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한권의 여유 “공중그네”
책한권의 여유 “공중그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9.02.24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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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강병원에 입사한지도 1년이 지나간다.

작년 입사할 때의 동장군의 기세는 어느덧 지나 2009년을 맞이하고 봄의 기운도 나오고 있다. 인턴 1년 생활을 보내면서 어떻게 보냈는지 아무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정신없이 지나갔다.

응급의료센터 24시, 수술실, 중환자실, 병동, 등 병원 구석구석을 돌면서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오고가며 의사로서 생명의 무한 책임감과 인간 존엄성을 배우고 보았다.

그러한 시간들이 자나가면서 마음의 여유를 찾고 싶어 요즘 책을 통 읽지 못했다는 생각에 쉬는 날 때 영풍문고에서 책 한권을 골라 집었다.

늘 그랬듯이 베스트셀러 란에서 책을 찾는데 (사실 책은 너무나도 많고 정보는 부족하기 때문에 이렇게 고르는 것이 실패가 적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눈에 띄는 책 한권이 있었다. 공중그네라고.... 책 사이즈도 크지 않은데다가 병원 이야기라서 별 고민 없이 골라 집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인 오쿠다 히데오는 일본 최고의 이야기꾼으로 통하며 이 책으로 나오키 상(어떤 상인지는 자세히 모르겠으나 일본 문학에서 권위 있는 상만은 분명하다)을 받았다고 한다.

단 한 번도 심각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뚱보 정신과 의사 이라부, 주사 놓는 것 이외에는 모든 것이 귀찮은 섹시 간호사 마유미. 이런 어쩌면 말도 안 되는 콤비이기에 병원 역시 파리가 날린다.

하지만 그의 그런 낙천적인, 어쩌면 말도 안 되는 치료 덕분에 여러 환자들이 치료되어 간다는 컨셉 만큼이나 황당한 이야기다.

마치 몇 화의 드라마를 본 듯한 느낌으로 쉽게 끝까지 읽을 수 있는 소설인데 기존의 소설과는 미묘한 차이점이 느껴진다.

이 책은 시드니 셀던의 그것처럼 숨 막히는 반전과 스릴로 도저히 눈에서 책을 뗄 수 없는 그런 책도 아니며 냉정과 열정사이로 유명한 에쿠니 가오리의 그것처럼 읽기 쉬운 문장, 도시적 센스, 문체의 세련됨도 보이지 않는다. 분명 기승전결은 있으되 갈등이나 해소, 또는 책을 읽는데 꼭 필요했던 긴장감은 전혀 없는 재미는 있으되 그 외의 다른 감정은 느낄 수 없는, 그러나 그런 재미로 인해 순식간에 읽어버리게 되는 그런 미묘한 느낌의 소설이었다.

어쩌면 왜? 이 작품이 베스트셀러로 팔려나갔는지 잘 모르겠다라는... 한없이 낙천적이고 가끔 실소가 나오는 그런 느낌의 소설이다.

어쩌면 그렇기에 이 책이 매력을 발산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분명 세상은 심각하고 무거운 주제도 원하지만 반대로 TV 쇼 프로그램처럼 아무 생각 없이 웃는 것도 필요하니까.

책속에는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이런저런 심각한 일들에 비하면 작가의 고민 따위는 모래알 하나에 불과할 것이다. 사라진대도 상관없다. 바람에 날려가도 괜찮다. 그때그때 한순간만이라도 반짝일 수만 있다면”

“아마도 자신은 닫혀 있을 것이다. 실은 사람을 무척이나 그리워하면서도 가까이 다가서려 하지 않는다. 친구가 늘어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탓이다.”

“분명 괜찮을 것이다. 그런 기분이 든다. 무너져 버릴 것 같은 순간은 앞으로도 여러 번 겪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주위사람으로부터 용기를 얻으면 된다. 모두들 그렇게 힘을 내고 살아간다” 등의 글귀가 기억에 남는다.

항상 병원에 있다 보면 마음의 여유를 잃기 쉽고 또 잔잔한 감정을 그냥 넘기 기 쉬운데, 시간 날 때 서점에 가서 느긋한 마음으로 이 책 한 권을 읽어보는 여유를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최재일 동강병원 성형외과 레지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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