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월성(月城) 남쪽 남산에는 수많은 신라시대 절터와 석탑이 있다. 이곳에 유독 불교 유적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차순철 서라벌문화재연구원 조사단장은 국립경주박물관이 22일 개최한 ‘금성(金城)의 남산(南山)과 헤이조쿄(平城京)의 동산(東山)’ 학술대회에서 남산이 불국토(佛國土)가 된 연유를 분석해 발표했다.
이날 차 단장은 “남산에 건립한 사찰 중 창건 시기가 이른 곳은 선방사지, 장창곡 제10사지, 전(傳) 신인사지 등으로 7세기 전반으로 추정된다”며 시간이 흐를수록 사찰 입지가 계곡 안쪽으로 올라가는 모습이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주 남산에 사찰이 건립된 원인으로는 기존 왕경 내 택지가 줄어들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며 “새롭게 불사를 할 수 있는 남산에 사찰을 건립하고 불탑을 봉헌한 일은 공양주 자신과 가족의 복을 비는 기원행위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어 신라 경덕왕이 중국 당 대종을 위해 만든 만불산(萬佛山)에 관한 삼국유사 내용을 떠올려보면 남산이야말로 신라인이 생각한 불국토를 구현한 공간이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했다.
학술대회에서는 차 단장을 외에도 한국 학자 4명, 일본 학자 6명이 발표했다.
이용현 경주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왕경 내 백률사나 선도산 정상 마애삼존불은 왕실이 불교를 공인하고 권력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산물이지만, 왕경에서 떨어진 곳에 있는 단석산 신선사는 신라 육부 중 하나인 모량부의 성산(聖山)에 세운 지역세력 불교 신앙 거점이었다고 주장했다.
또 남동신 서울대 교수는 경주 불국사가 석가모니 귀향 설법을 바탕으로 삼고, 당대 중국 왕궁 건축을 차용해 조성했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김보은 기자