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詩] 교대 근무 / 홍미애
[디카+詩] 교대 근무 / 홍미애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9.26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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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눈으로 밤을 지킨 가로등

하얗게 잠든 아침

목백일홍 불 밝히고

대낮을 지킨다

마을은 밤낮없이 환하다

 

울산은 다른 도시보다 화학공장이 많이 있는 곳이다.

그래서 교대 근무를 잘 아는 사람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 울산의 공단 야경은 그야말로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타 도시에서 온 사람들은 공단 야경이 크리스마스 트리 같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러한 공단의 밤은 외부의 아름다운 모습과 다르게 삶의 애환이 가득한 곳이기도 하다.

불이라는 인위적인 것을 발견하기 전에는 사람은 낮에 움직이고 밤에는 잠을 자는 자연스러운 상태였다. 하지만 인간은 발전을 거듭하기 위하여 밤에도 불을 밝히고 더 많은 생산활동을 통한 진보를 거듭하고 있다.

인간의 진보를 나무랄 수는 없지만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는 행동은 사람의 건강에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 것도 사실이다.

가로등은 밤새 불을 밝히다 아침이 되어 불이 꺼진 채 하얗게 잠들고, 그 옆을 지키는 목백일홍은 가로등과 교대 후 붉게 핀 얼굴로 대낮을 환하게 밝히고 있다. 그렇게 마을은 밤낮없이 환하게 빛난다. 

밤에도 뜬눈으로 먹고사는 일이 아무리 힘들어도 이렇게 마음의 문을 열어놓고 계절이 주는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 세상은 또 그렇게 빛날 것이다. 사람이 사는 세상은 우리가 마음먹기에 아름답게 밤낮없이 빛날 수 있으리란 생각을 해본다. 글=박동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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