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프(BASF)가 안전에 대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두 가지 가치와 경영철학이 있다. “안전에 대해서는 절대 타협하지 않는다.(We never compromise on Safety.)”와 “당신의 안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Nothing is more important than your Safety.)”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한더위에도 화학공장을 포함한 대한민국 산업역군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국가발전을 위해 많은 땀을 흘렸다. 하지만 각종 매체를 통해 전해지는 사고 소식에 안타까움을 느끼면서 “왜 유사한 사고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갖는다. 화학산업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서 안전관리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 말할 수 있다. 동료들의 사고위험 최소화를 위해 다양한 종류의 시스템을 도입하고 운영방식 개발, 교육, 안전문화의 정착 및 안전 습관화를 뛰어넘어 생활화에 이를 수 있도록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갈수록 안전 인식이 중시됨에 따라 각 회사별, 지역별, 업종별로 훌륭한 법규와 규정 및 규칙들이 잘 갖춰져 있고 지금도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보완되고 있다. 오히려 선진국 이상으로 지나치게 많다고 생각될 정도다. 하지만 이렇게 잘 갖춰진 시스템에서도 사고가 줄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안전에 관한 두 가지 핵심가치를 가지고 있는 우리 회사에서도 전 세계 사업장에서 안전사고나 아차사고가 종종 발생하는데 그 이유가 무엇일까.

물론 여러 가지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기본은 ‘지키기’다. 필자는 사고에 이르지 않을 수 있었음에도 결국 사고로 이어진 경우를 살펴보면 대부분 기본인 ‘지키기’가 안 되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이는 사고 조사를 통해 나타난 결과를 보면 더욱 분명하다. 개인보호구 착용, 안전 작업절차 준수, 불안전한 행동 등 기본을 지키지 않는 것이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에스컬레이터 이용 시 경고문구가 적혀 있음에도 손잡이를 잡지 않는다”는 안전불감증에 대한 기고문을 본 적이 있다. 이에 반해 영국의 왕실과 미국 대통령은 비행기 트랩 이용 시에도 철저하게 손잡이를 잡는다. 기본 안전수칙이 몸에 배도록 교육받았고 그대로 실천하는 것이다. 사고는 지위고하에 상관없다. 어제까지 별 일이 없다고 오늘도 아무 일이 생기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영국의 심리학자 제임스 리즌은 스위스 치즈의 특징에서 사고의 원인과 결과에 관한 스위스 치즈 이론을 발견했다. 치즈 숙성 과정에서 특수한 박테리아가 배출하는 기포에 의해 많은 구멍이 생긴 것을 보고. 즉 늘 사고가 날 수 있는 다양한 잠재적인 위험요소들이 도사리고 있다가 이들이 동시에 나타날 때 대형사고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규정된 안전규칙을 반드시 지켜 나갈 때 사고로 이어지지 않는다.

업무를 시작할 때부터 안전에 대한 기본 지키기를 어떻게 정착시키고, 모든 동료가 안전한 사업장에서 일할 수 있을까가 가장 크고 어려운 과제다. 또한 모든 사람에게 습관화와 생활화가 이루어지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관리자의 의지가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전체 구성원이 함께 참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지키지 않는 부분이 발견됐을 때 서로 충고나 조언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이때 상대방으로 하여금 비난을 받거나 책임을 묻는 것처럼 느껴지게 해서는 안 된다. 당사자도 본인을 도와주는 것으로 여기는 개방되고 유연한 의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한국바스프 울산 화성공장은 2019년 3월에 무재해 20배수를 달성했다. 이 기록은 매우 훌륭한 성과다. 하지만 이에 안주하여 방심하거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연구개발을 소홀히 하면 안 된다. 그래서 안전문화 정착을 위해 매년 다른 주제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 회사의 안전에 대한 핵심가치를 지속 발전시키며, 석유화학 공장이지만 석유화학 냄새가 아닌 안전의 향기를 맡게 되기를 기대한다. 그래야 ‘출근할 때 그 모습 그대로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가기’(BASF의 2019년 글로벌 캠페인)가 실현될 수 있다. 미래는 우리가 꿈꾸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드는 것이기에….

유선정 한국바스프 울산 화성·유화 공장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