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주(衣食住)에서 식(食)이 차지하는 위치
의식주(衣食住)에서 식(食)이 차지하는 위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9.01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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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은 29일 이 같은 내용의 ‘2018 인구주택총조사-등록센서스 방식 집계결과’를 발표했다. ‘등록센서스 방식’은 15개 기관의 주민등록부·외국인등록부·건축물대장·학적부 등 25종의 행정자료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그 결과는 2015년 이후 매년 발표된다.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는 정부의 공식 인구통계다. 지난해 11월 1일 기준 울산지역 인구는 115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보다 7천명 감소한 것으로, 감소율(-0.6%)은 대전(-1.0%), 서울(-0.7%)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높았다.”(울산제일일보 2019.8.30)

굳이 기사를 인용한 것은 울산 인구가 끊임없이 줄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2015년 100명, 2016년 7천600명, 2017년 1만1천900명, 2018년 1만2천700명 등 2015년 이후 올해 5월까지 줄어든 인구수가 4만5천명을 헤아린다. 2015년 11월말 120만명을 넘어선 이후 5년째 탈(脫)울산 행렬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울산을 사랑하기에 기사를 읽고 걱정이 앞섰다.

왜 떠날까? 어리석은 질문이다. 분명한 것은 먹고살기 위해서다. 크게 보면 의식주(衣食住) 해결이 안 되기 때문이다. 사람, 짐승 할 것 없이 태어나자마자 어미의 젖무덤부터 찾는 것에서 먹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먹는 것’ 즉 ‘식(食)’의 위치가 몸에 걸치는 옷과 좋은 잠자리를 의미하는 ‘의·주(衣住)’보다 앞서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먹는 것에 대한 사례를 찾아보았다.

‘배고픈 이 밥을 주어 아사공덕(餓死功德) 하였던가’라는 회심곡 가사에서 그 느낌을 짐작할 수 있다. ‘밥 먹고 합시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흔히 듣는 말이면서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말이다. 산사람에게 하루 밥 세 끼가 보장되지 않으면 덕행 있는 아내라도 떠나고 말 것이다. 죽은 사람한테도 ‘메’라 부르는 밥을 올린다. 두더지가 땅속을 헤집고, 집쥐가 곳간을 떠나지 않고, 참새가 방앗간을 벗어나지 못한다고 나무랄 일이 아니다.

성경에서도 찾을 수 있다. 베드로는 예수님을 만나기 전에 고기를 잡는 어부였다. 예수님은 다섯 개의 떡과 두 마리의 물고기로 5천 명을 먹였다고 성경은 오병이어(五餠二魚)의 기적을 전한다. 엘리아는 아침저녁으로 까마귀가 물어다 준 떡과 고기로 살아났다.(열왕기 상 17장5절).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옵고”(마태복음 6장11절)는 주(主=예수)의 간절한 기도이다. “하나님은 하늘의 이슬과 땅의 기름짐이며 풍성한 곡식과 포도주를 네게 주시기를 원하노라”(창세기 27장28절) 이는 이삭이 둘째아들 야곱에게 축복하는 말이다.

성경은 가난한 사람과 타국인을 위해 배려하라고 당부한다. “너희 땅의 곡물을 벨 때에 너는 밭모퉁이까지 다 거두지 말고 너의 떨어진 이삭도 줍지 말며 너의 포도원의 열매를 다 따지 말며 너의 포도원에 떨어진 열매도 줍지 말고 가난한 사람과 타국인을 위하여 버려두라….”(레위기 19장9∼10절)

‘보릿고개’라는 시기와 ‘가난이 창문을 열고 들어오면 사랑은 대문 박차고 나간다’라는 속담은 경험한 사람만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먹는 것은 장례문화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승려의 법공양 때 생반(生飯)을 올리고, 제사 지내고 난 후 헌식(獻食)을 남기는 것도 배고픈 이를 위한 의례이다. 또한 야외에서 음식을 먹기 전에 먼저 던지는 고시례, 죽은 사람의 입에 반함(飯含)·옥함(玉含)·전함(錢含) 즉 쌀·옥·돈을 물리는 의식도 먹는 것에 방점이 찍혀 있다.

농부가 열심히 농사를 짓는 이유, 떼까마귀와 백로가 아침 일찍 먹이터를 찾는 이유, 닭이 주인을 뒤따르는 행동, 두꺼비가 장독대에서 쉽게 관찰되는 이유, 흥부가 매품 팔러 가는 행위, 화주승이 심봉사에게 공양미 삼백석을 들먹이는 이유, 밥을 먹었는지를 묻는 인사, 남편이 출근하는 이유, 자식을 공부시키는 이유, 까치밥을 남겨두는 민속 등의 중심에는 모두 먹는 것이 있다. 걸식(乞食), 십시일반(十匙一飯), 서러운 것 중에 배고픈 서러움보다 더한 것이 있을까.

하얀 찔레꽃, 하늘꽃 이팝꽃 등 흰 꽃은 배고픈 이들에게는 모두 하얀 쌀밥을 연상시키게 했다. ‘아침에 우는 새는 배가 고파 울고요, 저녁에 우는 새는 님 그리워 운다’는 사랑노랫말 속에도 밥이 있다. ‘이 뭐꼬’라고 화두를 떼는 선승도 삼시세끼 따뜻한 공양을 챙긴다. 부처도 사시마지(巳時麻旨=사시인 오전 9시∼11시, 부처님 앞에 올리는 밥)를 받는다. ‘밥 한번 먹자’는 친구의 인사에도 밥이 빠지지 않는다.

제비, 후투티, 딱새, 뱁새 등 새들도 사랑한 뒤에는 새끼를 키운다. 신체적 성장에는 반드시 먹이가 필요하다. 사람이라면 먹이 찾아 남부여대(男負女戴)로 떠난다.

“‘처용문화제’가 제2회 대한민국 빅데이터 축제 대상에서 ‘지역경제활성화상’을 받았다. (중략) 처용문화제는 신용카드 소비 데이터 분석에서 축제기간 매출액이 높아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시는 설명했다.” (울산제일일보 2019.8.30)

이제는 지역축제에도 분명 ‘지역경제 활성화’에 방점이 찍힐 것이다. 향후 축제는 최소의 비용으로 지역경제 활성을 최대로 증가시키는 당위성의 바탕 위에 기획하고 실천해야겠다.

김성수 조류생태학박사·울산학춤보존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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