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배 농가, 대목 전 가을장마에 ‘울상’
울산 배 농가, 대목 전 가을장마에 ‘울상’
  • 김원경
  • 승인 2019.09.04 21: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추석연휴 예년보다 2주 빨라져 조기출하 시작잦은 비에 수확 어려움… 주말 태풍 북상까지
4일 추석 명절 대목을 앞두고 가을장마가 겹쳐 수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북구 창평동에서 과수원을 운영하는 농민 엄재수 씨가 과수원을 바라보고 있다. 최지원 수습기자
4일 추석 명절 대목을 앞두고 가을장마가 겹쳐 수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북구 창평동에서 과수원을 운영하는 농민 엄재수 씨가 과수원을 바라보고 있다. 최지원 수습기자

 

“추석대목이면 수확하고 포장하고 정신없어야 하는데 이번 주 내내 허송세월 보내고 있지….”

4일 울산시 북구 창평동 한 배 과수원에서 만난 엄재수(65)씨는 푸념부터 늘어놓았다.

예년보다 2주 정도 빨라진 추석연휴에 덩달아 제수용 신고배의 수확시기도 20일정도 빨라졌지만, 명절대목임에도 불구하고 가을장마로 배 수확도 못하고 판매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35년째 과수원 운영하고 있는 엄씨에 따르면 제수용 신고배의 적기 출하는 9월 중순이지만 이른 추석대목 장사를 위해 지난달 30일 조기 출하를 시작했다. 오전 7시 50분부터 오후 5시까지 8명의 인부가 하루 동안 수확한 물량은 10t. 그러나 이번 주는 내내 비가 내리면서 두 손 놓고 쉴 수밖에 없다.

햇볕을 받아 당도가 더욱 높아질 출하시기에 가을장마가 겹치면서 한숨밖에 나오지 않고 있다.

엄씨는 “배는 낮엔 일조권이 좋아야 하고 밤에는 비가 오지 않아야 당도가 높아지는데, 잦은 비로 배맛이 덜할까 걱정이다. 사실 울산배 당도가 13브릭스(Brix) 정도 되는데 이달 출하하는 상품은 살짝 못 미친다. 비가 그만 와야 할텐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어 “올해는 지난 4월 배꽃 개화시기에 기온이 영하 2~3도까지 떨어지는 이상기온으로 봄동상해를 입어 수확량이 예년에 비해 30~40% 정도 줄었다. 거기다 지역 경기침체 영향으로 주문량도 40~50%나 줄면서 매출도 반 토막”이라고 하소연했다.

설상가상으로 추석대목 정점이 되는 이번 주말, 태풍 ‘링링’까지 가세할 거라는 예보가 나오면서 그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엄씨는 “농사하는 사람에게는 천재지변은 인력으로 막을 수 없다. 날씨가 원망스러워도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이번 주말은 정말 고비다. 태풍 ‘링링’이 온다고 하는데 제발 울산을 피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른 지역 배를 선호하는 분들이 계시던데, 사실 배 맛은 울산이 가장 좋다. 울산의 배밭은 70%가 황토여서 품질이 좋고 식감도 좋다. 추석명절이 한주 앞으로 다가왔는데 울산시민들이 선물·제수용으로 지역 특산물 울산배 많이 찾아주시면 참 감사하겠다”고 바람을 밝혔다.

김원경 기자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