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노사협상 장기화 수렁… 4년 연속 해 넘기나
현대重 노사협상 장기화 수렁… 4년 연속 해 넘기나
  • 이상길
  • 승인 2019.09.22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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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조선업계 노사협상 난항 거듭

울산 조선업계의 올해 노사협상이 전반적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또 다시 장기화의 수렁에 빠져들면서 연내타결이 불투명해지고 있고, 현대미포조선은 노조가 파업을 예고하면서 23년 무분규 타결 기록이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현대중공업, 11월 집행부 선거·현대일렉트릭 구조조정이 걸림돌

현대중공업 올해 임금교섭은 추석 이후에도 협상의 진척이 거의 없는 가운데 최근에는 현대일렉트릭이 구조조정에 돌입함에 따라 노사 간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지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오는 11월에는 노조 집행부 선거까지 앞두고 있어 올해 협상도 해를 넘길 것이라는 관측이 벌써부터 새어나오고 있다. 올해도 연내타결을 이뤄내지 못하면 이 회사는 4년 연속으로 해를 넘기게 된다.

올해 임금협상과 관련해 추석 이후 노사는 현재 매주 화·목 이틀 간 교섭장에서 머리를 맞대고 있다.

하지만 협상의 진척은 거의 없는 상황. 제시안 요구를 놓고 지루한 공방전만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현대일렉트릭이 경영난으로 인해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노사 간 갈등지수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앞서 현대일렉트릭은 경영위기 극복을 위해 사무기술직(연구직) 과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희망퇴직 실시계획을 직원들에게 발송했다. 희망퇴직 신청기간은 23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2주간이며 퇴직일자는 오는 10월31일부다.

현대일렉트릭은 2017년 4월 현대중공업으로부터 분사됐지만 노조의 4사1노조 규약에 따라 현대중공업 임금협상과 맞물려 진행되고 있다. 이 때문에 현대중공업 노조는 20일 중앙쟁대위 소식지를 통해 희망퇴직 중단을 촉구하며 사측을 압박했다.

노조는 “이번 희망퇴직은 사무직 과장급 근속 10년 이상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다음은 전 구성원으로 확대될 게 뻔하다”며 “지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지난해 단체교섭를 통해 올해까지 고용보장 합의를 했다. 그 합의서는 조합원 뿐 아니라 전 종업원까지 아우르는 것”이라고 희망퇴직 중단을 촉구했다.

노조 한 관계자는 “협상의 진척도 없는 상황에서 이번 일렉트릭 희망퇴직까지 터지면서 협상은 더욱 힘들어지지 않겠냐”고 말했다.

오는 11월로 예정된 노조집행부 선거도 연내 타결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노조 집행부 선거 기간 동안에도 노사 간 교섭이 열릴 수는 있지만 제대로 열리지 않았던 전례를 감안하면 사실상 연내타결을 위한 시간은 10월이 정점이 될 전망이다. 선거 이후인 12월에는 집행부 인수인계로 분주한데다 사측이 새 집행부와의 교섭을 원할 경우 결국 해를 넘길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현장에서는 현 집행부를 향해 임기 내 타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현장조직 가운데 하나인 ‘노동자 중심’은 20일 유인물을 통해 “지도부는 남은 임기 내에 올해 임금교섭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조합원 손으로 선출된 지도부인 만큼 해 넘기는 악순환 고리 끊어야 한다”며 “만약 또 다시 해를 넘기게 되면 조합원 여론을 무시하는 것으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의식한 듯 노조도 사측을 향해 이날 성실교섭을 촉구하며 이번 주부터 집중교섭에 나설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회사는 아직 응하지 않고 있다.

노조는 올해 임금교섭에서 상여금 통상임금 적용, 임금 12만3천626원(5.8%·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당기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정년퇴직자 인원 충원, 정년 만 64세로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미포 노조 내달 파업 예고, 사측에 일괄제시안 30일까지 요구… 23년 연속 무분규 타결 좌초 위기

현대미포조선 올해 임금교섭도 난항을 겪고 있다. 노조는 최근 쟁의대책위원회를 통해 오는 30일까지 회사가 임금협상에서 일괄제시안을 내지 않으면 다음달 11일 전체 조합원 파업에 돌입하기로 결정했다.

오는 26일 사내에서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쟁의대책위원회 보고대회를 개최하고 다음달 2일에는 확대간부 파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앞서 지난 16일 현대미포조선 노조가 신청한 쟁의조정에 대해 조정중지 결정을 내렸다. 노조는 이달 초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해 96.3%의 찬성으로 파업을 가결, 합법적인 파업권을 확보한 상태다. 노조가 올해 실제 파업에 돌입하면 현대미포조선 노사의 23년 연속 무분규 단체교섭 타결이 무산된다. 이 회사는 지난해까지 22년 무분규 타결 기록을 세우며 노사 갈등이 심화된 국내 조선업계에서 노사 상생의 표본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는 최근 아웃소싱, 무급휴직을 들먹이며 고용을 담보로 조합원을 협박하려 하고 있다”며 “진정성 있는 제시안만이 조합원의 분노를 잠재울 유일한 방법임을 회사는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현대미포조선 신현대 사장은 지난 18일 담화문을 통해 “대외환경 악화에 따른 수주 물량 급감이 우리 앞에 현실로 다가왔다”며 “산업 전반적으로 파업을 자제하는 분위기에서 우리만의 자랑인 22년 무분규 타결 전통이 깨질까 우려된다”고 전했다.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기본급 12만3천867원(호봉승급분 별도) 인상과 성과급 최소 250% 지급, 연차별 임금격차 조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상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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