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우기간에 철저히 대비해야
호우기간에 철저히 대비해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8.28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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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로를 따라서 옥동 초입을 지나다 보면 최근 시원하게 지어진 옥동 우수(雨水)저류시설이 눈에 들어온다. 이 시설은 면적이 4만여㎡에 저류용량이 13만6천 t에 이르는 대규모 시설이다. 울산에 있는 기존의 우수저류시설 대부분이 소규모여서 기능적 한계가 있었지만, 옥동의 시설은 몇 년간 운영을 통해 홍수통제 기능을 보강한다면 울산시내를 관통하는 여천천 일원의 침수피해를 방지하는 핵심역할을 하게 된다.

필자는 지난 2015년에 남구청으로부터 여천천 일원의 침수피해 방지 사업이 국비 보조사업으로 선정되게 하기 위한 타당성 검토와 기본계획 수립을 의뢰받았다. 한 달간의 짧은 기간에 보고서와 자료를 만들어 국민안전처에서 발표했다. 그 결과 적절한 사업규모와 위치선정 그리고 사업타당성을 높게 평가받아 국비 37억5천만원을 지원받게 되었다. 그러나 당시 중구청도 유곡천 일원의 사업을 신청했는데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탈락했다. 그리고 다음해인 2016년 10월에는 태풍 차바가 몰고온 엄청난 폭우로 대규모 침수피해가 발생했다.

유곡천변 특히 태화시장 일대는 극심한 침수피해로 시장상인들과 지역민 모두가 완전복구까지 힘겨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당시 울산에서는 유곡천 외에도 여러 곳에서 홍수피해가 발생했다. 2017년 울산 시정백서에 따르면 피해액은 612억원이었고 사망 3명, 부상 1명의 인명피해와 1천219세대 2천769명의 이재민이 발생하였다. 총복구비는 1천336억원으로 896개 사업에 대한 재해복구사업을 추진해 왔다. 시민들은 처참한 홍수피해에 마음 아파하며 작은 일손이라도 도우려 힘을 모았고, 그동안 홍수에 안일하게 대비한 행정기관에 크게 분노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6월부터 10월까지가 호우 기간이다. 이때는 큰비가 내려 침수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높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필자는 6월이 되면 울산시가 침수피해에 제대로 대비하는 노력을 하고 있는지 심히 걱정된다. 냇가에 엄마 무덤을 만들어 장마 때면 떠내려갈까 봐 개굴개굴 운다는 청개구리 마음으로 올해도 침수피해가 없을까 노심초사한다.

어마어마한 피해를 당하고도 그때뿐, 이제 우리는 그다지 걱정하거나 슬퍼하지도 않는다. 피해 방지를 위한 노력도 슬그머니 사라지고 있다. 왜 그때뿐인가. 망각은 신이 내린 축복이라 해서 그런가. 망각으로 슬픔과 고통을 지우지 않으면 살아갈 수가 없다지만, 우리는 그때 흘렸던 눈물과 슬픔을 절대 잊어선 안 된다.

안전보건공단 박두용 이사장은 “그 나라의 환경안전보건 수준은 국민소득 수준과 비례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했다. 대체로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는 환경 시대, 2만 달러는 안전 시대, 3만 달러는 보건 시대라 할 수 있다. 최근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울산시민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은 6천400만 원으로 5만5천 달러 수준이다. 전국 평균이 3천300만 원이니 2배가량 차이가 난다. 그렇다. 우리 울산은 국민소득 5만 달러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런데 울산의 환경, 안전, 보건 수준은 과연 5만 달러 시대에 걸맞은지 의구심이 든다. 환경과 보건은 차치하더라도 과연 안전한 울산에 살고 있는지, 안전한 울산을 만들고 있는지 걱정이다.

기억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단지 기억나지 않게 하려고 스스로 망각하려고 노력할 뿐이다. 하지만 안전을 망각하면 망각은 신이 내린 축복이 아니라 신이 내린 재앙이 될 뿐이다. 5만 달러 시대의 울산, 우리가 열심히 일해 만든 울산이다. 깨끗한 환경, 안전한 사회, 건강한 도시를 당당하게 요구하자. 우리가 누려야할 행복이 아니던가.

황재호 이에스다산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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