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韓美동맹
무너지는 韓美동맹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9.03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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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핵우산’을 펼쳐주는 미국은 지소미아 파기에 ‘청와대 거짓말’까지 거론하며 강력 반발하는 중이다. 현 정부가 일본을 향해 던진 돌에 동맹(同盟)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다. 청와대는 지소미아 파기 결정 배경 설명에서 국익을 위한 외교공간 창출, 안보 주도 역량 강화라는 표현을 동원했다. 미국은 지소미아 파기 결정을 ‘한국 결정’이라 하지 않고 ‘문재인 정권 결정’이라고 불렀다. 그 표현에 담긴 섭섭함은 미루어 짐작이 간다.

‘핵우산’은 핵무기 보유국의 핵전력(核戰力)에 의하여 국가의 안전보장을 도모하는 것이다. 이것을 ‘핵우산’ 밑에 들어간다고 한다. 여기서 ‘우산’이란, 핵무기의 보복력(報復力) 때문에 가상적국의 핵공격을 막을 수 있다는 의미에서 핵에 대한 방패라는 뜻을 말하는 것인데, 한국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하여 실질적으로 미국의 핵우산 밑에 들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정부는 동맹 관계에서 은밀히 전해도 될 말을 일부러 미국 대사를 부르고 그 내용을 언론에 공개했다. 반일로 재미를 봐서 이제 반미로 흥행수익을 올리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살 행동이다. 현 정부는 북한 핵 문제를 비롯해 대미·대중·대일 외교 정책을 설명하는 자리에 으레 ‘국익(國益)’이란 방패를 들고 나왔다. 물론 국내정치 명분 쌓기에도 국익을 차용한다.

‘국익(national interest)’은 ‘국가를 구성하는 개인·정당 등의 정치단체·노동조합·특정지역의 이익보다 상위에 있는 이익으로 국가가 국제관계에서 추구하는 목표’다. 즉, 대한민국 국익은 국가 안전 보장을 확보하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틀 속에서 국민 복리(福利) 증진과 국가 번영을 이룩해 통일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청와대는 미군기지 ‘이전’ 표현 대신 ‘반환’이라는 카드를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한·미 관계가 불편한 시점에 북한이 도발했을 때도 잘 열지 않던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10여 년도 더 된 미군기지 반환 문제를 꺼낸 것은 다소 의외다.

최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에 대해 미국의 불만이 공개적으로 나오는 상황에서 미국을 향한 일종의 보복 조치라고 볼 수 있다.

이 모두는 대법원 징용 배상 판결이 ‘한·일 경제 상호 보복→한국의 지소미아(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미국의 한국을 향한 공개적 실망 표시→한국의 미국에 대한 불만 표시 자제(自制) 요구→미국의 실망 표시 반복’으로 확대되면서 ‘국익’의 호출 횟수가 급격히 증가한 것에 기인한다.

한국도 미국도 일본도 정부가 중대 결정을 내리면서 그 결정을 정당화하기 위해 끌어다 쓰는 단어가 ‘국익’이다. 국민 대부분이 두말없이 정부 결정을 납득할 경우엔 굳이 국익이라는 디딤돌을 동원할 필요가 없다. 최근 정부 발표문은 국익을 수행비서처럼 달고 다닌다. ‘국익’을 정부의 국가안보 관리능력 부재를 비판하는 소리를 막는 입마개로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고립무원을 자초하는 한국의 외교·안보가 시험대에 올랐다. 사사건건 미국과 각을 세우며 입으로 ‘자주(自主)’를 외친다고 결코 한국의 외교적 재량 범위가 커지는 게 아니다. 한·미 동맹 70년 역사에서 없던 일이다. 한·미 동맹은 한국의 유일한 안보자산이다.

한·미 동맹이 변질되고 해체되면 한국과 세계를 이어주는 다리가 끊긴다는 국제정치의 패권(覇權) 질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한국의 유일한 안보자산인 한·미 동맹 문제가 ‘고르디우스의 매듭’이 되어선 안 된다.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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