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단방역 못지않게 중요해진 ‘멧돼지 차단’
차단방역 못지않게 중요해진 ‘멧돼지 차단’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9.26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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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데없는 일들이 때와 장소를 안 가리고 일어나 시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야생 멧돼지들이 울산에서도 클레이사격 표적처럼 나타나 사람을 다치게까지 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원인이 아직 정확하게 밝혀진 건 아니지만, 전국을 긴장시키고 있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유력한 주범 중 하나가 멧돼지라는 사실이다.

예년 같으면 전례 없는 현상이지만, 멧돼지가 울산에 나타난 것은 9월 들어 최소한 세 번(신고건수는 6회)으로, 시가지나 주택가를 안 가리고 나타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멧돼지가 가장 최근에 출현한 것은 26일 아침나절(오전 6시 50분쯤)의 일로, 울주군 온양읍 외고산마을의 한 주택에 나타난 멧돼지 1마리는 낌새를 차리고 마당으로 나온 80대 할머니를 머리로 받고는 그대로 달아났다. 이 할머니는 복부와 팔에 가벼운 상처를 입고 가까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아직도 심적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소방당국은 이 할머니를 보살핀 후 주변을 수색하다가 할머니 집에서 15m가량 떨어진 개천에서 150㎏짜리 수컷 멧돼지 1마리가 죽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 멧돼지가 할머니를 공격한 멧돼지인 것으로 잠정결론을 내렸다.

이보다 하루 전인 25일 저녁나절(오후 5시10분쯤)에는 남구 학성교와 명촌교 남단 사이 오산삼거리 근처 태화강변에서 멧돼지 1마리를 목격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경찰과 소방이 남구 유해조수기동포획단과 함께 수색에 나섰으나 끝내 찾지는 못했다. 같은 날 오후 7시 15분, 8시 30분, 9시 16분에도 비슷한 위치에서 멧돼지 목격 신고가 잇따랐으나 이 역시 발견에는 실패했다. 첫 신고가 들어온 후 남구는 태화강변 산책로 등지의 시민들에게 대피하라고 안내방송을 했다. 남구에서는 그보다 여드레 전인 17일 새벽에도 멧돼지 1마리가 나타나 1시간 동안 쇼핑몰 주변과 주택가를 돌아다니다 경찰 순찰차를 들이받고는 태화강변 쪽으로 달아나기도 했다.

지금까지 멧돼지로 인해 다친 사람이 1명뿐이라는 것은 참으로 다행이다. 그러나 먹이라면 물불을 안 가리는 굶주린 멧돼지가 시가지에 또다시 나타나지 않는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시민들의 안전은 물론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차단방역에까지 신경을 쓰게 된 관계당국으로서는 멧돼지의 출현이 반가울 리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신경은 써야 한다. 돼지열병의 확산 못지않게 시민들의 안전도 중하기 때문이다. 차제에 울산시와 구·군에서는 돼지열병에 대한 우려도 가시게 하고 시민들에게 안도감도 심어줄 겸 야생 멧돼지의 출몰에 대비한 선제적 예방대책을 서둘러 마련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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