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적 노사관계로 향해가는 현대차
협력적 노사관계로 향해가는 현대차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9.05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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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노사가 지난 3일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 조인식을 가졌다.

지난 5월 임단협 상견례를 시작으로 22차례의 교섭을 진행해 최종합의까지 약 4개월이 걸렸다. 무엇보다 교섭 기간 동안 파업이 없었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도 8년 만에.

무분규 타결 소식은 울산 뿐 아니라 자동차산업 전반과 국민경제에 긍정적인 의미를 더해 다행스럽고 환영할 일이다.

사실 여름휴가가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현대차의 올해 임단협에 대한 전망은 그리 밝지 않았다. 실제로 휴가 직전인 지난 7월 30일 전체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파업찬반투표는 전체 조합원 5만293명 중 3만5천477명이 찬성해 70.54%라는 높은 찬성률을 보이며 투쟁력을 과시했다.

그런데 여름휴가가 끝나고 일터로 복귀하자 변수가 터져 나왔다. 휴가기간 중인 지난달 2일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일본 정부가 안보상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안보 우방 국가’로, 일본의 제품 수출 시 허가 절차 등에서 우대를 해주는 국가)에서 제외하는 등 한·일 무역 갈등이 극으로 치달았고, 덩달아 비상시국인 만큼 정부가 나서 노동계에 파업 자제를 강력히 요청했다.

휴가 후 파업과 교섭재개의 갈림길에 선 노조는 한 템포 쉬어 가는 것을 택했다. 실제로 노조는 지난달 12일 먼저 긴급 성명부터 발표했다. 당시 성명을 통해 노조는 “지난달 말(7월 말) 보도자료를 통해 사측 최고경영진에게 지난 30년간의 구태의연한 교섭 방식에서 벗어나 추석 전에 일괄 제시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며 “핵심 요구를 사측이 전향적으로 수용하고 일괄 제시한다면 시기에 연연하지 않고 조속히 타결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후 노조는 다음 날인 13일 중앙쟁의대책위원회 회의를 통해 교섭재개를 전격 결정했다. 전날 발표한 긴급성명은 결국 파업에 높은 지지를 보였던 조합원들에 대해 교섭재개의 명분을 찾으면서 동시에 사측에도 조속한 타결을 위해 메시지를 보냈던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사측도 노조의 메시지에 응답했다. 이후 노사는 두 차례의 집중교섭 기간을 가졌고, 그 과정에서 노조는 두 차례 파업을 유보했다. 회사는 노조의 요구대로 안을 제시했다. 그리고 잠정합의가 이뤄졌고, 노조가 지난 2일 전체 조합원(5만105명)을 대상으로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4만3천871명(투표율 87.56%)이 참여한 가운데 2만4천743명(56.40%)이 찬성해 8년 만의 무분규 타결을 이뤄냈다.

물론 한일무역 갈등 같은 외부적인 요인들이 컸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또 노조로서는 수년을 끌어왔던 통상임금 소송과 관련해 최근 패소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회사와의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적잖은 기여를 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올해 임단협을 조기에 끝낼 수 있었던 가장 근본적인 원동력은 노조의 변화된 모습이라는 데 이견을 제시할 이는 거의 없을 듯하다. 유전적으로 내려온 자본과 노동의 대립적 구도 속에서 습관적으로 회사를 향해 화부터 냈던 노조가 이번 교섭에서는 숨 고르기를 했고, 파업을 두 차례나 유보하면서까지 대화를 선택했다. 또 조합원들만 바라보며 ‘자기들만의 잔치’에 충실했던 노조가 이번에는 회사 밖으로도 시선을 돌렸다. 조합원들도 그에 따라줬다. 8년 만에 파업없이 마무리된 이번 임단협상 과정이 현대차는 물론 전체 노사 관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환점이라는 게 그렇다. 때론 시대의 조류에 휩쓸려 등 떠밀리듯이 오기도 한다. 하지만 이보다 먼저 스스로의 생각을 바꾸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가 현대차 협력적 노사관계의 원년이 되길 기대해본다. 대한민국 노사관계를 바꾸는 일이다.

박선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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