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고’ ‘화약고’ 소리, 안 나오게 하자
‘대형사고’ ‘화약고’ 소리, 안 나오게 하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9.30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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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명 가까운 인명피해를 내면서 매연과 유독가스로 시민들을 불안하게 했던 9월 28일의 염포부두 화학제품운반선 폭발·화재 사고는 몇몇 부정적 단어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려놓기도 했다. 한동안 수면 아래에 가라앉아 있던 ‘대형사고’ ‘화약고’ 따위의 단어가 그것이다. 일부 보도매체는 9월 30일자 기사에서 ‘액체화물이 몰리는 울산항은 사고위험을 떠안은 화약고’라는 표현을 구사했다. ‘대형사고’란 단어도 기사 속에 등장했다.

‘화약고’니 ‘대형사고’니 하는 단어는 실제로 일어났거나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사고나 상황변수를 있는 그대로 표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 후유증은, 도시 이미지 관리의 관점에서, 의외로 심각할 수도 또 오래갈 수도 있다. ‘대형사고의 개연성이 상존하는 화약고나 다름없는 도시’라는 부정적 인상을 외지인들에게 심어주어 ‘가고 싶고 머물고 싶은 도시’가 아니라 ‘가기 찝찝하고 머물기 싫은 도시’로 과장되게 각인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울산시를 비롯한 관계당국자들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같은 날 강길부 국회의원(울산 울주)은 한국산업단지공단이 제출한 자료를 근거로, 최근 5년 사이 국가산업단지에서 일어난 안전사고와 인명피해는 울산이 가장 많았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안전사고(총 134건)는 울산 29건, 여수 19건, 구미 14건, 남동 14건 순으로 울산이 최다를 기록했고, 인명피해(총 138명)도 울산 39명, 구미 18명, 남동 15명, 여수 13명 순으로 이 역시 울산이 맨 앞자리를 차지했다.

강 의원은 “늘어나는 국가산단의 안전사고와 인명피해의 원인을 정확하게 분석해서 안전사고와 완전히 담을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대규모 석유화학단지가 있는 울산, 여수, 구미에서는 대형사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그는 특히 “국가산업을 담당하는 산업통상자원부가 관련 부처·기관과 협력해서 산업안전을 담보할 근본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문도 했다.

강길부 의원이나 일부 보도매체의 지적은 울산의 도시 이미지에 일시나마 타격을 줄 수는 있다. 그렇다고 해도, 이는 썩 잘한 일이다. 환부는 드러내고 도려내는 과정 없이 감춘다고 없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강 의원도 강조했듯이 염포부두는 물론 울산지역 국가산업단지에서 일어난 각종 사고의 원인을 면밀히 분석한 다음 ‘대형사고 제로’, ‘화약고 제로’ 대책을 서둘러 마련했으면 한다. ‘울산 기피’ 현상을 잠재우는 일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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