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시대의 아름다운 해법
저출산 시대의 아름다운 해법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8.26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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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 결혼식이 있어 오랜만에 고향을 방문했다.

“오빠! 오빠는 언제 결혼할 거야?” “이 나이에 무슨 결혼! 이제 혼자 살아야지.”

결혼식장에서 만난 사촌오빠는 결혼은 포기했다는 듯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요즘은 주위에 처녀 총각들이 넘쳐난다. 결혼 안 한 30대는 헤아릴 수 없이 많고 40대도 수두룩하다. 50대 역시 적지 않다.

예전엔 필수였던 결혼이 갈수록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 중 하나가 되고 있다.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는 시대, 혼자라서 더욱 자유로운 시대, 혼자면 더욱 편하고 둘이면 불편한 시대.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끔찍한 사건·사고들은 혼자 사는 것이 낫다는 생각을 더 굳히게 만들기도 한다. 부부간의 극단적 선택이나 불협화음은 가족뿐만 아니라 사회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그들의 자녀들에게 치명적인 상처가 된다는 것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결혼 자체를 아예 거부하는 사람도 있고, 결혼은 하더라도 갖가지 이유들로 일부러 자녀를 안 낳기도 한다. 그리고 낳아봤자 한명 아니면 겨우 둘이다. 여기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아이를 낳아 키우기 힘든 시대라고도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결혼도 잘 안하고 아이도 잘 안 낳는 시대! 과연 무엇이 문제인 것일까?

하루는 어묵을 사먹다가 우연히, 한 새댁과 아이가 나누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엄마! 나는 아기 100명 낳을 거예요.” 나는 아이가 하는 말에 입이 쩍 벌어졌다. 깜짝 놀랐다.

“어머나, 100명이나 낳는다구?” 아이 엄마는 미소 띤 표정으로 부드럽게 아이의 말을 받아주고 있었다.

“네.” 아이가 상기된 표정으로 엄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우리, 이것도 한 번 먹어볼까?” 그리고는 이것저것 분식을 고르더니 이내 계산을 하고는 아이의 손을 잡고 멀어진다.

집으로 향하는 새댁과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얼른 가게 아주머니께 물었다. “아니! 어쩜 아이가 저렇게 밝아요? 새댁도 참 곱네요.”

그러자 가게 주인의 입에서 줄줄이 칭찬이 쏟아져 나왔다. “얼마나 이뿐지 몰라요. 저 새댁은 남편과 통화할 때도 어쩜 그렇게 말을 예쁘게 하는지. 부부간에 서로 높임말을 쓴대요. 그리고 애가 셋이나 돼요.” “네? 애가 셋이라고요? 엄청 젊어 보이는데요!” “아까 그 애가 큰 애인데 밑으로 동생이 둘이나 있어요. 저 아이는 초등학교 1학년이고요.” “어머나, 세상에.”

“하루는 남편이 무슨 선물을 해줬나봐. 그걸 전화에 대고 ‘고마워요. 여보.’ 하면서 줄곧 높임말로 이야기하는데 정말 아름답더라니까.” “아!”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한동안 말없이 어묵만 오물오물 씹었다. 온 몸으로 감동이 밀려오는 중이었다.

“엄마 아빠 사는 모습이 얼마나 좋아보였으면 아기를 100명이나 낳겠다고.” 생각을 정리한 내 말에 분식집 주인아주머니도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삶의 답은 어쩜 간단한 데 있는지도 모른다. 사회 문제로 떠오른 젊은이들의 결혼 기피 현상, 출산의 문제, 이 둘 모두 금방 해결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부부가 서로를 존중하며 행복하게 살면 그런 가정에서 자라는 자녀들은 아주 자연스럽게 결혼에 대한 생각도 긍정적이고 당연히 자녀도 많이 낳고 싶어 할 것이라는 것!

그렇다고 해서 그 반대로 부모가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서 결혼이나 출산이 줄어들었다고 단정 짓진 않겠다. 여기엔 시대적 흐름, 여러 가지 사회 문제도 섞여 있으므로 한 가지 잣대로 문제의 원인을 재단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다만 다양한 해법 중 한 가지라도 생각해본다면 긍정적 해결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으리라.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 행복하기 위한 출발은 가정의 행복이고 그 가정의 행복은 부부로부터 출발한다. 그리고 부부의 행복은 이야기 속 그 새댁처럼 서로 존중하며 감사를 표하는 데서 만들어진다. 결혼과 출산에 관한 사회적인 여러 제도적 장치들이 뒷받침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또한 주위의 아름다운 부부의 모습을 자주 접할 수 있고 그 속에서 자라는 행복한 아이들의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더욱 풍요로워질 것이다.

결혼을 거부했던 독일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이렇게 고백했다. “세상에서 가장 허무한 고독을 느끼는 사람은 자녀들이 없이 인생을 마감하는 사람이다.”

“엄마! 나, 아기 100명 낳을 거예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자꾸만 아이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행복한 가정, 행복한 아이, 행복한 미래! 행복한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가 많아질수록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들은 저절로 해결되리라 확신한다.

“여보, 고마워요.” “여보, 감사해요.”

서로 존중하며 감사를 표하는 한마디 한마디가 우리 사회를 구원해줄 양분이 될 것이다.

구경영 북토크쇼 ‘꽃자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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