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호(三呼)와 와와(臥瓦)
삼호(三呼)와 와와(臥瓦)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9.22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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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남구에는 삼호동이 있고, 삼호동에는 와와(臥瓦)마을이 있다. 삼호동의 ‘삼호’는 삼호(三呼) 혹은 삼호(三湖)로 쓴다. 삼호(三呼)에는 전설이 있다. 신라 경순왕이 문수산에 상주하던 문수대성을 만나고자 계변(戒邊=신라시대의 울산 지명)을 찾았다. 그때 동자승인 문수동자가 문수대성의 화신이 되어 길을 안내했다. 경순왕이 미처 문수대성을 알아보지 못해 동자승을 놓쳤다. 당황한 경순왕은 동자승을 연거푸 세 번이나 불렀으나 대답이 없었다. 여기서 ‘삼호(三呼)’가 되었고, 세 번 탄식했다 하여 ‘삼탄(三嘆)’이라고 전한다.

자연환경적으로 풀이하면 또 다른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태화강의 상류에서 세차게 흐르던 물은 낙안소를 만나 빙빙 돌면서 유속이 줄어든다. 소(沼)가 파헤쳐지면서 주위에는 퇴적물이 쌓인다. 이러한 지형은 모래와 자갈이 자연스레 모여 여울 즉 탄(灘)을 형성하기 마련이다. 느리게 흐르던 강물이 해연(蟹淵)을 지나면서부터는 유속이 완전히 수그러든다. 그 결과 이곳에는 다양한 크기의 하중도 즉 호(湖)가 형성된다. 현재 삼호교 지역이 그런 곳이다. 과거에는 그런 모습을 지금보다 더 한층 뚜렷하게 관찰할 수 있었을 것이다.

호(湖)와 탄(灘)은 호(呼)와 탄(嘆)의 전설을 만들었다. 현재는 삼호(三湖)와 삼탄(三灘), 삼호(三呼)와 삼탄(三嘆)이 함께 쓰이고 있다.

와와(臥瓦)마을의 유래는 ‘기와를 굽던 장소’라는 설과 ‘비스듬히 누운 고개’ 즉 눌재의 한자식 표현이란 설 등 두 가지가 공존한다. 필자는 와와(臥瓦)를 후자 눌재의 한자식 표현으로 본다.

울산은 철새의 도래지로 전국에 알려져 있다. 5월에서 10월까지는 백로류가 번식하고,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는 떼까마귀가 월동을 한다. 특히 삼호대숲에는 여름철새 백로류와 겨울철새 까마귀류가 주인공으로 번식지와 월동지의 잠자리로 이용하고 있다. 백로류의 최대 개체 수는 2011년에 약 9천 마리가 기록된 바 있고, 떼까마귀는 2015년부터는 해마다 약 10만 마리로 추정된다.

삼호대숲에는 흑백의 새들이 겨울과 여름에 번갈아 찾지만 그것이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없다. 철새가 찾아올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곳이 와와마을이라는 사실도 아는 사람이 없다. 올해 말에 준공하는 삼호철새홍보관을 와와공원에 짓게 된 것도 우연이 아님을 아는 사람도 없다. 그 이유를 밝힌다.

현재 삼호(三湖)와 삼탄(三灘), 삼호(三呼)와 삼탄(三嘆) 두 가지가 다 쓰이고 있지만 ‘삼호(三呼)’와 ‘삼탄(三歎)’ 한 가지만 가지고 재해석해 본다. 또 기와와 관련이 있다고 알려진 와와(臥瓦)를 우리말로 ‘오라;고 손짓할 때의 ’와, 와‘로 재해석해 본다.

삼호(三湖), 삼탄(三灘), 삼호(三呼), 삼탄(三嘆)이란 말의 공통점은 숫자 삼(三=3)이다. 또 3을 의미적으로 접근하면 ‘거듭’ 혹은 ‘자주’라는 뜻이 된다. 또 와와를 부르는 소리말로 접근해서 현재까지 ‘세 번 불렀다’는 전설에 ‘자주, 거듭해서 부른다’는 의미를 추가하면 ‘빨리∼와’, ‘어서∼와’, ‘자주∼와’, ‘또∼와’를 연달아 부르는 모양새가 된다. 현재까지 그 대상은 백로와 떼까마귀 등 철새에 한정되어 있지만, 앞으로는 태화강국가정원 지정과 연결 시켜 관광객을 부르는 홍보어휘로 발전시킨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그동안 ‘빨리∼와’, ‘어서∼와’, ‘자주∼와’, ‘또∼와’를 ‘거듭 와’ 혹은 ‘자주 와’란 의미로 불러 왔으니 현재까지 백로와 떼까마귀가 울산을 찾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고 그래서 관광객들이 감탄하는 것은 아니겠는가. 삼호에 연어, 황어, 은어 등 3종의 회귀성 물고기가 매년 찾아오는 것도 삼호나 와와 때문은 아니겠는가. 겨울철에 비오리, 물닭, 가마우지 등 수조류가 다른 지역보다 많이 모이는 것도 마찬가지다. 굳이 와와공원에 삼호 철새홍보관을 짓게 된 것도 우연이 아닌 필연임을 미리 않았겠는가.

이제 삼호동의 과제는 지역경제 활성화만 남았다. 삼호동은 과거부터 선짓국, 곱창 등 음식이 유명한 곳이다. 현재는 백로와 떼까마귀 등 철새가 10년 이상 찾는 곳이다. 삼호 철새홍보관이 한창 공사 중인 것도 다 그 덕분이다. 이제부터는 삼호동 주민들이 창의성을 발휘할 때다. 삼호와 와와의 의미를 부각시킨 ‘빨리∼와’, ‘어서∼와’, ‘자주∼와’, ‘또∼와’ 거듭 혹은 자주 다정하게 불렀으면 한다. ‘꿈보다 해몽’이라는 속담의 뜻은 ‘하찮거나 언짢은 일을 둘러 생각하여 좋게 풀이한다는 말’ 혹은 ‘사실보다 해석이 더 중요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일정한 원칙 없이 이렇게도 되고 저렇게도 될 수 있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에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耳懸鈴鼻懸鈴)’란 말이 있다. 돈 드는 일도 아니고 지역을 알리는 시의성을 강조하는 말인 만큼 앞으로는 ‘삼호’와 ‘와와’를 현대적 재해석의 바탕 위에 불러주는 것이 훨씬 더 좋지 않겠는가. 가장 감동적인 재해석은 현실적으로 가장 도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김성수 조류생태학박사·울산학춤보존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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