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석춘, 사사카와 그리고
류석춘, 사사카와 그리고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9.22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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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류석춘 교수 발언의 후폭풍이 태풍 ‘타파’의 위력을 능가할 기세다. ‘후폭풍의 눈’ 속에 들어가 있는 연세대 총학생회는 페이스북에 올린 22일자 ‘긴급 공지’에서 ‘류 교수의 수업 중 발언’을 강력히 규탄하면서 ‘가능한 모든 대응’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연세대 민주동문회와 이한열기념사업회 등 5개 동문단체는 공동성명을 내고 학교 측에 류 교수의 파면을 요구했다. 이들은 “류 교수의 망언은 수준 이하의 몰지각한 매국적 발언이며, 교육의 중립성을 규정하고 있는 교육기본법을 어긴 망동”이라고 분을 삭이지 못했다.

그렇다면 류 교수가 어떤 말을 내뱉었기에 그 여파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을까. 연합뉴스는 문제의 발언이 21일 입수한 ‘발전사회학’(연세대 사회학과 전공과목의 하나) 19일자 강의 녹음본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밝혔다. 녹음본에 따르면 류 교수는 “(위안부 관련) 직접적인 가해자는 일본(정부)이 아니며, (위안부는) 매춘의 일종”이라고 했다. ‘매춘부와 과거의 위안부는 동급 비슷한 수준’이라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매춘은 오래된 산업으로 과거에도 있었고 미래에도 있을 것”이라고 말한 그는 질문을 던진 여학생에게 “궁금하면 (매춘) 한번 해볼래요”라고 입을 가볍게 놀리기도 했다. 자신의 딸 앞이라면 감히 그런 말을 했겠나 싶어 화가 치밀기도 한다.

일련의 전개과정을 기사로 더듬으면서 느낀 것이 있다. “그래도 우리 젊은이와 지성인들의 의식 속에는 정의감과 민족정신이 면면히 살아 꿈틀거리구나” 하는 안도감 비슷한 자존감이었다. 정치권에서도 여야를 불문하고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때 당의 새로운 진로를 모색하고자 류 교수를 혁신위원장으로 추대한 바 있는 한국당 역시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위안부피해자와 유가족, 국민에게 유감을 표시했다.

‘류석춘’ 하면 이내 연상되는 단어들이 있다. ‘사사카와 재단’, ‘이승만 학당’, ‘이영훈’, ‘반일 종족주의’ 따위가 그것. ‘일본 재단’으로도 부르는 ‘사사카와 재단’의 창설자는 2차 세계대전의 1급 전범 사사카와 료이치(笹川良一, 1899-1995)다. 그는 흥미롭게도 1976년 박정희 당시 대한민국 대통령으로부터 ‘수교훈장 광화장’을 받는다.

네티즌 A씨는 일본제품 불매운동 바람이 불기 시작하던 무렵 다음과 같은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국적을 한국으로 바꾼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한테서 일본 극우들의 친일 한국인 양성, 한국인 길들이기 소식을 듣고는 끔찍한 느낌마저 들었다면서…. “일본 극우재단인 사사카와 재단은 우리나라 곳곳에 돈을 뿌려 신친일파를 양성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여기서 받은 돈으로 곳곳에서 암약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N’이란 조직이다. 교수들 중에도 장학금이나 연구비를 받은 자들이 상당수 있다는데, 저들이 신친일파가 되어 학생들에게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정치인도 예외가 아니고, 언론인 중에도 많을지 모른다.”

네티즌 B씨는 이런 말을 남겼다. “일본 놈들이 한반도를 떠나면서 한 말이, 친일 매국노들을 키워서 언제고 다시 돌아와 지배해 보겠다는 말을 했다지요? 섬뜩하고 두려운 말입니다. 현재 ‘토착왜구’라 불리는 것들의 행동을 보면 알지요.” 네티즌 C씨는 또 이런 주장을 폈다. “극우가 아니라는 류석춘, 사사카와 료이치가 세운 ‘일본재단’의 돈으로 설립된 ‘아시아연구기금’의 사무총장을 역임한 사람이지.”

이들 네티즌더러 ‘나오는 대로 시부리지(지껄이지) 마라’며 핀잔 줄 사람이 곧 나타날지 모른다. 그러나 최근의 ‘류석춘 사태’를 지켜보고 있으면 저도 몰래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A씨, B씨, C씨의 주장이 모두 사실이 아니길 바라면서도….

김정주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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