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교 ‘배달의 다리’의 성공을 기원하며
울산교 ‘배달의 다리’의 성공을 기원하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9.23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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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울산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배달의 다리’ 사업은 필자가 근무하는 울산발전연구원 이상현 박사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배달의 다리’는 인도교인 울산교를 국내 유일의 교량 노천카페로 조성해 특색 있는 먹거리와 볼거리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배달의 다리’가 성공한다면 울산을 전국에 알리고 또 태화강국가정원과 연계한 외부관광객 유입과 중구와 남구 지역의 상권 활성화나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부에서는 ‘배달의 다리’라는 콘셉트가 반구대암각화를 보유한 울산의 품격과 거리가 멀다고 비판하는 여론도 있다. 사실 ‘배달의 다리’가 처음 제안될 때 연구진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필자 역시 태화강과 시립미술관을 연계한 ‘미술관 가는 길’ 사업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반대했었다. 물론 지금은 누구보다 ‘배달의 다리’ 사업의 성공을 기원하고 있다.

‘배달의 다리’라는 콘텐츠를 만들기까지 연구진의 한결같은 고민은 “어떤 콘텐츠가 있어야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을 수 있는 태화강이 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이었다.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울산이 ‘노잼(No재미)도시’로 알려진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이는 필자만의 생각이 아니다. 100명이 넘는 시민참여단과 전문가의 라운드테이블, 1천 명의 시민설문조사 그리고 공무원과 연구진으로 구성된 TF팀 회의 등을 통해 알게 된 여론이다.

‘알쓸신잡’으로 유명세를 얻은 건축가 유현준 교수는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책에서 걷고 싶은 거리가 되기 위해서는 휴먼스케일의 체험이 동반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명동에 사람이 많은 이유는 작은 소규모 가게들이 많아 보행자의 다양한 선택권과 체험을 보장하고, 매번 새로운 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또 선택권이 많아질수록 보행자의 걷는 속도가 느려지고, 공간의 속도가 느릴수록 더 많은 사람이 찾게 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인도를 점유한 명동 거리의 노천카페들이 공간의 속도를 낮추기 때문에 사람들이 걷기에 무리가 없어 모여들게 된다는 이야기다. 강남대로나 테헤란로보다 명동으로 사람이 몰리는 현상이 바로 그 증거다.

‘배달의 다리’를 반대했던 필자와 일부 연구진들은 유현준 교수의 글에 크게 공감했다. 공간의 속도를 지배하는 것이 중요하고 노천카페가 그 해답을 줄 수 있는 매개체가 된다는 것을 처음으로 인지했기 때문이다.

울산교는 태화강의 몇 안 되는 인도교 중 하나다. 현장조사를 위해 울산교를 찾았을 때 받은 첫인상은 강을 건너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는 몇몇 시민만 오가는 텅 빈 공간이었다. 그러나 울산교 중턱에 서서 바라본 태화강의 잔잔한 물결과 태화강을 물들인 노을은 혼자 보기 아까울 정도였다. 노을 지는 다리에서 배달된 음식을 즐기는 낭만. ‘배달의 다리’에 대한 편견을 바꾸기 시작한 것은 그것이 공간의 속도를 낮추고, 다양한 체험 기회와 선택권을 주며, 도심에서 볼 수 없는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는 기회까지 줄 수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부터다.

9월 말 오픈하는 ‘배달의 다리’. 얼마 후면 시민들의 반응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터무니없다고 생각했던 아이디어를 과연 시민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필자로서는 알 수 없다. 다만 모두의 취향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불확실성을 안고도 지역 경제를 살리고, 살맛나는 도시, 재미있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기꺼이 실행에 옮긴 울산시에 박수와 격려를 보낼 뿐이다. 아무쪼록 태화강이 또 울산이 ‘배달의 다리’를 통해 노잼도시에서 벗어나는 출발점이 되길 희망해본다.

김희종 울산발전연구원 환경안전연구실장·환경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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