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사, 비판 여론·통상임금 셈법에 빠른 타결
현대차 노사, 비판 여론·통상임금 셈법에 빠른 타결
  • 이상길
  • 승인 2019.09.03 20: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조, 한일 경제갈등에 올해 두차례 파업 유보
통상임금 소송 패소 가능성 높아 합의로 마무리
현대자동차 노사가 8년만에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의 완전타결을 이뤄낼 수 있었던 데는 대내외 위기에 대한 노사 간의 공감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아울러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로 몇 년째 끌어오던 통상임금 논란과 관련해 대법원 판결보다 노사 합의로 마무리 짓는 것이 이득이라는 분위기도 조기 타결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노조는 올해 교섭에서 조합원 파업 찬성과 노동위원회 조정 중지 결정 등 합법적 파업권을 확보하고도 한일 경제 갈등 등 비상시국을 고려해 두 차례 파업을 유보했다. 현 박유기 노조 집행부의 성향이 강성인 점을 감안하면 쉽게 예상하기 어려운 결정으로 노조도 현 위기상황에 공감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결정이었다. 잠정합의 후 노조집행부는 한일 경제 갈등과 미·중 무역 전쟁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 속에서 파업을 강행할 경우 국민적인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며 조합원들에게 협조를 호소하기도 했다.

이에 조합원들도 동조하면서 완전 타결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추석 이후에는 노조가 차기 집행부 선거를 준비하게 돼 올해 임단협 자체가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가결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조기에 무분규 타결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데는 통상임금 문제 해결 방안을 둘러싼 셈법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노조가 2013년 통상임금 소송을 제기한 이후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소한 상황에서 곧 판결을 앞둔 대법 판결에서도 원심을 뒤집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차와 같이 통상임금 ‘고정성’ 여부가 핵심이던 지난 5월 강원랜드 통상임금 대법 판결에서 노조가 패소한 것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당시 대법원은 ‘15일 미만 일한 직원들에겐 정기상여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강원랜드 규정을 근거로 지급 조건이 있는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현대차 역시 똑같은 규정이 있어 노조 패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노사가 근속기간에 따라 격려금을 조합원에게 지급하는 방식을 잠정합의안에 담았다.

회사는 격려금을 지급하는 대신, 상여금 일부(기본급의 600%)를 매월 통상임금에 나눠 지급하는 것으로 올해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으로 발생한 최저임금 위반 문제를 해결하는 윈윈(win-win) 전략을 택했다.

투표 기간 일부 현장조직에서 기아차 대비 격려금 규모가 적다며 부결 운동을 벌이기도 했으나 조합원들은 고정성 논란이 없어 1심과 2심에서 모두 승소한 기아차 노조와는 사정이 다르다고 판단해 가결했다. 이번 타결로 노조는 소송을 취하하게 된다.

앞서 노조는 지난 2일 전체 조합원(5만105명)을 대상으로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4만3천871명(투표율 87.56%)이 투표에 참여한 가운데 2만4천743명(56.40%)이 찬성해 가결됐다.

잠정합의안은 임금(기본급) 4만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급 150% + 300만원, 전통시장 상품권 20만원 지급 등을 담고 있다. 또 임금체계 개선에 따른 ‘미래 임금 경쟁력 및 법적 안정성 확보 격려금’ 명목으로 근속기간별 200만∼600만원 + 우리사주 15주를 지급한다.

이상길 기자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