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詩] 가을은 / 이시향
[디카+詩] 가을은 / 이시향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8.29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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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갛게 익은 고추에서

귀뚜라미 소리에서

코스모스 춤사위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그대 마음속으로 성큼 오는 것.

 

자연의 이치는 채우고 비움을 반복하는 순환의 연속이다.

아무리 뜨거운 여름도 오르다 보면 다시 서서히 식기 마련이듯 계절은 또 그렇게 한 번의 격동을 겪으며 변화를 가져온다.

24절기 중 처서(處暑)도 지났다. 처서(處暑)는 입추(立秋)와 백로(白露) 사이에 들며, 태양이 황경 150도에 달한 시점으로 양력 8월 23일 무렵, 음력 7월 15일 무렵 이후에 든다. 여름이 지나면 더위도 가시고 신선한 가을을 맞이하게 된다는 의미로, 더위가 그친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흔히 처서는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고 할 정도로 여름이 가고 가을이 드는 계절의 엄연한 순행을 드러내는 때다. 

사진을 보면 빨간 바구니 망과 빨간 고추가 갈색의 귀뚜라미를 가두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가을이 왔다고 자신의 옆구리를 긁어 소리지르는 귀뚜라미의 울음을 막고 아직 끝나지 않은 여름에 갇힌 철창처럼 가엾어 보인다.

하지만 어떠한 강압으로 변화의 흐름을 가로막더라도 시작된 흐름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러한 흐름이 자연을 건강하게 하고 우리가 공존할 수 있게 하는 자연의 힘이다.

변화의 시작은 물리적이고 시각적으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에 벌써 들어와 변화를 시작하는 일이다. 가을이라는 계절이 마음으로 성큼 다가오듯 세상의 변화에 두려워하지 말고 우리도 마음의 문을 열어두는 넓은 혜안(慧眼)이 필요한 때다.

글=박동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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