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별 대응 모델’에 따른 가정폭력 예방
‘단계별 대응 모델’에 따른 가정폭력 예방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9.05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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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서 한 남자가 이혼한 아내를 끊임없이 협박하고 괴롭히던 끝에 숨지게 하자 피해자의 딸들이 아버지를 처벌해 달라는 글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일이 있다. 지난 7월에는 베트남인 아내를 한국인 남편이 무자비하게 폭행하는 영상이 SNS에 올라와 온 국민을 공분케 한 일도 있다. 두 사건의 공통점은 ‘가정폭력’이었다.

‘가정폭력’이란 가정구성원 사이에 신체적, 정신적 또는 재산상 피해를 끼치는 행위를 말한다. 그 대상에는 배우자(사실상 혼인관계)이거나 배우자였던 사람, 자신이나 배우자의 직계존·비속 관계자 또는 그런 관계였던 사람, 동거하는 친족 등이 있다. 가정폭력을 처벌하는 법은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특례법’이다. 이 특별법은 가정폭력범죄의 형사처벌 절차에 관한 특례를 정하고 가정폭력범죄자의 교정을 위한 보호처분을 규정하고 있다. 이는 가정폭력범죄로 파괴된 가정의 평화와 안정을 회복하고 건강한 가정을 가꾸며 피해자와 가족구성원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법이 있어도 가정폭력범죄자를 처벌하는 데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경찰의 가정폭력사건 대응실태와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가정폭력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피해자의 의사를 확인하다 보면 피해자가 소극적이거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답한 경우가 55.8%나 되었다. 가정폭력을 비롯한 일반 폭행범죄는 ‘반의사불벌죄’로, 말 그대로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할 수 없는 범죄이다.

많은 피해자들은 상황이 급하고 도움이 필요해서 112에 신고를 하지만 막상 경찰관이 출동하면 가족에 대한 법적 절차를 꺼리는 것이 현실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족이라는 공동체 구성원을 처벌할 경우 보복 위험, 생계유지 곤란 등 현실적 어려움이 따르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전문가들은 가정폭력을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한 것이 오히려 가정폭력을 조장한다고 꾸준히 비판해 왔다. 이와 관련, 국회에서는 반의사불벌죄 폐지를 골자로 하는 가정폭력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이 개정안은 가정폭력행위자의 처벌가능성 확대. 재범 방지, 피해자·가족구성원의 인권 보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가정폭력범죄는 폭력성과 위법성이 외부에 쉽게 드러나지 않는 특성이 있다. 게다가 같은 거주공간에서 지속적, 반복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재범 위험성도 다른 범죄에 비해 크다. 그래서 경찰은 가정폭력사건 발생에 따른 초동조치·수사 및 가·피해자 사후관리를 규정한 ‘가정폭력범죄 단계별 표준대응 모델’을 마련했고, 작년 12월부터 시범운영을 거쳐 올해 6월 1일부터 전국으로 확대시행에 들어간 상황이다.

주요 내용은,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더라도 위험성 조사표를 토대로 위험한 상황인지 아닌지를 객관적으로 살펴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긴급·임시조치를 가능하게 한 것이다. 또 상습적이거나 흉기를 사용하는 등 사안이 심각하면 곧바로 형사처벌에 들어가거나 가정보호사건으로 다뤄 가해자의 범죄행위에 적극 대응하게 한 것이다. 가정폭력 신고이력 보관 기간도 1년에서 3년으로 늘렸고, 사건처리 내역과 기록 관리를 철저히 하는 내용도 담았다.

곧 추석명절이다. 연휴기간에는 가정폭력 신고가 평소보다 많은 편이다. 최근 3년간의 추석명절 가정폭력 신고 현황에 따르면 평소보다 44.4%(18→26건)나 더 많은 신고가 이 기간 중에 있었다. 이에 따라 경찰은 가정폭력의 재발이 우려되는 가정에 대한 사전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신변 보호를 요청한 피해자에 대한 정보를 부서끼리 공유했다가 문제가 생기면 신속하게 출동하기로 했다. 또 이미 발생한 사건은 엄정하게 처리하고 피해자를 적극 보호해 가정폭력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기로 했다.

문석환 울산남부경찰서 삼산지구대 경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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