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학춤 알리면서 개인전도 곧 선보일 겁니다”
“울산학춤 알리면서 개인전도 곧 선보일 겁니다”
  • 김정주
  • 승인 2019.09.03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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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배 대한민국사진대전 추천작가
손영배 작가.
손영배 작가.

 

‘울산학춤’ 외길로 국전작가 반열에

울산 사진작가 사회에서 ‘울산학춤’ 하면 곧바로 회자되는 인물이 있다. 카메라를 벗 삼은 44년 중 절반을 울산학춤 한 우물만 고집스레 파 들어간 손영배 작가(64, 중구 성안동)가 그 주인공.

손 작가는 10월 2일이 되면 서울 DDP(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에서 무게감 있는 명예증서를 하나 거머쥐게 된다. 지난 4월 마감된 ‘제37회 대한민국 사진대전’(공모전)에서 입선한 보람으로 지방 작가는 그렇게도 어렵다는 ‘대한민국사진대전 추천작가’의 반열에 당당히 오르게 되기 때문이다. 사진대전에 도전한 지 20년 만에 맞은 경사라고 했다.

“졸업(=추천작가 인증)이 정말 어려웠습니다. 독한 마음 안 먹으면 해내기가 참 힘듭니다. 선배님들 중에는 7~8점 선에서 포기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아 안타깝지요.” 울산사진작가협회(울산사협)의 현재회원은 250명 남짓. 그 중에 대한민국사진대전 초청작가가 단 6명(추천작가 1명 포함)밖에 안 되는 현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울산사협 서진길 고문과 홍양원, 홍종화, 최기환, 이상일 회원, 그리고 손영배 작가만이 대한민국사진대전 초청·추천작가 명단에 이름을 올린 정도.

‘대한민국사진대전 추천작가’ 호칭은 입상으로 얻은 누적점수가 12점을 넘어야 주어진다. 채점기준은 대상이 5점, 우수상이 4점, 특선이 3점, 입선이 1점…. 추천작가가 5년간 꾸준히 출품하고 흠결이 없으면 ‘초청작가’의 권위는 자연스레 돌아온다.

‘2019 제37회 대한민국사진대전’ 입선작 ‘비상(飛上)’. 사진제공=손영배 작가
‘2019 제37회 대한민국사진대전’ 입선작 ‘비상(飛上)’. 사진제공=손영배 작가

 

지난 봄 태화루에서 촬영한 울산학춤 공연 모습. 사진제공=손영배 작가
지난 봄 태화루에서 촬영한 울산학춤 공연 모습. 사진제공=손영배 작가

사진대전 작품주제로 울산학춤 선택

‘2019 제37회 대한민국사진대전’에서 입선한 손영배 작가의 작품명은 ‘비상(飛上)’. 이 역시 ‘울산학춤’이 주제어다. 손 작가가 울산학춤에 매료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울산학춤이 발산하는 무한대의 예술적 매력이 그 하나, ‘울산 사랑’을 몸소 실천하는 창시자 김성수 박사(조류생태학, 울산학춤보존회 명예회장, 66)의 인간적 매력이 또 다른 하나다.

“사실 김 박사를 처음 안 것은 20년도 더 됩니다. 제자들에게 울산학춤을 울산문화원(현 남구문화원) 뒷마당 천막에서 가르치던 때부터였으니까요. 그 당시 문화원 주변은 비행장 터가 겨우 시야에 잡힐 뿐 허허벌판이나 다름없었지요.” 그 무렵 찍은 사진이 지금은 한 장도 안 남아 아쉬움이 크다. 하지만 울산학춤의 강한 흡인력에 빨려든 것은 바로 이때부터였다.

초창기의 울산학춤은 지역 문화예술계에서 늘 찬밥신세였다. 오히려 핍박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이따금 화자된 말이 신약성경 구절이었다. ‘선지자가 고향에서는 높임을 받지 못하느니라.’

다만 사진예술계의 시각은 조금 달랐다. 울산학춤의 피사체적 가치가 시선을 사로잡았던 것. 가장 진하게 애착을 느낀 이가 바로 손 작가. 한 번은 지역 선배들의 의향을 넌지시 떠보았다. 사진공모전에 울산학춤을 주제로 삼을 분은 안 계시는지…. 결과는 ‘없다’였다. 울산학춤과의 샅바싸움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울산학춤을 보면 사람이 학의 자태를 어찌 저리도 잘 묘사할 수 있나 싶어 절로 감탄사가 나옵니다. 그리고 김 박사가 울산학춤 울산에서 꼭 살려야겠다는 일념으로 저렇게 열심히 하는데 내가 도울 일은 없을까? 고민 끝에 얻은 결론이 홍보대사가 되자, 사진으로 하는 울산학춤 홍보, 그 일을 내가 하겠다 그런 생각으로 점차 빠져들게 된 거지요.“.

