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시범운영… 타 메이커에 S/W 공급
"수소전기차는 자율주행에 적격인 플랫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5년 내 자율주행차의 본격 양산을 예고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자율주행차를 수소전기차와 맞물려 개발해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게임체인저가 되겠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23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에서 특파원 간담회를 갖고 “자율주행 기술을 오는 2022년 말께 완성차에 장착해 시범운행에 들어가고 2024년에는 본격적으로 양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능뿐만 아니라 원가의 측면에서도 만족스러워야 한다”면서 “우리가 개발한 소프트웨어(SW) 솔루션이 뛰어나다면 다른 완성차 메이커들에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2020∼2030년대에는 자동차 제품과 기술서비스의 융합회사로 도약하겠다는 의미다.
정 수석부회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력을 보유한 업체인 앱티브(ATIV)와의 합작회사 설립 본계약을 위해 뉴욕을 찾았다.
현대차그룹과 앱티브는 40억 달러(약 4조7천800억원) 가치의 합작법인 지분을 50%씩 갖게 된다.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는 현금 16억 달러(약 1조9천100억원)와 자동차 엔지니어링 서비스, 연구개발 역량, 지적재산권 공유 등 4억 달러(약 4천800억원) 가치를 포함해 모두 20억 달러(약 2조3천900억원) 규모를 출자한다. 앱티브는 자율주행 기술과 지적재산권, 700여명에 달하는 자율주행 솔루션 개발 인력 등을 JV에 출자한다.
합작사 설립 위해 현대차그룹이 20억 달러를 해외에 투자하는 것은 역대 최대 규모다.
신설 합작법인은 전세계 자동차 메이커에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자율주행용 S/W 개발 및 공급을 목표로 한다.
JV 본사는 미국 보스턴에 위치하게 되고, 추후 설립 인허가, 관계당국 승인 등을 거쳐 이르면 내년 중 최종 설립될 예정이다.
그는 “우리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비즈니스를 하기 때문에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앱티브사는 안전과 효율성을 중시하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앱티브사와 하나하나 함께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조인트벤처(JV) 방식의 2조원대 직접투자를 결정한 것도 다른 완성차 메이커들에 대한 소프트웨어 공급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실제 소비자가 원하는 곳에 갈 수 있는 수준의 자율주행이라면 보수적으로 보면 2030년께 자율주행 시대가 올 것”이라며 “인도와 같은 시장은 조금 느릴 것이고, 미 캘리포니아 팔로알토 같은 곳은 빠를 것이다. 우리나라는 중간쯤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그는 자율주행 시스템에서는 전력소모가 급격히 증가하는 만큼 현재의 배터리 전기차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장거리를 운행할 수 있는 수소전기차는 자율주행에 적격인 플랫폼”이라며 “자율주행차와 수소전기차는 서로 맞물려 개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기차 추세에 대해선 2020년 이후 계속 성장해 머지않은 시기에 자동차시장의 30% 정도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시장에 대해선 “물량 공급이 과다했다”면서 “우리도 공장을 하나씩 줄였지만, 중국은 여전히 큰 시장이고 곧 정리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신흥시장으로는 중부 아프리카를 꼽으면서 “시장은 작지만 인구도 많고 공유시장도 발전의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동남아 시장에 대해선 “일본 브랜드가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데 장기적으로 우리가 시장에 잘 안착한다면 그것만으로도 대성공일 것”이라며 “일본 메이커만 있는 독특한 시장이지만, 전략을 잘 짜면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일 무역갈등이 현대차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일부 화학 소재가 문제인데, 구매처를 다양화하고 안정화하고 있다”면서 “양국 경제 관계는 정상적으로 잘 유지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