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소아과 새벽부터 북새통
인기 소아과 새벽부터 북새통
  • 김원경
  • 승인 2019.08.28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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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접수 퀵서비스까지 성행… 접수시스템 개선 필요
“원하는 소아과 의사 진료 받으려면 새벽 4시엔 줄서야 해요. 아이 병원 접수하다가 제가 병날 것 같아요.”

울산시 동구 일산동 주민인 김상희(38)씨는 밤새 고열로 고생한 아이의 소아과 접수대기표를 받기 위해 오전 4시 50분 남구의 한 소아과에 도착했다. 새벽 일찍 나섰지만 대기번호 5번이다. 이후 6시, 한 시간 넘게 기다려서야 번호표를 받았고, 집으로 돌아갔다가 접수시간인 8시 30분 아이와 함께 다시 병원을 찾았다.

최근 울산시 남구의 한 소아과가 새벽부터 접수 대기표를 받기 위한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특정 의사로부터 진료를 받기 위한 것으로 이른 시간에 대리접수를 해주는 퀵서비스까지 성행하고 있다.

28일 오전 5시 20분 남구 삼산동의 한 소아과병원. 벌써 대기 인원은 10명이었다. 경비원은 온 순서대로 대기 의자를 지정해 주며 6시까지 기다리라고 했고, 정확히 오전 6시가 되자 30여명의 사람들에게 번호표를 나눠줬다. 대기자들은 출근길 돌쟁이 아들을 위해 달려온 아빠, 손녀를 위해 나온 할머니, 유모차에 아픈 아이를 태우고 나온 엄마 등 가지각색이었지만 모두 오전 시간 원하는 의사의 진료를 받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일찍 나왔다고 입을 모았다.

김은(36)씨는 “애는 아프고 진료는 빨리 받아야 하니 새벽에 나올 수밖에 없었다. 도착 순서대로 대기표를 받아 가면 좋은데 또 6시까지 기다려야 하고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며 “새벽에 기다리는 일이 없게 접수시간인 오전 8시 30분부터 대기·접수를 같이 하던지, 병원앱을 만들어서 예약을 받던지 접수시스템을 꼭 개선해 달라”고 호소했다.

류정민(64)씨는 “북구에 사는 딸이 원하는 의사 진료를 받으려면 새벽 대기표를 받아야 한다고 해서 가까이 사는 내가 왔다. 5시쯤 왔는데, 또 기다려라 하니 힘들다. 전화 예약이라도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심지어 대리접수 퀵서비스까지 성행하고 있다. 실제 새벽 접수 대기자 중 5분의 1이 퀵서비스 기사였다. 이들은 지인들을 동원해 줄을 세웠고 6시가 되자 대기표를 하나씩 받아들고 모였다가, 7시부터 신청 건에 따라 자유롭게 대기표를 뽑아 댔다. 대리접수비는 진료시간, 진료의사에 따라 5천원부터 1만5천원대. 이들은 오전시간 내내 병원 내에 상주하며 대리접수를 해주고 있었다.

대리접수에 대해서는 ‘대리접수 때문에 정작 빨리 치료받아야 할 아이들의 순번이 뒤로 밀려 난다’, ‘장거리 또는 영아 환자 부모들에겐 필요한 서비스다’ 등 의견이 분분하다.

해당 병원은 대리접수퀵, 이른 시간 대기표 등에 대한 민원은 알고 있지만 환자들이 원하는 의사의 진료를 받기 위해 새벽시간 몰리다 보니 배려차원에서 오전 6시 대기표발급시스템을 갖게 됐다며 환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접수시스템 개선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원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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