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사태 장기화땐 국내영향 불가피”
“사우디 사태 장기화땐 국내영향 불가피”
  • 김지은
  • 승인 2019.09.17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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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생산 차질·긴장 고조로 국제유가 폭등세
수입 비중 높은 정유·화학업계 부정적 전망
정부 “전략 비축유 방출 등 수급 안정 조치할 것”
세계 최대 원유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원유시설 2곳이 드론(무인기) 공격과 관련, 석유 공급 차질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사우디산 원유 수입 비중이 높은 국내 산업계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장 국제유가가 폭등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시장에도 기름값 상승이 예고됐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사우디아라비아 원유시설에 대한 드론 공격에 따른 원유 생산 차질과 긴장 고조로 폭등세를 보였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14.7%(8.05달러) 뛴 62.90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WTI는 장중 15.5%까지 오르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은 2008년 12월 이후 약 11년 만의 ‘퍼센트 기준, 하루 최대폭’의 급등이라고 평가했다.

브렌트유는 전날 밤 약 20% 폭등하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은 1990~1991년 걸프전 이후 하루 장중 최대폭의 급등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4일 드론 공격으로 사우디의 아브카이크와 쿠라이스의 원유 설비가 가동을 멈추면서 사우디는 하루 평균 570만 배럴 가량의 원유 생산이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사우디 하루 산유량의 절반이자, 전 세계 산유량의 5%에 해당한다.

사우디의 시설복구가 얼마나 걸릴지는 물론 미국 등의 보복공격 여부에 따라 유가가 더 큰 폭의 급등을 지속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처럼 유가 급등이 현실화되면서 국내 정유업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정유사가 수입한 원유의 31.1%가 사우디산이었고 올 들어 8월까지도 전체 수입량의 28.3%를 차지했다. 연도별로 보면 2015년 29.8%, 2016년 30.0%, 2017년 28.5%로 사우디산 원유 수입 비중은 30% 안팎이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국제유가 상승과 원유공급의 일부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하지만 유가 상승이 정유사 이익으로 곧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정제마진에 끼치는 영향 등은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정제마진은 최종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를 포함한 원료비를 뺀 것으로 정유사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통상 원유가격이 올라가면 석유제품의 가격도 따라 상승하며 정제마진이 늘어나는데, 현재 세계 경기상황을 봤을 때 제품가격이 생각보다 덜 올라갈 수도 있어 예측이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다만 원유가격 상승에 따라 나프타 가격이 오르게 되면 석유화학 등 관련 업계의 원가부담도 커지게 된다. 또 국제원유 가격이 통상 2~3주의 시차를 두고 국내 석유제품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는 점을 감안하면 다음달 초부터 휘발유, 경유 가격이 크게 오를 가능성이 없지 않다.

아울러 아람코 원유생산량의 절반 비중을 차지하는 이번 석유 생산시설 공습은 국내 원유 공급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이희철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공급 차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정유·화학 업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사우디의 이번 석유 생산 중단은 역사상 가장 큰 규모”라고 분석했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사우디의 자체 재고 및 미국의 전략비축유 방출 등으로 수급 차질을 완화할 수 있겠지만 생산 중단이 수 주를 넘긴다면 이를 상쇄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공급 차질이 장기화할 경우 사우디를 대체할 다른 공급선을 모색해야 하고, 이에 따라 조달 비용이 늘어나면서 S-OIL을 포함한 국내 정유사의 원가 부담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수급악화시 안정조치를 신속히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사우디산 원유는 대부분 장기계약 형태로 들여오고 있으며, 국내 정유업계 점검 결과를 보더라도 원유 선적 물량·일정에는 아직 큰 차질이 발생하고 있지 않다”며 “다만 중동지역 불안이 확대해 상황이 장기화할 가능성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원유 수급 상황 악화 시 정부와 민간이 보유하고 있는 전략 비축유 및 재고 방출을 검토하는 등 수급 안정 조치를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필요하면 정유업계와 협력해 대체 수입선을 확보하겠다”고 언급했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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