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기 도입, 서민과 노동자 배려하는 마음 가졌으면
전용기 도입, 서민과 노동자 배려하는 마음 가졌으면
  • 최재필 기자
  • 승인 2009.02.24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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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정몽구 회장의 전용 제트기 도입을 추진한 현대기아차그룹이 최근 국토해양부에 등록신청을 마치면서 전용기 구입을 완료했다. 이로써 현대기아차는 삼성, LG, 한진에 이어 4번째로 전용기를 보유한 국내 그룹이 됐다.

현대차가 도입하는 전용기는 미국 보잉사의 신형 비지니스 제트기인 'BBJ 737'로 가격은 무려 800~90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또 조종사·승무원을 포함해 최대 20명까지 탑승할 수 있으며 최대 비행거리는 1만140㎞로 미국까지 직행이 가능하다고 알려지고 있다.

현대차는 전용기 도입으로 비행 스케줄 조정과 해외 출장 기간 단축 등 이점이 많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현대차의 전용기 도입에 대해 시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가뜩이나 경제상황이 어렵고 실업자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전용기 도입을 강행했어야 했느냐는 것.

이들은 현대차가 올해 초 임원들의 급여를 10% 삭감하고 해외출장 때 이코노미석 이용을 의무화하자는 등 초긴축 비상경영을 선포해놓고 전용기를 도입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물론 현대차가 밝힌대로 글로벌 경영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전용기가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대차는 자동차 판매부진으로 해고당하는 아픔을 겪고 있는 노동자들을 우선 배려해야 했다. 현대차 울산공장과 아산공장에서 해고된, 그리고 해고당할 처지에 놓인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생계를 걱정했어야 했다.

정부도 나서 잡쉐어링(Job Sharing)을 외치고 있고 많은 기업들의 임직원들이 임금을 줄이거나 동결하며 고용창출에 힘쓰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현대차의 이같은 행태는 시민들의 동의를 얻을 수 있을까.

현대차는 위기상황에서 도입을 추진한 것이 아니고 그전부터 추진돼 온 것인데 이런 식으로 비춰져 안타깝다고 한다.

그러나 비슷한 처지의 SK그룹은 경영환경이 악화되자 전용기 도입을 늦추기로 해 현대차의 주장은 변명처럼 들리는 것이 사실이다.

일전에 세계 최고 갑부에 올랐던 이케아(IKEA) 창업주 잉바르 캄프라드 회장은 해외출장 때 1등석을 이용하지 않는 걸로 유명하다. 또 세계 굴지의 기업들도 비용 절감을 위해 보유 전용기를 대거 시장에 팔고 있다.

세계 6위의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가 현 시점에서 전용기를 도입하는 것에 대한 부작용을 생각하지 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자리를 잃고 생계가 막막한 서민들의 아픔을 달래줄 수 있는 ‘대인’의 모습을 보여주면 한다.

/ 최재필 기자 편집국 정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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