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수 사태’가 지역정가에 던지는 메시지
‘조승수 사태’가 지역정가에 던지는 메시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9.24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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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 울산의 유력 정치인 한 사람을 잘 달리던 말에서 내리게 했다. 굳이 말을 만들자면 ‘중도하마(中途下馬)’의 처지로 주저앉게 된 것이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그는 추석연휴가 벌써 지났으므로 서울에 있었어야 할 시간인데도 계속 울산에 머물다가 음주운전 사고를 내고 말았고 결과적으로 소속 정당에까지 누를 끼친 셈이 됐다. 울산 북구를 기반으로 17~18대 국회의원과 북구청장을 지냈던 정의당 소속 조승수 ‘노회찬재단’ 사무총장의 근황을 두고 하는 말이다.

보도에 따르면 조승수 전 의원의 ‘음주운전 사고’는 지난 22일 오전 1시 20분쯤 울산시 북구 화봉동 7번 국도에서 일어났다. 사고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그의 승용차가 앞서가던 택시를 들이받는 바람에 택시운전자가 가볍게나마 다쳤기 때문이었다. 이때 경찰이 측정한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이었다고 한다. 조 전 의원은 16년 전(2003)에도 음주운전과 무면허운전으로 형사처분(벌금형)을 받은 적이 있어 선거 때마다 성가신 꼬리표가 되기도 했다.

조 전의원의 음주운전 소식은 23일까지만 해도 한동안 포털사이트 실검 1위에 올라 있기도 했다. 그의 정치적 무게감 못지않게 ‘윤창호법’ 발효 이후에도 여전히 꺾일 줄 모르는 ‘음주운전 불감증’에 대한 사회적 경계심이 그런 현상에 불을 지폈는지도 모를 일이다. 여하튼 그의 ‘상식 밖 처사’는 진보정치에 대한 회의감과 불신을 조장했다는 점에서 진보진영 내부에서도 ‘용서받지 못할 일’이라며 자성의 소리가 높은 것 같다.

정의당 울산시당은 23일 윤석호 사무처장 명의의 논평을 내고 이번 사태에 대한 사과와 유감의 뜻을 표시했다. 조 전의원이 시당 당적은 없지만 도의적 책임을 느낀다고 말한 울산시당은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보고 사고의 전말을 상세하게 파악하겠으며, 당의 절차와 내규에 따라 엄격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음주운전으로 인한 형사입건으로 물의의 중심에 서게 된 조승수 전 의원은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노회찬재단 사무총장직 사퇴와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내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울산 북구 재도전을 위한 당내 경선을 준비하던 중이었다. “재단과 당은 물론 국민 여러분께도 사죄 드린다”고 말한 그는 “앞으로 반성과 자숙의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탈당이나 정계은퇴까지 선언하지는 않았으나 지역 정가에서는 그의 정치생명이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냐 하며 성급한 관측을 내놓기도 한다. 중견 정치인의 일거수일투족은 그래서 더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조 전 의원의 중도하마가 지역 정가에 던지는 메시지는 결코 가벼워 보이지 않는다. 심각한 구설수에 올라본 정치인은 당선횟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반성과 자숙의 시간’을 다시 한 번 갖고 정치적 처신에 신중을 기했으면 한다. 특히 선수(選數)가 높은 정치인일수록 후배·신진 정치인에게 과감히 양보하고 용퇴할 줄 아는 모범을 보였으면 한다. 자고로 지혜로운 기사(棋士)는 잔꾀에 능하기보다 바둑돌 던질 때를 잘 아는 자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조승수 사태’가 주는 진정한 교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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