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는 이날 오전 10시 50분쯤 예전부두 앞바다에 정박 중이던 화학제품운반선 '스톨트 그로이란드 호’(2만5천t급)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로 이어져 18시간도 더 지난 29일 오전 5시 25분쯤에야 가까스로 수습이 됐다. 이처럼 화재 완전진압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은 이 선박이 화학제품을 가득 싣고 있었던 데다 세찬 불길이 근처에 정박 중이던 화학제품운반선 ‘바우달리안 호’에까지 옮겨 붙었기 때문일 것이다. 다행히 두 선박의 외국인 선원 46명 모두 구출되긴 했으나 이 사고로 일부 선원과 우리 해경·소방 구조대원을 합쳐 부상자가 17명이나 발생해 가족과 시민들을 안타깝게 만들기도 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시커먼 연기가 주변 해상과 시가지까지 뒤덮었고, 예전부두 근처 울산대교는 한동안 차량통행 금지구역으로 발이 묶여 동구와 남구로 향하던 차량들의 운행을 강제로 가로막는 꼴이 됐다. 사고가 난 이후로 줄곧 사고현장 주변을 지나던 차량운전자들은 역하고 매캐한 유독가스에 시달려야 했고, 폭발 당시 최고 200m나 치솟은 시뻘건 불기둥 동영상이 SNS로 퍼지면서 ‘울산대교 공포증’까지 생겨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밖에도 두통을 호소하는 구조대원, 기름얼룩 피해를 입었다며 배상을 문의하는 차량운전자들까지 생겨나 피해자의 범위는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보인다.
사고가 나자 관계당국이 즉시 상황파악과 사태수습에 나선 것은 참 잘한 일이다. 울산시는 28~29일 이틀 동안 시민들에게 6차례나 긴급재난문자를 보내 주의를 당부하거나 울산대교 차량통제-해제 소식을 실시간으로 알렸다. 송철호 울산시장과 진영 행정안전부장관은 29일 화재진압 도중에 다쳐 병원에 입원한 구조대원을 위로하거나 사고 현장에서 유류나 화학물질이 새나가는 일이 없도록 하면서 당부하면서 바쁘게 움직였다. 그러나 정확한 폭발화재 원인은 아직까지 밝혀진 것이 없다. 이는 관계당국이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원인을 제대로 알아야 올바른 대책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화학제품운반선 폭발·화재 사고는 울산의 이미지를 ‘공업도시’로 되돌려 놓은 느낌이 없지 않다. 공을 들여 ‘생태도시’, ‘국가정원 도시’로 위상을 바꾸어 나가는 마당에 이 같은 악재가 되풀이돼서 좋을 것은 하나도 없다. 안전 매뉴얼에 빈틈이 있다면 다시 고쳐 작성하는 것이 옳다. 중상자도 있다는 부상자들의 빠른 쾌유를 빈다. 울산시와 책임 있는 당국은 시민들이 조속히 안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재발방지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