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도 말고 덜도 말고 ‘부차트 가든’만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부차트 가든’만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9.10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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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나라 캐나다 로키산맥의 여름 만년설과 장엄함을 보기 위해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여행상품 중에 몇 가지 선택관광상품이 있었는데 헬기 투어와 가든 관람은 제외시키기로 했다. 헬기 투어는 경험상 가성비가 현저히 낮아서, 가든 관광은 흔히 보는 ‘가든’이겠지 하는 지레짐작 때문에 그랬다. 특히 가든 관광을 제외시킨 것은 태화들(국가정원)을 가꾸는 데 무려 13년이나 전력을 다하다보니 생긴 식상함 탓이기도 했다.

관광일정 이틀이 지나자 아내가 ‘부차트 가든’을 꼭 가보고 싶어 했다. 일생에 처음 온 캐나다에 언제 또 오겠나 하는 생각과, 보고 싶다는 부차트 가든을 못 보고 그냥 가면 두고두고 원망할 것 같다는 생각에 가이드에게 부탁해서 그곳으로 가보기로 결정했다.

필자는 지금까지 사전지식 습득 후 여행을 떠나는 경우가 많았고 그러다 보니 막상 여행지에 가서는 그 신비감이 떨어지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그래서 최근에는 여행의 목적과 방향만 잡아두고 그냥 떠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렇게 사전지식 없이 찾아가 본 부차트 가든은 그야말로 환상 그 자체였다.

여기서 ‘부차트 가든(The Butchart Gardens)’에 대한 소개를 간단히 하기로 하자. 부차트 가든은 밴쿠버 섬의 빅토리아에서 20km 남짓 떨어진 토드 만에 위치한 정원으로 본래는 석회석 채석장이었다. 주인인 부차트 부부는 고심 끝에 채석으로 황폐해져 버린 이곳을 아름다운 가든으로 꾸미기로 마음먹고 세계적인 정원을 만들어 1904년 세상에 내어놓았다.

면적이 20ha에 달하는 부차트 가든은 현재 연중무휴로 개방되고 있고, 성수기인 5월 중순에서 8월 말까지는 화려한 불꽃놀이를 비롯해 뮤지컬, 인형극 등 흥미롭고 다채로운 행사가 꼬리를 문다.

특히 성수기인 7, 8월의 토요일 밤 10시경에는 불꽃놀이가 장관을 이룬다. 겨울에도 야간조명시설을 통해 환상적인 풍경을 만드는 등 계절별로 다양한 아름다움을 연출하는 세계적 식물원이 바로 부차트 가든이다. 이곳에서는 방문객을 따뜻이 맞아주는 전통도 이어져 이태리어로 ‘환영’을 의미하는 ‘벤베누토(Benvenuto)’라는 별칭까지 붙어있다.

지금부터 입장이다. 입구 쪽으로 사람들이 들어간다. 입구 위 가지 달린 국기봉에 태극기가 펄럭인다. 그만큼 한국 관광객이 많아서일까? ‘선큰 가든(Sunken Garden)’에서 관람을 시작하여 나오면서 구경하는 것이 좋다는 가이들의 말에 따라 곧장 선큰 가든으로 향했다. 계단으로 몇 발자국 내려가니 발밑으로 황홀한 정원이 펼쳐진다. 선큰 가든이란 말 그대로 석회석을 채굴하느라 생긴 움푹 파인 분지이다. 베고니아, 백묘국, 피튜니아, 오스테오스펄멈, 제라늄 등 울산농업기술센터에서 4계절 생산하는 친숙한 꽃들이 대부분이다.

가운데에 있는 높은 돌기둥에는 담쟁이들이 열심히 암벽을 타고 기어오른다. 조금만 걸어가면 수국, 칸나 등이 심어져 있는 인공연못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에서는 폭포와 부차트 부인이 70년 전에 심었다는 거대한 포플러나무 그리고 20여 미터 높이로 물을 뿜어대는 분수도 볼 수 있다. 이어서 로즈 가든, 일본·이태리 가든을 거치면서 잠시 어질해진다. 이렇게 좋아도 되는가?

문득 우리 태화강국가정원이 떠오르는 것은 책임감 때문일까, 애국심 때문일까? 처음 가는 등산에서는 앞사람만 따라가면 편하다. 하지만 리더를 잘못 만나면 전체가 헤매야 한다. 누구를 따라갈 것인가는 중요한 문제이다. 부차트 가든의 벤치마킹이 태화강국가정원을 가꾸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규모가 비슷하고, 접근하기가 쉬우며, 강 둔치의 특성상 초화 위주의 공원으로 꾸미려고 1년생 꽃들로 변화를 주는 점이 서로 닮아 있기에 더 그랬다.

현재 부차트 가든은 부부의 뜻을 이어받아 수백 명의 정원사가 관리하고 있었고, 정원 면적보다 더 넓은 예비정원에서 기른 꽃을 수시로 공급받아 언제나 화려한 꽃밭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 결과 연간 수백만의 관광객이 줄을 잇고 경제적 효과도 대단하다고 한다. 그런데 이 모든 것보다 더 우선하는 것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을 가졌다”는 자부심을 캐나다 국민에게 심어주는 일이 아닐까. 이것이 부부가 바라던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우리 태화강국가정원도 경제적인 분야는 물론 캐나다 국민들의 그러한 자부심까지도 벤치마킹하여 조성한다면 금상첨화일 거라는 생각도 든다. 한가위를 맞아 “우리 태화강국가정원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부차트 가든만큼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윤주용 울산시농업기술센터 소장·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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