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계기가 있을 때마다 나치의 만행을 반성하고 성실히 배상에 임했다. 특히 가장 큰 피해를 본 폴란드에는 반성하고 또 반성했다. 1970년 12월 7일, 당시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는 바르샤바의 유대인 위령탑 앞에서 한참 고개를 숙이다 털썩 무릎을 꿇고 손을 모았다. 전 세계에 깊은 인상을 줬고 사죄와 화해를 상징하는 역사적 장면이 됐다.
독일의 배상 노력도 끝이 없다. 지난달에는 독일 정부가 홀로코스트 생존자 수천 명에게 매달 수백 유로를 추가로 지원한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외신에 따르면 독일은 1952년 이후 홀로코스트 피해자들에게 총 800억 달러를 지급했다.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모든 배상이 해결됐다는 일방적 해석과 주장을 되풀이하며 한국 대법원 판결에 시비를 거는 아베 정권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주 독일이 과거사를 반성하고 이웃 유럽국들과 화해하며 국제사회에서 신뢰받는 나라가 됐다는 것을 일본은 깊이 새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본은 관방장관 입으로 ‘한국은 국제법 위반 상태를 해결하라’는 요구를 되뇌었다. 아베 정부는 일방적 해석과 주장을 근거로 경제보복을 가한 것도 모자라 제대로 된 대화에도 일절 응하지 않는다.
2015년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일본 방문 때 “독일은 과거와 정면으로 마주했다”는 말로 일본에 조언을 주었다. 일본이 깊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지만, 우경화 세력에는 딴 나라 일일 뿐이다. 요즘 아베 정권을 비판하는 일본 내 양심적 시민과 지식인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한일갈등을 접할 때 아베 정권과 일본의 건강한 시민사회를 분리해 봐야 할 이유다. <연합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