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의 심리기제
청소년들의 심리기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9.02.23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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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모조차 쓰지 않은 청소년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무서운 속도로 질주하는 모습.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 중 하나이다. 곡예운전을 하듯 이리저리 오토바이 몸통을 비틀며 운전하는 모습은 보는 이조차 긴장하게 만든다. 저러다 넘어져서 사고가 나지 않을까? 실제로 남자 고등학교에서는 오토바이 사고로 인해 학생들이 숨지는 안타까운 일들이 끊임없이 일어난다.

그런데 안전모 없이 위험하게 오토바이 운전을 하는 성인들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퀵서비스나 음식 배달에 종사하는 성인들조차 안전모와 안전 장비를 착용한 채 오토바이를 운전하고 있다. 청소년들과 성인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운전 모습의 차이는 무엇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그 원인을 알기 위해서는 청소년들이 지니고 있는 독특한 심리기제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청소년들은 외형적인 신체 변화와 더불어 내면적인 변화를 동시에 겪게 된다. 이때의 내면적 변화는 바로 자기 자신에 대한 관심이 증대된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청소년들은 자신의 관심이 온통 자기 자신에게 쏠려 있듯 타인들 역시 자신에게 관심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바로 이러한 청소년들의 심리기제를 ‘상상속의 청중(Imagery Audience)’이라 한다. 자신이 관심의 초점이 된다는 의미에서 타인은 늘 자신을 지켜보는 ‘청중’이며, 그들이 실재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청중은 ‘상상’된 존재인 것이다.

이와 더불어 청소년들의 심리기제를 설명해주는 또 하나의 개념은 ‘개인적 우화(Personal Fable)’이다. ‘개인적 우화’란 청소년들이 자신은 특별하고 독특한 존재이므로 자신의 감정이나 경험은 타인들과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믿는 것이다. 즉 청소년들은 자신들의 우정이나 사랑 등은 타인들이 경험하지 못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반면 타인들이 경험하는 죽음, 위험, 위기가 자신에게는 결코 일어나지 않으리라 확신한다.

앞서 언급한 두 가지의 심리기제는 청소년들이 안전에 신경 쓰지 않고 위험하게 오토바이를 운전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준다. 오토바이를 운전하는 청소년들은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주목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배우가 관객에게 화답하듯 시끄러운 경적소리와 소음을 내며 난폭하게 운전하는 것이다. 또 청소년들은 교통사고로 인한 부상과 죽음은 자신에게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안전모와 안전 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채 운전하는 까닭은 바로 여기에 있다.

어른들의 잣대로 들여다보자면 청소년들의 행동은 이해하기 어려운 게 한 둘이 아니다. 거친 말과 행동들. 패거리지어 다니며 보여주는 이해 못할 모습들. 하지만 청소년들이 어떠한 심리상태를 겪고 있으며 어떤 심리적 발달단계를 거치고 있는지를 이해한다면 그들의 말과 행동을 받아들이고 그들과 소통하기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에릭슨(Erikson)에 따르면 청소년기는 자신들의 자아정체감을 확립하기 위해 노력하는 시기이다. 앞서 살펴본 ‘상상속의 청중’ 이나 ‘개인적 우화’와 같은 심리기제 역시 자신의 정체감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것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에릭슨은 성인들이 청소년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며, 그들의 고민을 함께 이야기할 수 있을 때 올바른 자아정체감이 형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내 주변의 청소년들에게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늘어나는 청소년들의 비행을 탓하기에 앞서 열린 마음을 바탕으로 청소년들에게 한걸음 더 다가가려는 태도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 남대호 학성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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