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결혼식’, 공직사회부터 모범 보여야
‘작은 결혼식’, 공직사회부터 모범 보여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9.18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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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의 정책이나 지역사회의 행사를 지켜보고는 “울산은 아직도 변방?”이라며 고개를 내젓는 시민을 간혹 보게 된다. 뜻이 ‘변두리’와 비슷한 ‘변방’의 의미가 ‘나그네의식’ 또는 ‘설익은 주인의식’과 일맥상통한다고 주장하는 시민도 있다. 실제로 그런 사례와 마주친 적도 있다.

수년 전 ‘울산 전시컨벤션센터’ 건립의 필요성을 묻는 말에 “시설이 훌륭한 경주나 부산으로 갈 것이지, 울산에는 뭣 하러…?”라고 반문한 고위공직자가 있었고 그중 한 명은 지금 시 고위직을 지키고 있다. 수지타산(=경영적 손익계산) 끝에 내린 결론이겠지만 ‘주인의식 결여’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주인의식과 나그네의식을 대비하게 만든 근착 뉴스가 하나 있다. 경주시가 오는 21일 옛 시장관사에서 ‘작은 결혼식 문화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는다는 뉴스다. 이날 행사에는 동국대 경주캠퍼스, 경주문화원, 경주향교, 꿈우라 등 경주지역 9개 협력기관이 어깨를 나란히 한다. 이들은 앞으로 공공시설 12곳을 무료 예식장으로 개방한다는 협약서에 같이 서명할 예정이다.

이는 시장관사를 ‘국제문화교류관’으로 바꾸겠다는 약속을 그대로 지킨 주낙영 경주시장의 공약 실천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그 취지가 잔잔한 감동을 준다. 그 취지란 ‘고비용 혼례문화를 개선하고 경주만의 ‘작은 결혼식’(=‘스몰웨딩’) 문화를 만들어 가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주의 문화의식 수준에 버금갈 만한 인사나 행사를 울산에서 본 적이 있다는 소리를 아직 들은 바는 없다. 역대 시장들의 잠재의식 속에 ‘작은 결혼식 문화’는 눈곱만큼도 없었기 때문은 아닐까?

이 가설은 수치로 입증할 수 있다. 조촐하면서도 자연친화적인 결혼식을 올릴 수 있도록 꾸며진 울산대공원 내 ‘그린하우스’ 결혼식 유치 실적이 그 증거다. 아름다운 숲으로 둘러싸인 그린하우스의 ‘스몰웨딩 건수’는 입에 올리기조차 민망하다. ‘2018년 6월 1건, 2019년 10월 1건 예약, 11월 1건 가예약’이 고작이다. 울산시설공단은 지난 3월, “잘 알려지지 않은 그린하우스를 시민들에게 폭넓게 개방하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이때의 약속 중 하나가 ‘예비부부를 위한 스몰웨딩(=예식절차·비용 간소화 예식) 유치 활성화’였다.

‘작은 결혼식’ 유치 실적이 이처럼 저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홍보에 문제가 있거나 혼례문화에 대한 인식이 굳어있는 때문은 아닐까? 그런 인식이 공직사회에까지 만연돼 있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사실 대공원 내 그린하우스는 100객석을 갖추고 주변 환경이 대단히 빼어나 ‘스몰웨딩 장소로는 그저 그만’이란 소리를 듣는다. 그린하우스의 이용률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면 긍정적 파급효과는 엄청날 것이다. 이 뜻있는 일에 지역 공직사회가 앞장서기를 권한다. 그래야 시민들도 뒤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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