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원 관리, 이렇게 대충 해도 괜찮은가
국가정원 관리, 이렇게 대충 해도 괜찮은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9.23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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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피해는 별로 없는 것 같은데 ‘국가정원’이라고 부르기에는 좀….” 23일 낮 울산 중구 쪽 태화강 국가정원을 찬찬히 살펴보고 온 본보 취재진이 느낀 그대로 한 말이다. 취재진이 눈여겨 둘러본 곳은 태화교회 앞~느티나무 광장 사이 국내·외 작가의 작품들이이 설치된 정원으로, 관리가 매우 허술해 보였다는 것이 간추린 소감이다. 추분인 이날 점심나절은 제17호 태풍 ‘타파’가 소멸된 직후여서 태화강 국가정원에는 산책 나온 울산시민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었다.

취재진에 따르면, 태풍피해가 그나마 뚜렷해 보인 곳은 ‘태화강 수생식물정원 조성사업’ 현장이었다. (태화강정원사업단이 발주해서 지난 8월 26일 시작한 이 공사는 10월 24일 끝날 예정이다.) 느티나무광장에서 가까운 이 연못의 둘레 일부는 호우 때 쏟아진 빗물이 흘러넘쳐 흥건했고 강풍으로 꺾인 메타세쿼이아 나뭇가지들이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었다. 이보다 더 볼썽사나운 장면은 연못 둘레에 심어놓은 메타세쿼이아 50여 그루 중 적지 않은 수가 누렇게 잎이 타들어가거나, 강풍으로 가지가 꺾였거나, 잎이 떨어져서 나목(裸木)처럼 앙상한 몰골을 한 모습이었다. 물속에서 싱싱하게 잘 자라는 버드나무와는 사뭇 대조적이었다. 한 생물학 전문가는 태화강 국가정원에는 교목(喬木, 큰키나무) 대신 관목(灌木, 작은키나무)을 심어야 새도 모이고 정원 분위기도 살아난다고 조언했다.

‘총체적 무관심’이라고 지적받을 만한 요소는 태화강 국가정원 곳곳에 도사리고 있었다. 태풍 내습 이전부터 돌보지 않아 시들어간 것으로 보이는 작약을 비롯한 초화(草花)류가 대표적 본보기였다. ‘대나무의 시간’이란 이름표가 붙은 작품정원의 대나무 여섯 그루는 누군가가 뽑아서 가져가려다 그만둔 듯 여러 날 동안 흉물스레 드러누운 모습이 안쓰러워 보였다.

이밖에도 작품정원 한쪽 구석에 처박힌 소품용 자전거, 공연장 언저리에 버려진 무대장식용 쇠붙이와 나무토막, 삐딱하게 기울어진 무대화면 받침용 철제기둥, 느티나무 아래 버려진 소형 소방기구, 수로(水路)를 막은 스티로폼상자, 공사용 산책로 덮개(천)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모래로 가득 찼으나 배수(排水)기능이 시원찮은 어느 빈 공간은 지난밤에 고인 빗물이 빠져나가지 못해 산책 나온 시민들이 발목까지 빠지는 낭패를 당하기도 했다.

볼썽사나운 것은 또 다른 관점에서도 찾아낼 수 있었다. ‘2018 태화강 정원박람회’ 때 만든 것으로 보이는 안내판 또는 이정표의 용어나 문장은 “이런 식으로 해놓고 ‘외솔 최현배 선생의 고장’ 운운하다가는 큰 코 다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작약원’ 안내문이 그 첫째 사례였다.

“태화강 국가정원 작약원은 2012년부터 조성되어 현재…12종 84,600본이 식재되어 있다.” 여기서 ‘본(本)’은 ‘이폰(一本)’ ‘니혼(二本)’ ‘욘본’(四本)이란 발음에서 짐작이 가듯 왜색(倭色) 짙은 일본식 용어인 줄로 안다. 풀이나 나무의 수를 세는 순우리말 ‘포기’ ‘그루’가 버젓이 살아있는데 일본식 용어에 아직도 집착한다는 것은 쉬 이해가 가지 않는다. ‘식재(植栽=심어 가꾸다)’란 낱말도 그렇다. 짤막하게 ‘심다’, ‘심기’란 순우리말을 쓰면 될 것을 관공서마다 굳이 ‘식재’, ‘식재하다’를 끈질기게 고집하는 것은 잘못된 관행이라고 생각한다.

그 다음, 용어가 통일성을 이루지 못하고 뒤죽박죽이라는 점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2018 태화강 정원박람회’ 때 세운 이정표의 하나인 ‘메시지 가든(Messege Garden)’은 영문표기가 ‘Message Garden’이 맞지만 지금까지 아무도 고치려 드는 이가 없었다. 또 한 곳, 북쪽 입구에서 들어오면 바로 시야에 들어오는 대형 안내판에는 한글표기가 아예 ‘메시지 가든’이 아닌 ‘메세지 가든’이지만 이 역시 처음 그대로일 뿐 고쳐지지 않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태화강 친구들’ 안내판은 또 다른 의미에서 골칫거리다. 태화강의 청정한 강물 이미지를 상징한다는 ‘태강이’, 여름철새 백로의 이미지를 상징한다는 ‘태로’는 ‘착용한다’는 표현이 좀 눈에 거슬리지만 그렇다고 치자. 겨울철새 떼까마귀를 상징한다는 ‘태깜이’에 대한 설명에서는 또 틀린 말이 얼굴을 내민다. “대나무 잎의 목도리를 두루고…”에서 ‘두루고’는 ‘두르고’로 바로잡는 것이 옳다. 하지만 고치려고 애쓰는 사람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한마디로 태화강 국가정원의 관리 상태나 사용설명서 내용은 ‘국가’란 접두사가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이래서야 어찌 시민들에게 들 낯이 있고 외지인과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체면이 서겠는가. ‘태화강 국가정원’은 특별한 행사 때만 치장해서 보란 듯이 내보이는 곳이 아니다. 울산시는 지금부터라도 잘해야 하고 평소에는 더 잘해야 한다. 본보 취재진이 앞서 들추어낸 빈틈부터 먼저 메우는 것이 바른 순서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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