金박사와 제자들, 기꺼이 작품모델로

보람은 두 차례의 개인전으로 나타난다. 2012년의 <김성수, 울산학춤의 길>(영상아트갤러리)과 2015년의 <울산학춤>(울산민속박물관 갤러리)이 그것. 특히 2015년엔 울산학춤 작품집도 같이 펴냈다. 한 사진작가의 집념과 열정이 빚어낸 결정체였다. “제가 준비한 4차례 개인전 가운데 2차례가 울산학춤이 테마였습니다.”

하지만 두 차례 개인전이 저절로 굴러들어온 것은 아니었다. 울산학춤을 전수받은 문하생들의 인내심과 헌신적 노력이 손 작가에게는 더없이 고마운 존재였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오직 울산학춤을 널리 알려야겠다는 순수한 사명감이 그들의 춤사위를 빼어난 사진작품으로 승화시킬 수 있었던 것.

“울산학춤 모델(전수생)들은 땀을 콩죽같이 흘리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마음에 드는 작품사진 한 컷을 얻기 위해 좋이 두세 시간은 카메라와 씨름을 해야 하는데 동작 하나하나 끊임없이 연출해내야 하는 모델들은 얼마나 고생이 많겠습니까? 특히 학(두루미)이 비상하는 장면은 순간포착이 어려워 계속 점프도 해야 하는데 많을 때는 12명이나 되는 무용수들이 그 힘든 걸 용케 참아내 주고 했으니….” 물론 그 중심에는 언제나 김 박사가 서 있다.

손 작가의 감탄은 이쯤에서 끝나지 않는다. 김성수 박사의 수제자인 김영미(김영미무용단 단장), 박윤경(울산학춤보존회 회장)씨가 울산학춤보존회 사무실을 찾아갈 때마다 큰절을 하는 것도 감탄사를 연발하게 만든다. “김 박사께서 제자교육을 얼마나 엄하게 시키셨는지, 안 보아도 알겠습디다.”

서진길 고문, 사진인 덕목 ‘애향심’ 강조

손영배 작가에게 울산학춤은 ‘애향심’이다. 그런 계기가 있었다. “심완구 시장 때일 겁니다. 그때만 해도 지역 작가들은 작은 작품에 만족하는 정도였는데 어느 날 갑자기 자존심을 건드리는 일이 벌어진 겁니다. 울산시가 외지인이 성능 좋은 카메라로 찍은 반구대암각화 전경 사진을 전시용으로 선정했던 겁니다. 지역 작가 모두 자존심 상한 기억이 선명합니다.”

이 ‘외지인의 작품’은 지역 작가들에게 반성의 계기로 작용했다. 홍종화 작가는 ‘우리가 왜 외지인에 빼앗겨야 하나?’고 가슴을 쳤다. 애향심 자극에는 지역 사진예술계의 원로인 서진길 고문의 조언도 한 몫을 했다. “울산 사진 60년사에 큰 발자취를 남기신 분이지요. 서 고문은 사진인이 갖춰야 할 덕목으로 늘 ‘애향심’을 강조하셨습니다. ‘지역을 사랑하는 향토작가가 되라’는 말씀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고, 그 말씀은 예민한 자극제가 됐습니다.”

손 작가가 대한민국 사진대전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디지털카메라가 나오기 시작한 2000년 무렵이다. 그러나 필름카메라의 자리를 야금야금 잠식해 들어간 이 첨단 카메라도 인지도만큼은 국산제품이 일본제품을 따라잡지 못했다. 사진대전에서도 국산은 ‘쪽 팔리는’ 신세. “삼성이 괜찮은 브랜드로 자리를 잡았더라면…” 중견작가들의 이구동성이다.

“후배작가도 잘 보살펴주는 따뜻한 작가”

1980년 이후 지금까지 손영배 작가가 동참하거나 기획한 작품전은 120여 회에 이른다. 그 덕분에 일본 도쿄, 베트남 하노이, 중국 내몽고·길림성에도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특히 놀라웠던 곳은 베트남 하노이. “우리나라 1980년대로 돌아간 듯 활기 넘치는 도시였습니다. 무슨 장사를 해도 여기서는 되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요.”

하지만 요즘은 큰 욕심은 버리고 차분하게 작품 활동에 전념하려고 애쓴다. 지금은 전혀 이상이 없지만 12년 전, 건강 문제로 인생의 고비를 만난 적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시계탑사거리 근처에서 자영업을 하는 동갑내기 부인 박옥희 여사는 결혼 이후 지금까지 세 자녀와 집안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 주었다. “애들도 잘 키워준 착하고 고마운 아내지요.” 손 작가의 귀띔이다.

요즘은 새로운 개인전 준비로 다시 신발끈을 조아 맨다. 이번에는 또 다른 소재를 찾아 나서는 중이다. 그렇다고 울산학춤에 대한 애정의 끈을 놓는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

복산초등학교 2년 선배인 김선옥 작가(울산 여류사진작가 1호)는 손 작가에 대해 이렇게 평한다. “영배 씨, 참 착하고 성실한 분이죠. 요란스럽거나 떠들썩하지도 않고, 작가의 길을 착실히 잘 밟아 오셨고, 신진(후배) 작가들도 잘 보살펴주는 그런 분이죠.” 글= 김정주 논설실장·사진=장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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