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베이지 송’
‘솔베이지 송’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9.29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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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여고생이던 작은누나가 애잔한 음색으로 들려주던 노래 <솔베이지 송(Solveig’s Song>을 수십 년 만에 다시 들을 수 있었던 것은 대단한 행운이었다.

그것도 '천사의 목소리'라는 애칭이 잘 어울리는 시셀 슈샤바(Sissel Kyrkjebø, 50)의 육성으로 두 차례나 들었으니…. 한번은 KBS의 <아침마당(9.24)>에서, 한번은 같은 방송의 <걸어서 세계 속으로(9.28)>에서였다. 그녀는 한국 팬들을 위해 노르웨이 자택과 KBS 스튜디오에서 이 노래를 혼신을 다해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솔베이그의 노래(Solveigs Lied)>라고도 하는 이 노래의 가사나 작곡배경에 대한 풀이는 해설자마다 조금씩 달라 흥미롭다. 노랫말은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을 지낸 이철환 씨의 번역을 잠시 차용키로 한다. 1절만 음미해 보자. “그 겨울이 지나 또 봄은 가고~~/ 그 여름날이 가면 더 세월이 간다~~/ 아! 그러나 그대는 내 님일세~~/ 내 정성을 다하여 늘 고대하노라~~”

이 노래는 노르웨이 작곡가 그리그(Edvard Hagerup Grieg 1843~1907)의 극음악 ‘페르귄트(Peer Gynt) 모음곡’ 중의 하나다. <인형의 집>으로 유명한 노르웨이 극작가·시인 헨리크 요한 입센(Henrik Johan Ibsen, 1828 ~1906)의 부탁으로 그의 희곡 <페르귄트>를 자신의 음악으로 거듭나게 한 것. 노르웨이의 민속설화를 바탕으로 만든 입센의 희곡 <페르귄트>의 속살은 ‘노르웨이 판 순애보’라 해서 이상하진 않을 것 같다. 다음은 간추린 줄거리.

“노르웨이 어느 산간마을, 몰락한 부농의 아들 페르귄트는 방탕한 성격 탓에 사랑을 약속한 아름다운 여인 솔베이그(Solveig)를 놔두고 남의 결혼식장에서 신부를 납치해 산으로 도망친다.…그는 고향으로 다시 돌아와 그녀와 같이 살면서도 몽상가적 기질을 못 버리고 그녀를 남겨둔 채 다른 나라로 떠난다.”

“…마침내 그는 미국에서 금광을 발견해 엄청난 부자가 되어 돌아오지만 노르웨이를 눈앞에 두고 풍랑을 만나 알거지가 되고 만다. 간신히 목숨만 건진 채 늙고 비참한 모습으로 돌아온 고향 산중의 오막살이에는 그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던 백발의 솔베이그가 있었다. 그러나 그는 긴 세월, 그만을 기다려온 솔베이그의 품에 안겨 죽음을 맞이하고, 그도 머지않아 그의 뒤를 따르고 만다.”

이 이야기의 줄거리도 옮기는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다. 다른 ‘버전’은 어떨까. “노르웨이 어느 산간마을에 가난한 농부 페르귄트와 아름다운 소녀 솔베이지가 살고 있었다. 둘은 사랑했고 결혼을 약속했다. 페르귄트는 돈을 벌기 위해 외국으로 간다. 갖은 고생 끝에 돈을 모아 10여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오다가 국경에서 산적을 만난다. 돈은 다 빼앗기고 간신히 살아난 그는 솔베이지를 차마 볼 수가 없어 다시 이국으로 떠난다.…페르귄트는 늙고 지치고 병든 몸으로 겨우 고향으로 돌아와 어머니가 살던 오두막 문을 여니 백발의 솔베이지가 늙고 지친 노인 페르귄트를 반겨 맞는다. 허약해진 페르귄트는 그날 밤 솔베이지의 무릎을 베게삼아 조용히 눈을 감는다. 꿈에도 그리던 연인 페르귄트를 품에 안고 ‘솔베이지의 노래’를 부르는 솔베이지! 그녀도 페르귄트를 뒤따라간다.”

또 다른 버전의 해설에는 ‘풍랑’도 ‘산적’도 아닌 ‘해적’이 나타난다. 그 까닭이 무엇인지는 아직 잘 알지 못한다. 그래도 솔베이그-페르귄트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 그리고 메말랐던 가슴에 회상의 모닥불을 지펴준 ‘솔베이지의 노래’ 그 뜨거움은 쉬 가시지 않을 것 같다. ‘노르웨이의 종달새’ 시셀 슈샤바의 또 다른 감미로운 노래 ‘타이타닉 OST’처럼….

김정주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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