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 시의회 조례 발의 급증 ‘골머리’
市, 시의회 조례 발의 급증 ‘골머리’
  • 이상길
  • 승인 2019.09.03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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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법 위배 조례안 발의에 민선 7기 첫 재의요구
시 “‘울산시 원자력시설 안전 조례안’ 일부 국가사무”
시의회 “상정 보류… 시민단체 요구에 벌어진 해프닝”
민선 7기 들어 울산시의회의 의원 조례발의가 급증하는 가운데 일부 무분별한 조례 발의로 울산시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상위법에 위배되는 조례안까지 발의돼 민선 7기 들어 처음으로 집행부의 재의요구까지 이뤄지면서 행정력 및 예산낭비를 막기 위해서는 의원들의 자발적인 선별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앞서 울산시는 지난 7월 18일 의회에서 의결한 ‘울산시 원자력시설 안전 조례안’이 상위법에 위배된다고 판단해 지난달 9일 의회에 재의를 요구했다.

당시 시는 해당 조례안이 법령에서 위임하지 않은 국가사무를 조례로 규정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문제가 된 조례 조항은 제6조 제1항 ‘원자력시설에서 사고가 발생한 경우 조사·검증하기 위해 시민·전문가 등으로 안전성검증단을 구성·운영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시는 재의 요구 근거로 원자력 시설 조사·검증 사무는 원자력안전법 제16조와 제98조, 원자력시설 등의 방호 및 방사능 방재 대책법 제43조 제1항에 국가사무로 규정돼 있다고 제시했다.

지방자치법 제11조 제7호에서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검사·시험·연구, 원자력 개발 등 지방자치단체의 기술과 재정 능력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사무를 국가사무로 규정하고, 지방자치단체에서 처리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조례안에는 시민·전문가 등으로 안전성검증단을 구성·운영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원자력안전법 제98조 제2항 등에서는 원자력시설에 대한 검사는 원칙적으로 공무원이 할 수 있는 것으로 제한하고 있다. 특히 원자력이용시설 등의 구조와 성능, 보안, 방사선 장해 방지에 관한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갖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법령에서 위임하지 않은 국가사무를 조례로 규정하고 있어 시의회에 재의를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조례안은 오는 9일 제207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다뤄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상위법 위배에 대해 의원들도 부담을 느껴 해당 조례안에 대한 안건 상정이 자체 보류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시의회 한 관계자는 “의원들도 이번 조례안이 상위법 위배에 해당된다는 것을 인지해 스스로 부담을 느껴 안건 상정을 보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민선 7기 들어 시민단체들의 요구가 많아지면서 벌어진 일종의 해프닝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해당 조례안은 10차례의 본회의 동안 안건 상정이 이뤄지지 않게 되면 자동 폐기 된다.

집행부의 재의 요구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지만 민선 7기 들어 의원발의 조례가 급증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실제로 지난달 26일 울산시민연대가 발표한 울산시의회 의정혁신 정책제안서에 따르면 민선 7기 들어 시의원들의 조례발의 활동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취임 후 1년간의 활동을 6대 의회 동기간과 비교한 결과 무려 2.5배나 증가한 것. 조례제정의 경우 지난 6대 당시 14건이었던 것이 7대 들어 25건으로 늘었고, 조례개정의 경우 6대 때는 6건이었으나 7대 들어 25건으로 급증했다.

7기 의회 의원 1인당 평균 2.3건으로 이는 지난 11년간(2007~2017년) 울산시의원의 평균 조례 제·개정 수가 0.82건인 것과도 크게 비교가 됐다.

이에 시민연대는 “이 같은 양적 확장을 넘어 질적 심화로 이어져야 한다”며 “조례의 실효성, 적합성, 목적달성 여부 등 실제 만들어진 조례가 얼마만큼의 질적인 완결성과 지역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입법영향평가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시 관계자는 “시민연대도 조언을 했지만 의원들이 조례발의를 열심히 하는 것은 좋으나 질적인 부분도 신경을 써야 한다. 이번 ‘원자력 시설 안전조례안’이 대표적”이라며 “조례안이 발의되면 집행부에서는 많은 예산과 행정력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보다 신중을 기해줄 것”을 촉구했다.

이상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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