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후 밥맛 좋은 쌀을 얻으려면
태풍 후 밥맛 좋은 쌀을 얻으려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9.24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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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맛 좋은 벼’ 농사의 비법은 수확 전 논물 조절과 수확 후 보관, 온도 관리에 달려 있다.

첫째, 벼 수확에 앞서 논물을 언제 완전히 떼느냐(=빼내느냐)가 쌀의 품질에 영향을 미친다.

① 벼이삭이 팬 후로는 외부에서 흡수한 물질을 몸에 필요한 화학구조물로 바꾸는 ‘동화작용’을 일으키고 잎에서 만들어진 동화전분을 이삭으로 옮겨 보관하는 중요한 시기여서 수분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② 특히 잎을 통한 증산(蒸散=수분증발) 양이 줄고, 뿌리의 기능이 급격히 저하되면 뿌리에 산소를 원활하게 공급할 수 있도록 물을 2~3㎝ 깊이로 얕게 대주거나, 3일은 물을 대주고 2일은 물을 빼주는 ‘물 걸러대기’를 하는 것이 좋다.

③ 만약 일찍 물을 떼게 되면 수량(收量=수확량)이 줄어들 뿐 아니라 낟알이 제대로 여물지 않아 푸른빛을 띠는 청미(靑米)나 덜 익은 미숙립(未熟粒) 등 불완전한 쌀알이 늘어나 쌀의 품질이 떨어지고 밥맛이 나빠진다. 또한 밥맛과 관련되는 아밀로스와 단백질 함량이 늘어나고 Mg/K 당량비(當量比=완전연소 때의 연료와 공기·산소의 비율)는 줄어 밥맛이 떨어지게 된다.

④ 반대로 너무 늦게 물을 떼게 되면 수량과 미질에는 큰 영향이 없으나 수확이 늦어져 금이 간 동할미(胴割米)가 많이 생길 우려가 있다. ⑤ 쌀의 품질과 가장 밀접한 요소는 물을 완전히 떼는 시기로, 사질 또는 점질의 논에서는 가감이 필요하지만 일반적인 토질의 논에서는 이삭이 팬 후 30~40일경이 적기이다.

둘째 수확 시기가 쌀의 품질에 영향을 미친다. 수량이 높고 품질이 좋은 쌀을 생산하려면 가장 알맞은 수확 시기가 언제인지 판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① 벼의 수확 적기는 겉보기에 벼이삭의 알맹이가 약 90% 이상 황색으로 변할 때이다. 특히 상위엽(上位葉)이 녹색을 띠고 있다 하더라도 벼 낟알의 색깔이 어떤지를 살펴서 수확하는 것이 좋다. ② 수확 시기는 품종의 숙기(熟期) 또는 이삭이 패는 시기에 따라 다르지만 농가에서 80% 이상 가장 많이 재배하는 중만생종과 늦게 심은 벼는 이삭이 팬 후 55~60일이 수확 적기이다.

③ 너무 일찍 수확하면 청미나 미숙립이 많이 생겨 수량이 떨어지고 품질이 나빠진다. ④ 반대로 늦게 수확하면 쌀겨의 층이 두꺼워지고 금이 간 동할미나 못 생긴 기형미가 늘어나 완전미의 비율을 떨어뜨린다.

셋째 벼 수확 이후의 관리가 밥맛에 큰 영향을 미친다.

① 벼를 말리는 과정에서 쌀의 품질을 떨어뜨리는 원인의 하나로 열에 의한 급격한 건조를 들 수 있다. 건조가 빠르게 이루어지면 동할미와 손상립이 생기기 쉽고 밥맛을 안 좋게 한다. 반면 건조가 늦어지면 수분을 머금은 시간이 길어져 벼의 품질이 변하게 된다. ② 물벼의 수분함량이 20% 이상이면 8시간 이내, 수분함량이 26% 이상이면 4~5시간 이내에 건조작업에 들어가는 것이 좋다.

③ 높은 온도에서 벼를 건조시키면 단백질 응고, 전분 노화 등으로 밥맛이 떨어지고 종자 발아율도 낮아지므로 일반용은 45~50℃에서, 종자용은 40℃ 이하에서 서서히 말리는 것이 좋다. ④ 저장 상태의 벼는 호흡하는 과정에서 곡온(穀溫)과 수분함량이 늘어나므로 호흡을 억제시키려면 알맞은 함량의 수분과 온도로 관리해야 한다. 저장기간 중 호흡을 억제시키고 품질을 유지하려면 벼의 수분함량은 15%, 저장온도는 10~15℃, 상대습도는 70~80% 정도를 유지시켜야 한다.

우리는 매일 또는 끼니마다 밥을 먹는다. 우리가 먹는 밥은 여든여덟 번의 손이 가야 만들어지는 소중한 쌀로 지어지기 때문에 ‘인간과 자연의 소중한 합작품’이라고도 한다. 수확을 위한 관리와 밥맛 좋은 쌀을 만들기 위한 일로 막바지 구슬땀을 흘리는 손마디 굵은 농업인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올해는 태풍 ‘링링’과 ‘타파’까지 더해져, 벼가 불타는 계절[秋]인 가을에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윤주용 울산시농업기술센터 소장·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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