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선박 폭발 화재 ‘검은 연기 구름’ 유독가스 후유증
울산, 선박 폭발 화재 ‘검은 연기 구름’ 유독가스 후유증
  • 김원경
  • 승인 2019.09.29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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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타고 확산, 시민들 ‘두통·목 통증’ …차량엔 기름얼룩도울산대교 아래 대형 선박 통행 잦아 불안감 호소도
지난 28일 오전 10시 51분께 울산 동구 염포부두에 정박해 있던 2만5천881t급 케이맨 제도 선적 석유제품운반선인 ‘스톨트 그로이란드’호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북서풍이 불면서 검은 연기가 남구를 중심으로 중구와 북구 등 울산 전역에 퍼져나가고 있다. 장태준 기자
지난 28일 오전 10시 51분께 울산 동구 염포부두에 정박해 있던 2만5천881t급 케이맨 제도 선적 석유제품운반선인 ‘스톨트 그로이란드’호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북서풍이 불면서 검은 연기가 남구를 중심으로 중구와 북구 등 울산 전역에 퍼져나가고 있다. 장태준 기자

 

-남구 주민인 정모(50)씨는 염포부두 선박 폭발화재가 발생했던 28일 오후 1시께 아산로를 타고 운행하던 중 창문을 내렸다가 화재 연기를 흡입하게 됐다. 정씨는 하루 종일 두통과 목구멍 통증으로 고통을 호소했고, 다음 날이 되도 낫질 않아 결국 약국을 찾았다.

-울산대교를 타고 남구로 출근하는 동구주민 이모(46)씨는 지난 28일부터 울산대교 공포증이 생겼다. SNS를 떠도는 선박화재 폭발영상에 미사일 폭격을 연상케 하는 200m 불기둥이 울산대교를 훌쩍 넘는 것을 보고 또 그런 일이 일어날 것 같아 대교 이용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했다.

28일 울산시 염포부두에서 발생한 선박 폭발화재로 후유증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당시 폭발화재로 검은 연기가 바람을 타고 울산 전역으로 번지면서 많은 시민들이 고무냄새와 약품냄새 등에 따른 두통을 호소하고 있다. 심지어 차량 기름얼룩 피해까지 발생한 가운데 SNS상에 퍼지고 있는 폭발 당시의 불기둥 영상으로 울산대교 공포증까지 생겨나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 50분께 동구 방어동염포부두에 정박해있던 화학제품운반선 ‘스톨트그로이란드’호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해 18시간 30여분 만인 29일 오전 5시 25분께 완전 진압됐다. 사망피해자는 다행히 없었지만 구조된 선원과 구조대 등 17명이 화상과 연기흡입 등으로 치료를 받았다.

폭발 당시 거대한 불기둥과 함께 이후 배에 실린 석유화학제품이 불타면서 불길과 함께 유독가스가 마구 뿜어져나왔다. 끝없이 배출된 검은 연기로 인해 근처에 있던 소방관은 물론 경찰, 의료, 취재 관계자들에겐 당시 마스크가 필수였다. 하지만 진압이 장시간 계속되면서 현장에서는 두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화재가 발생했던 28일 오전 11시 40분부터 다음날 오전 2시 30분까지 현장통제 및 지원 봉사를 한 동부소방서 의용소방대 정혜옥씨는 “아직도 연탄가스 마신 것처럼 머리가 무겁고 아프다. 가슴이 답답하다. 목이 따갑다 등 불편을 호소하는 대원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날 화재발생 시간대에는 북서풍이 불어 검은 연기는 남구 장생포와 야음동, 삼산동을 중심으로 울산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먹구름으로 착각할 정도의 검은 연기 띠가 울산 전역의 하늘을 뒤덮었던 것. 이 때문에 지역 인터넷 카페에는 남구 삼산, 달동을 비롯해 중구 학성동, 복산동, 태화동, 밤에는 북구 매곡, 송정 등 울산 곳곳에서 역한 냄새가 감지됐다며 유독가스를 우려하는 글들이 이어졌다.

화재 다음 날도 ‘하루 종일 공기청정기를 돌려도 빨간 불이다’, ‘주말인데 아이와 장생포고래박물관에 가도 될까요’, ‘하루 지났는데 환기 좀 시켜도 되나요’ 등 화재 완진 소식에도 시민들은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태화강역과 염포동 인근 주차차량들은 검은 기름얼룩 피해까지 입었다며 보상여부를 문의하기도 했다.

염포동에 사는 한 주민은 “야외 주차장에 주차해놨다가 사고 다음날 타려고 갔다가 깜짝 놀랐다. 수많은 검은 점들이 차량을 뒤덮고 있는데 그냥 닦아도 안 지워지고 손톱으로 긁어보니 기름 같았다. 일반 세차로는 지워지지도 않을 것 같고 어디서 보상받아야 하나”며 언성을 높였다.

이런 가운데 이번 화재 이후 시민들은 울산대교의 안전성에도 의구심을 던지고 있다. 불이 난 지점은 울산대교와 250∼300m 가량 떨어진 곳이지만, 시꺼먼 연기가 교량 상판을 휩싸면서 선박화재가 울산대교 운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 것. 2015년 울산대교 개통 이래 태풍으로 인한 강한 비바람으로 통제된 적은 있지만, 이처럼 선박 화재로 통제된 사례는 처음이다.

하지만 평소 교량 아래로는 석유화학제품 등 위험물질을 실은 대형 선박의 통행이 잦아 다시 이번 같은 사고가 또 터질 지 모른다며 두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다른 한 동구주민은 “평소 1401번 좌석버스를 타고 대교를 넘어가면 남구로 이동하는데 시간이 절반이나 줄어 자주 이용했다”며 “하지만 이번 사고로 1401번 버스타기가 다소 두려워졌다”고 말했다. 관련해 울산시는 이번 선반화재 발생에 따라 시민들에게 총 7회의 안전 안내문자를 전송했다. 김원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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