제품운반선 폭발사고는 유래가 없을 정도로 규모가 컸지만 다행히 최소화된 피해로 마무리됐다. 마치 폭탄이 터지듯 거대한 불기둥이 치솟았고, 5시간 넘게 유해 화학물질을 함유한 연기가 울산 전역으로 퍼져나갔지만 인명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그런 다행스런 마무리에도 불구하고 재난대응 과정에서는 향후 보완돼야 할 점이 지적되고 있다. 울산시도 30일 오전 월간업무보고회를 통해 보완책 마련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이번 사고로 향후 재난대응 과정에서 보완해야 할 점을 짚어봤다.

◇지역 소방함정·소방차 ‘총력’ 연쇄폭발 막으며 초기대응… 완전 진압엔 난항

계류된 선박에서 화재가 났을 경우 소방본부가 전체 상황을 통제하게 되지만 이번 석유제품운반선 폭발화재를 진압하는데 상대적으로 큰 힘이 됐던 건 울산해경이 보유하고 있는 소방함정들이었다. 폭발사고 발생 즉시 울산해경은 현장에 화학방재1함을 비롯해 소방 1호정, 방재 16호정, 300함 등 가용 소방함정들을 모두 투입했다.

이들 가운데 가장 큰 위력을 지닌 건 500t급의 화학방재1함. 시간당 24t의 물을 뿜어내는 이 함정은 울산해경이 보유 중인 소방함정 가운데 수압이 가장 세다. 또 나머지 300t급 정도의 소방1호정과 방재16호정도 시간당 20t 이상의 물을 방출하며 초기 진압에 나섰다. 아울러 육지에서는 60대가 넘는 소방차가 붙어 집중 살수작업을 펼치면서 연쇄폭발을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같은 집중 물 폭탄에도 화재는 쉬이 진압되지 않았다. 앞서 폭발사고 보고를 받은 해양경찰청은 부산해역에 정박해 있던 3천t급의 3001함 투입을 지시했고, 소화포의 위치도 높고 시간당 120t의 물을 뿜어낼 수 있는 3001함이 도착하자마자 순식간에 불길이 잡혔다. 울산해경이 보유한 소방함정들과 60대가 넘는 소방차들이 달라붙었는데도 잡히지 않았던 불길이 3001함 도착 후 잡히게 된 것. 하지만 3001함이 울산항으로 도착하기까지는 4시간이 걸렸다.

이 때문에 송철호 시장도 30일 열린 월간업무보고회의에서 3001함의 위력을 언급하며 석유운반선 화재사고와 관련해 진압장비의 보완을 지시하기도 했다. 송 시장은 “이번 화재 사고 과정에서 해경 소방함정에 의한 진화방법이 효과가 컸다. 하지만 부산에서 화재 진압선박이 오는데 4시간이 걸렸다”며 “4시간이면 다른 폭발사고로 번질 수도 있었을 텐데 참으로 다행스러웠다. 우리도 석유운반선 화재사고 관련진압장비를 더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지시했다.

송 시장이 지적한 3001함의 경우 원래 부산과 울산 등을 관할토록 해양경찰청이 부산에 배치한 것으로 울산항에는 이 거대한 함정을 상시 정박시킬 만한 공간조차 없다는 게 울산해경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3001함의 보유는 현실적으로 힘들지만 이번 같은 석유화학운반선 폭발사고의 위험이 상존한 울산항의 현실을 감안할 때 항만 폭발사고에 대비한 기타 소방장비 확충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울산소방본부 및 울산해경 관계자들은 “해경의 소방함정이나 소방본부의 소방차 등은 이번 사건에서도 확인이 됐지만 초기진압에 충분하다고 본다. 다만 일선에서 불을 끄는 대원들의 경우 이번에 호흡보호구가 부족해 많이 애를 먹었고 일부는 병원에 실려가기도 했다. 좀 더 세세한 부분에서 장비확충은 분명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불친절한 긴급재난 문자… 울산대교 통제 내용 없어 시민들 불편

이번 사고에 대한 울산시의 대응과정에서는 긴급재난 문자메시지 발송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시는 폭발사고 발생 후 총 7통의 긴급재난 문자메시지를 시민들에게 발송했다. 28일 오전 10시51분에 사고가 발생하자 40여분 뒤인 오전 11시32분에 사고를 알리는 최초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사고가 울산대교 바로 아래 정박한 선박에서 발생함에 따라 시는 이날 오후 11시15분부터 울산대교를 통제했지만 대교를 통제한다는 문자메시지는 발송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대교로 이동하려던 수많은 차량들이 한 동안 불편을 겪어야 했다. 이후 시는 화재연기에 따른 외출 자제를 촉구하는 비슷한 내용의 문자를 오후 12시26분과 오후 1시23분, 오후 4시24분에 연이어 보낸 뒤 오후 5시54분에는 ‘오후 5시47분을 기해 울산대교 통제를 해제한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발송했다.

하지만 시는 이날 오후 11시30분부터 정밀점검을 위해 대교 차량통행을 다시 통제했지만 문자메시지는 발송되지 않았다. 그러다 다음 날인 29일 오후 2시33분에 ‘안전점검 결과 이상이 없어 오후 2시30분부로 교통통제를 해제한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발송했다. 그 때문에 28일 오후 5시47분부터 대교 통제가 해제된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은 시민들은 이번에도 불편을 겪어야만 했다.

이에 대해 시는 “정밀안전진단을 위한 2차 울산대교 교통 통제 시에는 시간이 너무 늦고 그 시간에는 차량 통행도 많지 않아 문자메시지 발송을 못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8일 오전 10시 51분께 염포부두에 정박해 있던 2만5천881t급 케이맨 제도 선적 석유제품운반선인 ‘스톨트 그로이란드’호에서는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해 총 18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상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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